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9일 월요일
플러싱 주택가에 노란 민들레꽃과 수선화 꽃과 보랏빛 제비꽃이 피는 아름다운 봄 봄 봄이다. 새들도 지저귀고 하늘은 파랗고 얼마나 예쁜지. 하얀 냉장고가 텅텅 비어가니 아들과 함께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비닐봉지를 주지 않는다고 하니 20년 된 오래된 가방과 비닐백을 들고 천천히 봄햇살을 몸에 듬뿍 맞으며 걸었다. 낡고 오래된 가방을 버리려다 창고에 넣어두었는데 지금 필요한 물건이 되었다. 동태를 사는 코너에 할머니 두 분이 계셔 동태 맛이 어쩐지 묻자 두 분은 "한국에서 먹어본 게 이것밖에 없어요."라고 말씀하셨다. 나 어릴 적 겨울에 맛있게 먹은 동태탕. 무와 두부와 파와 고춧가루를 넣고 끓이면 얼마나 맛이 좋은지. 나도 오랜만에 동태 한 마리도 구입했다. 그 외 고등어, 고구마, 양파, 상치, 만두, 육고기 약간 등을 구입해 가방에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플러싱 지하철역에 갔는데 분위기가 썰렁해 놀랐다. 플러싱에 살면서 처음이었다. 거리는 한산하고 심지어 문을 닫는 가게도 보이고 거리에서 꽃과 옷과 가방을 파는 상인도 안 보였다. 뉴욕주도 코로나 19 비상사태를 발표했다.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으로 가는데 손을 깨끗이 자주 씻으라고 방송이 울렸다. 지하철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 숫자가 늘고 있다. 마치 공포 영화 같은 분위기다.
맨해튼에 도착해 커피 한 잔 마시고 지하철을 타고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소더비에 가는 거리 화단에서 노란 수선화 꽃을 보았다. 드디어 봄이 왔다. 지하철 안에서도 여름옷을 입은 사람을 볼 정도로 모처럼 기온이 올라갔다. 소더비에 도착해 가방과 외투를 맡기러 갔는데 자주 만나는 흑인 여자와 인사를 했는데 헤어 스타일이 우아하고 예쁘다고 하니 자매가 운영하는 미장원에서 손질을 했다고 하니 어디에 있냐고 묻자 롱아일랜드라고 하니 웃었다. 우리 가족도 롱아일랜드 딕스 힐과 제리코에 살았다고 하니 그녀도 웃었다. 그녀가 사는 롱아일랜드 헴스테드 지역과 아주 멀지 않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층에 올라가 전시회를 보고 다시 7층으로 올라가 전시회를 보았다. 직원 말고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분위기가 썰렁한데 마음에 드는 작품도 없더라. 책 몇 권 싸서 아트라고 파는 현대 미술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지 몰라. 자주 갤러리에 방문하지만 여전히 현대 미술 감상은 어렵기만 하다.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본 신문지 뭉치도 생각났다. 뉴욕 타임지를 쌓아서 작품이라고 하더라. 아트 경매장에 가면 돈 벌기 참 쉽다는 생각이 든다. 앤디 워홀 달러 사인 한 개에 얼마나 비싸. 책 몇 권 담고 1만-1만 5천 불 하더라.
저녁 6시 5번가에 있는 큐니에서 비올라 공연을 잠시 듣고 집에 돌아왔다. 음악 박사 과정 학생 졸업 리사이틀을 보려고 30여 명 정도 찾아왔더라. 대개 박사 과정 학생들과 교수님으로 보였다. 요즘 줄리어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서 공연이 열리지 않는다.
지구촌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매출도 9.11 때 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도 들린다. 3월 초에 차이나타운에 가서 딸기를 구입해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혼이 났다. 딸기 맛은 아주 좋았는데 난 코로나 바이러스는 깜박 잊고 싱싱하고 저렴하니 신나서 구입해 아들에게 주니 다음부터 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플러싱도 매출이 상당히 줄어들어 앞으로 몇 달 지속이 되면 직원을 해고해야 한다고 하니 무슨 난리인가 모르겠다. 레스토랑 매출도 줄어들면 음식 재료 공급 업체 매출도 줄어들 테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어지는 수많은 문제들. 반대로 게임 사업과 도박업체는 매출이 올라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빨리 잠잠해져야 할 텐데 갈수록 소란스러워 몸과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안 그래도 복잡한 일들은 얼마나 많고 많아. 촛불을 켜고 기도를 드려야겠다. 복잡한 일은 다 지나가고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