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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r 19. 2020

뉴욕 코로나 19_센트럴 파크
봄나들이

2020년 3월 18일 수요일 맑음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비자 발급을 임시로 중지한다고 발표를 했다. 학생 비자와 취업 비자받으려고 하는 사람들 가슴은 얼마나 놀라고 있을까. 명문 보딩 스쿨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을 텐데 무슨 날벼락. 9월에 개학하니 앞으로 상황이 어찌 변할지 모르지만 현재는 길이 막혀 있다. 딸 친구는 예일대 박사 과정 합격 통지서를 받고 기뻐했는데 학교에서 처음으로 받은 이메일은 합격생들 파티가 취소되었다는 슬픈 소식.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중대성에 대해 빨리 깨닫지 못했다. 한국 상황이 상당히 안 좋다고 들었지만 곧 끝날 거라 혼자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이러스는 지구촌을 돌고 돌고 있다. 중국의 교통 중심지 우한에서 시작되어 한국과 유럽과 미국 등으로 점점 확산되면서 사망자 숫자는 늘어나니 공포의 분위기가 짙어간다. 아무것도 모른 난 이제야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3월 줄리아드 학교의 공연 스케줄을 만들고 기분이 좋아서 룰루랄라 했는데 줄리아드 학교에서 3월 말까지 공연이 취소되었다고 연락이 오고 그 후로 5월까지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뉴욕도 500명 이내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제한하다 50명으로 감축하고 그 후 트럼프 대통령이 10인으로 축소하니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고 레스토랑과 바 등도 모두 문을 닫고 뮤지엄과 갤러리 역시 문을 닫고 학교는 휴교령. 오페라와 뮤지컬 공연 역시 취소. 카네기 홀은 5월 10일까지 모든 공연을 취소했다. 3월과 4월과 5월 초까지는 오페라를 보려고 계획했는데 상황이 어찌 변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뉴욕에 살면서 2008년 경제 위기와 2012년 지옥의 허리케인 샌디 등을 경험했지만 코로나 19와는 상황이 달랐다. 경제 위기로 실업자가 늘고 물가가 인상되니 슬프기도 했지. 허리케인 샌디로 가로수 쓰러지고 정전이 되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려면 4시간 이상 기다리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최소 화장지와 식료품 구입은 어렵지 않았다. 돈이 없지 물건이 없지는 않은 미국인데 이상한 세상으로 변하니 더 답답하다. 기본 생필품 조차 구입하기 어려운 비상 상태로 변하니 점점 더 살벌한 분위기다. 현재까지 본 최악의 상황이 바로 코로나 19. 앞으로 상황이 어찌 변할지 모르니까 더 답답하다. 


이번 주 금요일 브루클린 식물원에 매그놀리아 꽃구경하러 가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웹사이트에 접속하니 문을 닫는다고. 지난주 금요일 서둘러 방문했는데 매그놀리아 꽃이 이제 피기 시작하니 섭섭했는데 어쩌면 올해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나 싶다. 하늘에서 총알이 떨어지고 난 총알을 피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상황처럼 변하고 있다. 메트 뮤지엄 문 닫기 전날 전시회 구경하고 뉴욕 식물원 문 닫기 전날 난초 축제 구경하고 브룩필드 플레이스에서 플라멩코 댄스 축제 보고 등. 



















어제는 형광등 사건으로 종일 힘도 없고 집 근처 호수에 산책하러 다녀오고 집에서 지냈고 목요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은 힘내어 센트럴파크에 갔다. 혹시 공원 문을 곧 닫을지 몰라서. 또 올해는 벚꽃이 빨리 피기 시작하니 혹시나 화사한 꽃구경할 수 있을까 해서 센트럴파크에 갔는데 벚꽃은 피지 않았더라. 존 레넌이 살던 다코타 아파트와 뉴욕 귀족들이 사는 산레모 아파트가 보이는 호수 근처 벚꽃이 무척 예뻐서 달려갔지만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평소보다 조용한 공원에서 색소폰과 더블베이스 소리 들으며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들으며 셰익스피어 동상에게 찾아야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사태가 무엇인지 묻자 침묵을 지키고 있더라. 그래서 베토벤 동상에게도 찾아가 물으니 역시나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키더라. 알면서 모른 척하는지 정말 모르면서 모른 척 한지 난 알지 못한다. 


노란 개나리꽃은 여기저기 피고 마차는 달리고 조깅하는 몇몇 사람들도 보고 벤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도 보았다. 두 자녀는 엄마의 외출에 대해 상당히 걱정하니 오래 머물지 않고 사랑하는 스타 매그놀리아 꽃을 담고 플라자 호텔 푸드 홀에 갔는데 매장은 거의 닫혀 있고 화장실 역시 사용 불가. 맨해튼 카페 등도 문을 닫아 화장실 사용이 불가능. 공원 내 화장실 역시 문이 닫혀 있더라. 





센트럴파크에 프랑크 시나트라가 부른 <뉴욕 뉴욕>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잠들지 않은 뉴욕이 유령의 도시로 변하고 있으니 믿어지지 않는다. 매일 수많은 축제가 열리고 하늘의 별처럼 쏟아지는 공연과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뉴욕이 잠들어 버리다니 너무 슬프구나. 뉴욕이 뉴욕이 아니다. 내 즐거움은 어디서 찾을까. 매일 지하철만 타면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면서 방랑자처럼 지냈는데 이젠 맨해튼 외출도 상당히 겁나는 시기다. 왜 지구촌에 대재앙이 찾아왔을까. 신은 슬픈 너무나 슬픈 지구촌을  보고 있을까. 21세기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공포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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