소설 같은 뉴요커의 삶
2020년 3월 8일 일요일, 서머타임 시작
새들의 합창도 들려오는 아름다운 계절 오늘부터 서머타임이 시작되고 11월 1일 해제되고 한국과 시간차는 13시간으로 줄어들고 뉴욕은 한국보다 13시간 늦다. 서머타임이 시작되어 적응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1주일 정도 너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활동하면 더 좋을 거 같다. 나 스스로에게 이번 주는 너무 무리하지 말자고 약속을 한다. 내가 아프면 정말 난리다. 건강처럼 소중한 게 없더라.
March 8, 2020 — 2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Violin Sonata No. 4 in A Minor, Op. 23
Cello Sonata No. 3 in A Major, Op. 69
Piano Trio in B-flat Major, Op. 97, "Archduke
서머타임이 시작된 일요일 오후 2시 카네기 홀에서 엠마누엘 엑스와 요요마와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공연이 열렸다. 2020년 3월 세 명의 음악가가 3회 공연을 열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을 좋은 연주였다. 무엇보다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엑스의 피아노 연주가 가장 좋았고 요요마의 첼로 음색도 꽤 좋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들이 무척 사랑하는 카바코스의 챔버 뮤직도 좋았다. 세 명이서 호흡을 오래 맞추었는지 감동 깊은 연주였다. 요요마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연주가 스스로 만족했는지 방실방실 미소를 지었다. 팬들도 "브라보 브라보" 하니 세 명의 음악가는 기분이 무척 좋았겠어.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엑스 나이는 70세, 요요마는 64세, 카바코스는 52세. 나이 들어 세계적인 음악 홀에 올라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음악팬들을 위해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 매일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할까. 요요마는 나이 들어도 늙어가지 않고 갈수록 젊게 보이니 건강이 아주 좋은 듯 보인다.
세계적인 음악가들 공연이 열리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니 즐겁다. 그래서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은 무척 흥분이 되고 누굴 만나 무슨 이야기를 듣게 될까 가슴이 설렌다. 뉴욕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점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점.
20대 후반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한 일본인 모자 디자이너가 일본인 피아노 숍 주인 이야기를 했는데 내게는 무척 새롭고 충격적이었다. 지금 맨해튼에서 피아노 숍을 경영하는데 그녀가 원래 보유한 빌딩을 유대인이 파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27 밀리언 달러를 주고 팔았다고. 어마어마한 재산이라서 피아노 숍 주인 자녀들은 돈 벌지 않아도 먹고살겠다고 하니 웃었다. 피아노 숍 주인은 오래전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서 공부하려고 뉴욕에 유학 와서 독일인 집을 렌트해 살다가 사랑에 빠져 동거하고 나중 임신을 하게 되고 그 후 결혼을 했고. 남편은 그녀보다 25년 정도 연상이었다고. 그런데 남편이 사망했고 현재는 피아노 숍에서 일하는 남자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그녀 빌딩을 구입한 유대인은 카네기 홀 맞은편 오스본 럭셔리 아파트 옆에 하늘에 닿을 듯한 빌딩을 짓고 있다. 정말이지 곧 하늘을 찌를 듯하니 얼마나 높은 빌딩인지 몰라. 맨해튼 땅값이 워낙 비싸 좁은 공간에 하늘로 높이 높이 올라간다. 일본인 피아노 숍 주인은 부모로부터 오래전 1 밀리언 달러를 빌려 할렘에 빌딩을 구입해 세를 내주었는데 5년 전인가 가스 폭발로 화재가 나서 타 버려 아직 소송 중이라고 했다. 이민자들 삶은 참 흥미롭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단 한 가지가 있지는 않다. 상황에 따라 최선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매네스 음대에서 피아노 전공을 하는 피아니스트도 만나 이야기를 했다. 중국 시골 출신(고향이 난징 근처라고)인데 재능이 많다고 해서 베이징으로 유학을 갔다고. 베이징 대학의 기숙사비는 4명이 함께 사용하는 경우 한 달 10불을 낸다고. 맨해튼 물가에 비하면 얼마나 저렴한지 충격적이라서 웃음이 나와. 베이징 대학 학비 역시 저렴한 편이라고. 하지만 개인 레슨비는 어마어마하게 비싸다고. 그 학생은 집에서 베이징까지 기차를 타면 12시간 걸려서 2시간 동안 레슨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당시 1시간당 100불을 주니 200불을 준 셈인데 그 경우는 꽤 저렴한 편에 속했다고. 한 마디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피아노 레슨비. 중국인 상당수 부모는 자녀 교육에 열정적이다고. 꼭 음악가를 만들기 위하기보다는 피아노 레슨이 기본처럼 되어간다고.
뉴욕에 유학 온 지 1년 반이 되어가는데 로스앤젤레스, 필라델피아, 클리브랜드, 보스턴 등을 여행했는데 뉴욕만큼 좋은 곳은 없더라 하니 웃었다. 또, 중국 마트, 코스코, 월마트, 홀 푸드, 일본 마트 등을 이용하는데 한인 마트처럼 물가가 비싼 곳은 없더라 하고 나 역시 그의 말에 동감인데 한국인이라서 한국 음식이 좋으니까 한인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그런데 그의 말처럼 가격이 무척 비싸고 비싸다.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해야지 하고 장 보러 가는데도 장보고 나서 계산대에 도착해 영수증을 보면 스스로 놀란다. 피아니스트는 가끔은 차이나타운에 가서 저렴한 음식을 사 먹고 퀸즈 엘머스트에 사는데 근처 중국 베이커리에서는 저녁 7시가 지나면 세일하니 빵 3개에 2불이라고 하니 한인 베이커리 파리바케트와 뚜레쥬르에 비하면 엄청 저렴하다.
일본 동경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하는 여자는 동경은 미술관이 인기가 많고 티켓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내게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클래식 음악 공연료 비싼 것은 자주 들어서 알고 있는데 미술관 방문도 어렵다는 것은 잘 몰랐다. 입장료 역시 아주 저렴하지는 않으나 미술관을 사랑하는 인구가 참 많다고 하니 놀랍다.
3월 주말에도 플러싱과 맨해튼을 운행하는 7호선 지하철이 정상 운행을 안 하니 111가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니 약간 더 불편하고 넉넉한 시간을 잡아야 한다. 카네기 홀에서 엠마누엘 엑스, 카바코스, 요요마가 세 번 공연을 했지만 아들은 마지막 날 공연만 봤다. 세 번 공연 가운데 마지막 날이 가장 좋았고 다음으로 두 번째 공연이었다. 아들도 요요마 첼로 연주를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연주라 오래오래 기억될 거 같다.
봄이 되면 뉴욕에 여행 온다는 일본인 할머니를 요요마 공연 볼 때 만날 줄 알았는데 만나지 못해 섭섭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닌가 짐작이 된다. 또 브라질에 사는 노인 부부도 매년 뉴욕에 여행 오셔 공연을 보는데 만나지 못했다. 코로라 바이러스로 이탈리아에서 사망자 숫자가 늘었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맨해튼 지하철역에도 한글로 코로나 바이러스 조심하라고 적혀 놀랐다. 그 많고 많은 언어 가운데 한글이 눈에 보였다.
뉴욕 맨해튼에서 3월 초 다양한 아트 행사가 열리고 피어 36에서 열리는 Art on Paper에 다시 방문하고 싶었는데 피곤하니 공연을 보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3월 7일과 8일 정오부터 6시까지 첼시 오픈 스튜디오들( High Line Open Studios)을 방문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아쉽지만 일요일은 방문하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는데 문이 닫혀 돌아섰다. 분명 온라인에 일요일 오후 1시부터 문을 연다고 했는데 괜히 방문했다.
모처럼 집에 일찍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밀린 일기를 기록하고 있다.
아이고 어쩌면 좋아. 춥다, 춥다, 춥다.
카네기 홀에서 멋진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추위와 전쟁을 한다.
춥고 추운 겨울이 드디어 자리를 비키고 아파트 뜰에 보랏빛 제비꽃이 피는 봄이 찾아왔지만 아파트 거실 온도는 10도씩 내려가니 갑자기 변화된 온도에 쉽게 적응이 안된다. 몸의 면역이 약해진 걸까.
아파트 슈퍼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정말 추위는 공포다.
부엌 냉장고 안 전구는 촉이 떨어져 냉장고 안은 캄캄하다. 밤하늘의 별을 따서 냉장고에 달아야겠다.
냉장고는 텅텅 비어 가고 장도 보러 가야 하는데 비닐봉지도 구입해야 하니 지출만 늘고
이래저래 근심이 쌓여가는구나.
내 마음에도 별과 달을 불러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