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코스, 요요마, 엠마누엘 엑스 공연과 뉴욕 아트

by 김지수

2020년 3월 6일 금요일 오후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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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로어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베를린 출신 작가 전시회



봄비가 내려 대지가 촉촉이 적신 날 상당히 추웠다. 알렉스 카츠 그림이 걸린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찾아가 몇몇 갤러리도 방문하고 아티스트 이야기를 들으니 좋았다. 베를린 출신 여류 작가가 그녀 작품이 대중에게 인기가 없자 스타일을 변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누가 작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힘든 예술가의 길. 그래서 아무나 가는 길은 아니겠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오래오래 하는 것은 축복 같다.


베를린에 20여 년 전 방문했는데 기억도 흐려져 간다.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도 보고 뮤지엄에도 자주 방문하고 연극도 보고 서점에도 방문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회색빛 도시를 느낀 게 전부였을까. 한인 가이드가 자유시간을 줬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독일어가 유창한 것도 아니고 지리도 낯설고 그야말로 초보 여행자. 당시는 여행에 대한 정보도 많이 부족했고 두 자녀가 특별 레슨을 받을 무렵이라 여행 가방 싸기 직전까지도 두 자녀는 연습을 했으니까. 여행 가면 잠시 휴식을 할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으니까. 하루 24시간은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다. 꽤 오랜 세월이 흘러 뉴욕에 왔다. 런던, 파리, 베를린, 로마, 밀라노, 프라하, 동경, 시드니... 수많은 도시에 여행 갔는데 미국에 관심도 없고 뉴욕이 뭔지도 몰랐는데 줄리아드 학교가 있어서 어느 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와서 살고 있으니까 뉴욕이 날 부른 것인지 나의 젊을 적 꿈이 날 뉴욕에 데리고 온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뉴욕에 왔고 가장 밑바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한국에서 누리던 그 많은 것을 다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으리.


가난한 이민자들의 숨결이 감도는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 요즘은 가끔 방문하니 거리가 아주 낯설지는 않다. 약 천만의 인구가 사는 서울도 지역별로 다르고 약 860만이 사는 뉴욕시도 지역별로 색채가 다르다. 뉴욕시 후미진 곳은 서울보다 훨씬 더 열악한지도 몰라. 가난은 숨길 수 없다. 렌트비가 비교적 저렴한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도 갤러리가 많다. 60년대 소호가 텅텅 빈 암흑시대였을 때 폴라 쿠퍼가 처음으로 갤러리를 오픈했다. 1968년 소호에 가로등도 없고 레스토랑과 카페도 없고 텅텅 빈 곳에 아무도 살지 않았다고. 그런 곳에 갤러리를 오픈하니 처음에 사람들 반응은 어떠했을까. 그 당시의 소호와 현재의 로어 이스트 사이드를 비교하면 후자가 더 낫겠다. 그런데 차츰 소호가 눈부시게 번화가로 변하고 렌트비가 하늘로 치솟아 렌트비 저렴한 첼시로 옮겨갔는데 지금은 첼시 렌트비도 하늘 같고 그래서 브루클린 덤보와 윌리엄스버그로 옮겨갔는데 역시 렌트비는 하늘로 올라가는 추세.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첼시에 비해 렌트비가 더 저렴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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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786.jpg?type=w966 로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_마광수를 떠올렸던 전시회


어느 갤러리에서 본 작품은 하늘로 떠난 마광수를 연상시켰다. 그림도 내 취향이 아니고 마광수의 작품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런다고 그가 사회적으로 매장되어야 할 작가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참 불행하게 한 많은 생을 살다 떠난 마광수. 세상은 낮과 밤으로 이뤄지고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고 했나. 매일 밤 룸살롱에 찾아가 향연을 벌이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가. 술에 취해 바짓가랑이 다 찢어져 새벽에 집에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날 춥기도 하니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조용히 휴식을 해도 좋을 텐데 가만히 앉아 있기엔 뉴욕은 특별한 도시다. 매일 수많은 축제가 열리니까. 몇몇 갤러리를 방문하고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 지하철을 타고 첼시에 갔다. 29가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 Clio Art Fair(3월 5일-6일 사이)를 구경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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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803.jpg?type=w966 뉴욕 Clio Art Fair(3월 5일-6일 사이)



허드슨 야드 7호선 종점역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작년에 초대장을 받아 아들과 함께 방문해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작가랑 이야기를 나누니까 아들도 무척 좋아했는데 올해는 초대장을 받지 않았다. 아트 페어니까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는데 벽에 걸린 누드 작품 값이 얼마냐고 물으니 2.5 밀리언 달러라고. 장난이었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파는 작품값은 하늘 같지만 아트 페어 작품은 아주 비싸지 않은데 나의 상상을 빗나간 작품.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천천히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허드슨 야드에서 지하철을 타고 미드타운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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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6, 2020 —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Emanuel Ax, Piano
Leonidas Kavakos, Violin
Yo-Yo Ma, Cello


ALL-BEETHOVEN PROGRAM

Cello Sonata No. 2 in G Minor, Op. 5, No. 2

Violin Sonata No. 6 in A Major, Op. 30, No. 1

Piano Trio in E-flat Major, Op. 70, No. 2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요요마, 카바코스, 엠마누엘 엑스 공연이 열렸다. 첫날 공연보다 더 좋았다. 비 오는 날이라서 그런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음색은 아주 예쁘지는 않아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악기가 날씨에 아주 예민하니 이해를 해야지. 현존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연주를 들은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요요마의 첼로 연주도 첫날보다 더 좋았다. 성격 좋은 요요마는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스타 요요마 첼리스트를 보러 온 사람도 음악팬들도 무척 많고 그날도 일본 모자 디자이너 등 몇몇 사람을 만났다.


뉴욕에 살면서 일본에 자주 방문하는 디자이너는 3월 중순에도 일본에 가려고 한국 아시아나 항공을 예약했는데 연락도 없이 취소가 되었다고. 일본에서도 한국을 경유한 비행기 입국을 금지했다고. 중국 항공기는 500불, 한국 아시아나 항공기는 800불이라고. 저렴한 가격이라서 이용한 눈치였다. 일본 교토가 고향인데 교토에 국제공항이 없으니까 오사카 공항을 이용하고 2시간 기차를 타고 달려야 그녀 집에 도착한다고 하니 뉴욕에서 일본 여행 가기가 쉽지 않겠다. 아시아나 항공사는 전화도 받지 않고 이메일을 보내도 연락이 없고 참 답답한 상황이라고. 지구촌에 코로라 바이러스 감염자도 점점 더 많아져 가고 사망자도 많아져 가니 무슨 일인가 모르겠다.

여행객들과 비즈니스 하는 분들도 마음이 복잡할 테고 빨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를 떠나야 하는데 어디서 해결을 찾아야 하나. 21세기 믿기 어려운 현실이라 마음이 더 아프다.


매네스 음대에서 피아노 전공을 하는 학생도 만났다. 스패니시, 이탈리아어, 불어, 독일어를 배우고 싶은 꿈 많은 피아니스트. 피아노 전공을 하지만 작곡도 하고 싶다고 해서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가 누구냐고 물으니 헝가리 출신 리스트라고. 리스트는 작곡도 하고 피아노 연주도 뛰어나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만약 가능하다면 성악가랑 결혼해 살고 싶은 중국 유학생.


여기저기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지하철 안에서 슬픈 홈리스들을 보았다. 요즘은 아주 가까이 와서 돈을 달라고 구걸하니 마음이 아프다. 또 가끔 아름다운 트럼펫 소리도 들어 기분이 좋았다. 뉴욕 거리 음악가 연주도 좋다. 음악은 날 행복하게 해 준다. 음악은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 보물 같은 친구다. 우린 언제나 함께 할 거야. 사랑하는 친구랑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행복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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