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3일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13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루 사이 상황은 악화되고 말았다. 언제 바이러스 전쟁이 끝날까. 만일 몇 달 갈수록 상황이 악화된다면 어떻게 하나. 잠시 지구별을 떠나 멀리 여행을 가고 싶구나. 어디로 갈까. 달나라로 우주로. 은하수로 여행 갈까.
하버드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과 MIT 대학은 수업은 온라인으로 하고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대학 연구소 문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으니 여기저기 아수라장으로 변한 미국 상황. 미국 보스턴과 팔로 알토와 뉴욕은 아파트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렌트비는 비싸고 적당한 주거 공간 찾기 쉽지 않다.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되었나. 집을 하루 만에 뚝딱 완공할 수도 없고 호텔과 숙박업체는 미소를 짓겠구나.
얼마 전 아들이 웃으면서 텍사스에서는 화장지를 구입할 수 없다고 말할 때 나 역시 웃었다. 그런데 더 이상 웃을 상황이 아니다. 봄비 내리는 아침 일찍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 화장지를 사러 갔다. 어제 아들에게 마트에 가서 장을 보라고 했는데 그만 화장지 사는 것을 잊어버렸다. 우산을 들고 터벅터벅 걸어갔는데 평소와 달리 입구에 화장지가 안 보여 직원에게 물어서 화장지 파는 선반에 도착했는데 텅텅 비어 있었다. 대파를 구입해 계산대에서 직원에게 화장지가 없다고 하니 이미 다 팔려 없다고 말하니 힘이 다 빠져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아들이 장을 보러 갔을 때 화장지를 팔았는데 하루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어제 화장지를 샀다면 좋았을 텐데 어디서 화장지를 구입해야 할지 막막하다. 저녁에 온라인으로 화장지를 구입하려는데 매진이라고 나오니 답답하다. 최소 화장지는 필요한데 난리야 난리!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식물원에 갔다. 금요일 정오까지 무료입장이고 플러싱에서 브루클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 상당히 피곤함에도 수 차례 환승해 정오가 될 무렵 가까스로 입장했다. 지하철역에서 마라톤 선수처럼 달려 식물원에 들어갔는데 매년 3월에 피는 매그놀리아 꽃을 보러 갔는데 이제 개화하고 있으니 다음 주면 만개할 거 같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링컨 센터 역에 내려 아틀란틱 그릴 레스토랑에 갔다. 미리 예약도 하지 않고 방문했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손님이 없을 거라 짐작했는데 역시나 조용한 레스토랑. 어제 아침 서부에서 딸이 왔다. 그래서 함께 브루클린 식물원에 방문하고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갔는데 애피타이저는 맛이 좋았는데 메인 메뉴는 만족스럽지 않았고 디저트는 좋았다. 레스토랑 위크 아닌 경우 식사비가 정말 비싸니 식사할 장소를 정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데 아들과 갔던 레스토랑 가운데 실내 장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맛이 좋았는데 오늘 앙트레 요리는 기대 이하라 마음이 불편했다. 다음번에는 레스토랑을 정할 때 좀 던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카네기 홀, 메트 오페라, 뉴욕 필하모닉 등 모든 공연 일정이 취소되었다. 현재는 3월 말까지 공연이 취소되었지만 상황이 어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로 연기되었다. 마라톤 행사에 참가하려고 미리 항공 티켓과 호텔을 예약했을 텐데 얼마나 복잡할까.
서울에서 공연과 전시회가 취소되었다는 말을 듣고 메트 오페라 보러 이틀 연속 갔는데 정말 오페라 공연이 취소가 될 줄은 몰랐다.
링컨 센터 지하철역에서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타고 브롱스 뉴욕 식물원을 찾아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브롱스 식물원에서 매년 봄에 열리는 Orchid Show도 3월 13일까지 볼 수 있고 다음날부터 볼 수 없다고 하니 우리 가족은 007 작전 수행하듯 뉴욕 식물원에 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상당히 불편한 곳. 매년 봄에 열리는 축제 가운데 정말 볼만한데 식물원 입장료가 저렴하지 않지만 멀리 서부에 사는 딸이 뉴욕에 왔으니까 특별 행사를 보러 갔다. 세상은 복잡한데 우리는 고혹적인 난향기 맡으며 산책을 하니 천국 같았다. 식물원 입장료가 오페라 러시 티켓값과 비슷하니 아주 저렴하지 않다. 브루클린 식물원 매그놀리아 꽃이 이제 피기 시작한 줄 알았다면 무리한 스케줄을 잡지 않았을 텐데 잘 몰라서 여기저기 움직이니 상당히 피곤한 밤이 되어간다.
플러싱에 사는 우리가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오래 타고 브루클린 식물원에 가고 식사하러 맨해튼에 가고 난초 축제 보러 브롱스에 가고 다시 플러싱으로 돌아오는 일정.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식사 준비를 하니 몸이 녹초가 되어간다.
천국과 지옥을 맛본 하루도 서서히 막이 내리고 있다. 근데 화장지는 어디서 구한담. 마스크도 없고 살 생각도 못했다. 내일은 화장지 사러 구만리를 걸어야 하나. 생필품 구입이 어려우면 전쟁터 아닌가. 식품비도 오르면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