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0일 화요일
황금빛 수선화와 보랏빛 제비꽃이 여기저기 피고 봄빛은 점점 무르익어가는데 뉴욕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고 줄리아드 학교는 3월 14일-29일 사이 공연을 연기했고 콜럼비아 대학도 이벤트를 연기하고 뉴욕대는 공연을 취소했다.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콜럼비아대 등 줄줄이 휴강 소식이 들려온다.
실은 어제 줄리아드 학교 공연 스케줄을 확인하고 내 스케줄을 만들었는데 허사로 돌아갔다. 공연 하나 보러 가는 것도 땀 없이 불가능한 일. 미리 여기저기 공연 스케줄을 확인하고 우선순위로 만든다.
오래전 롱아일랜드에 살 때 폭설이 내려 학교 수업이 취소된 적은 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휴강 소식은 처음이다. 주식 시장도 공포다. 글로벌 디프레션이 올 거라 예고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한 세계정세.
몇 년 전부터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소식을 읽곤 했고 가끔 아들에게 말하곤 했다. 주식값이 폭락하니 거꾸로 투자가들은 지금이 기회라고 하며 주식을 산다는 말도 들려온다. 역시 돈 버는 사람들 생각은 다르다.
서울에서도 두 달 동안 공연과 전시회 스케줄이 줄줄이 취소되었다는 말을 듣고 뉴욕 분위기도 어찌 될지 몰라 러시 티켓 한 장 구해서 메트(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 오페라를 보러 갔다. 언제 마지막으로 오페라를 봤는지 기억조차 없다. 뉴욕에 사니까 최소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오페라를 보고 싶은데 삶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공연도 없으니 오페라 볼 좋은 시기다. 러시 티켓은 25불이니 뉴욕의 하늘 같은 물가에 비하면 결코 비싸다고 말할 수 없지. 뉴욕의 베스트 가운데 하나가 오페라가 아닐지.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은 매일 밤 오페라를 보러 간다. 뉴욕에 여행 와서도 매일 밤 오페라를 보러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오페라를 보았는데 기대와 달리 참 좋았다. 실은 난 바그너 팬이 아니다. 아직도 바그너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는 편인데 카네기 홀에서 만난 음악팬들을 보면 바그너 음악을 무척 사랑한다고. 이제 나도 바그너 음악이 좀 들려오나. 메트 오케스트라 지휘자 Valery Gergiev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건강도 무척 좋아 보였고 오케스트라 연주가 너무너무 좋아 오페라 감상이 즐거웠나 모르겠다. 카네기 홀에서 그 지휘자를 만날 때는 건강이 안 좋아 보였는데 무얼 먹고살까. 나이와 달리 아주 건강이 좋아 보여 놀랐다.
바그너 오페라는 오페라보다 연극적인 요소가 더 강하게 느껴졌지만 성악가들이 쉽게 소화할 거 같지 않은데 꽤 노래를 잘 불렀다. 모처럼 메트에 방문하니 낯선 곳에 도착한 느낌이 들었지만 무대에 아주 가까운 오케스트라 좌석에 앉아 지난 추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니 3부로 구성된 오페라 휴식 시간이 없어 이상했는데 저녁 8시에 시작 밤 10시 반까지 휴식 시간 없이 공연을 하고 비교적 일찍 막이 내렸다.
그런데 하필 오페라를 녹화하는 사람이 바로 내 옆자리에 있어서 상당히 불편했지만 평소 2백 불 정도 하는 좌석에 앉아 공연을 보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5월 초가 되면 오페라가 막이 내리고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공연이 시작된다. 집에는 발레 브로셔가 도착했다. 뉴욕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정말 좋다. 오페라는 가끔 보곤 했는데 발레 공연 본지는 정말 오래되어 간다.
화요일 아침 아들과 함께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거북이는 일광욕을 하고 기러기떼와 하얀 갈매기떼를 만났다. 아직은 겨울나무 모습인 나무에도 초록빛 싹이 틀 날이 곧 오겠지. 예년보다 더 일찍 홍매화 꽃도 피기 시작하고 올해는 벚꽃도 더 빨리 핀다고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지구촌이 전쟁터 같으니까 화사한 봄을 즐기기도 어렵겠다. 여행제한으로 여행객들이 줄어드니 경제적인 타격이 아주 클 거 같다.
맨해튼 5번가도 갈수록 텅텅 비어 간다. 렌트비는 하늘로 올라가고 누가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5번가에 반스 앤 노블 서점이 있다는 것도 내게는 놀라운 사실. 어떻게 서점 경영이 되는지 몰라. 럭셔리 매장 가득한 5번가에는 홈리스들 가득하니 참 슬픈 세상이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에도 악취가 나니 무척 불편하고 힘들기도 하다. 언제 다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오려나.
한동안 오페라를 보지 않아서 오페라 보고 싶은 마음도 드는데 복잡한 일이 있으니까 갈등을 하다 식사하다 정오가 지나서 오페라 러시 티켓 남았는지 보는데 다 팔리지 않아서 쉽게 러시 티켓을 구해서 오페라를 봤다. 1주일에 한 번 러시 티켓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뉴욕에 오페라 팬이 많고 갈수록 러시 티켓 구하기가 하늘처럼 어렵다는 말이 들려온다. 러시 티켓도 행운이 필요해.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하루빨리 바이러스가 사라져야 할 텐데 언제 지구별을 떠날까. 만약 글로벌 디프레션이 온다면 서민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2008년 경제 위기에 실직자로 변해 어려움에 직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만약 디프레션이 온다면 실직자가 더 늘어날 텐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