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5일 수요일 흐림
뉴욕주지사 앤드루 쿠오모가 코로나 19가 고속열차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하는데 의료진들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있을까. 뉴욕주지사는 3일마다 감염률이 3배로 증가하고 있다고 뉴욕대 학생들에게 조기 졸업을 권하고 뉴욕대 의대는 코로나 19 환자들 치료를 위한 부족한 인력난을 위해 조기졸업이 가능할 거라 발표했다.
뉴욕시 맨해튼 첼시 제이콥 자빗 컨벤션 센터(Jacob Javits Convention Centre)에서 수많은 이벤트가 개최되는 곳인데 뉴욕시 의료 시설이 부족해 응급 의료 시설로 사용한다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멋진 디자인 제품을 보고 코믹 행사도 보고... 너무 피곤해 스타벅스 커피 한 잔 마시러 갔는데 영수증 보니 너무 비싸 다시 달려가 가격을 확인하니 스타벅스 매장 임대료가 비싸니 손님이 마실 커피값이 비싸다고. 미리 비싼 줄 알았다면 참고 안 마실 텐데 이미 마셔버렸어. 오죽하면 임대료 비싼 제이콥 자빗 컨벤션 센터가 임시 의료 센터로 변했을까.
세계가 긴장하고 뉴욕주와 뉴욕시 역시 초긴장 상태로 점점 빠져 들어가고 어쩌면 뉴욕주지사가 곧 뉴욕시 공원도 폐쇄하련가 모르겠다. 산레모 아파트가 비치는 호수 근처 벚꽃이 아직 예쁘게 개화하지 않아서 꼭 보고 싶은데 이걸 어떡해.
언제부턴가 자주 이상한 곳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오늘 아침 로컬 913으로 시작하는 낯선 전화가 걸려와 아무 말 않으니 끊겼다. 913 로컬 지역 번호가 어딘지 찾아보니 캔자스라고. 캔자스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지. 대학 시절 자주자주 듣곤 했다.
언젠가 바람처럼 사라질 텐데 왜 세상은 이리 소란하고 어지러울까. 그제는 비가 내리고 어제는 맑고 오늘은 흐리고 비가 내릴 예정이라 하니 집 근처 동네에서 아주 잠깐 산책을 했다. 운이 좋았나. 이웃집 정원 나무에서 재롱부리는 청설모와 파랑새 한 마리 보니 기분이 좋아 얼른 아이폰으로 담으려 하는데 역시 파랑새. 재빨리 멀리멀리 날아가버려 슬펐어. 딸은 빨강 새를 좋아하는데 난 빨강 새도 파랑새도 좋아. 어릴 적 읽은 동화였던가. 파랑새를 찾으러 집 밖에 나갔는데 파랑새는 집안에 있더란 내용. 행복은 멀리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가까이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매년 3월에 피는 사랑하는 스타 매그놀리아 꽃도 보고 황금빛 수선화 꽃도 보고 홍매화꽃도 보고 벚꽃도 보고 제비꽃도 보고 집에 돌아오다 수 십 마리 참새들이 사는 나무를 지나쳤다. 왜 그 나무에 참새들이 많이 사는지 이유는 잘 모르나 참새 하면 생각나는 보스턴 하버드 대학. 딸이 연구소에서 근무할 적 하버드 대학 교정 푸드 트럭에서 점심을 사 먹을 때 참새들이 가까이 와서 달라고 하는데 얼마나 통통하고 시끄럽던지. 세상에서 가장 통통한 참새는 하버드 대학에서 봤어.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보스턴 중심가 쉐라톤 호텔에 머물 때 근처에 있는 flour bakery에서 빵과 커피를 먹는데 참새가 우리를 귀찮게 해서 힘들었다. 뉴욕도 보스턴도 참새가 아주 많이 산다. 예쁜 색깔의 옷을 입은 새들도 무지무지 많은 뉴욕.
이웃집 벚꽃 사진 구경하다 몇 년 전 근처에서 황금빛 수선화 꽃을 아이폰에 담다 경찰에게 교통 딱지 받은 슬픈 기억이 났다. 소형차를 팔기 전이지. 일 보고 집에 가는 길 이웃집 정원에 핀 수선화 꽃이 무척 예뻐서 나도 모르게 차를 멈추고 거리에 주차를 하고 사진을 찍는 순간 느낌이 이상해 뒤를 돌아보니 경찰이 내 차 위에 교통 딱지를 붙이고 있었다. 그 순간 바람처럼 달려가 사진 한 장 찍고 있었다고 말해도 이미 늦은 걸 어떡해. 아, 얼마나 비싼 수선화 꽃 사진이야.
롱아일랜드에 살 때는 주차 문제로 불편하지 않았는데 뉴욕시로 이사오니 주차 문제가 몹시 불편했다. 플러싱 골목길도 도로별로 요일별 주차 금지 시간이 있는데 자꾸 잊어버린 게 문제다. 순간 60불인가 하늘로 날아갔어. 아, 비싼 교통 티켓. 하늘 같은 뉴욕 물가!
60불이면 오페라 2편 보겠구나. 아, 그리운 오페라! 3월부터 오페라 보려고 기다렸는데 코로나 19로 공연 금지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3월 11일 모차르트 오페라 볼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어. 서서히 뉴욕도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물들어 가는데 서울에서 2달간 공연과 전시회가 금지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틀 연속 오페라를 봤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3월 카네기 홀에서도 공연을 보려고 했는데 전부 물거품으로 변했어. 슬픈 3월. 잔인한 3월. 카네기 홀에서는 20/21년 구스타보 두다멜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고 소식이 왔어. 그나저나 언제 전염병이 사라질까.
밖에 나가려는데 집에 한 무더기 우편물이 쌓여 깜짝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아래층 노부부네 것. 그리스 출신 이민자란 것도 노부부 우편물이 우리 집에 도착하니 알게 되었다. 롱아일랜드 제리코에서 플러싱으로 이사 올 때부터 우리 집이 소란스럽다고 불평 불평을 하고 내가 인사를 해도 안 척도 안 하니 참 불편한 관계로 변했는데 자주 우리 집으로 노부부 우편물이 도착한다. 우편배달부는 귀찮아서 우리 집에 배달했을까. 내가 우편배달부가 되어야겠어. 두 자녀와 내가 바이올린과 첼로 레슨을 받을 무렵에는 아래층과 위층에 정말 미안했다. 근데 플러싱으로 이사 온 후 바이올린 악기는 잠들고 있고 어쩌다 깨어나 아름다운 멜로디를 켠다. 사랑하는 나의 첼로는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지. 첼로의 죽음은 내 슬픈 운명의 서주 곡!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난 멀리멀리 수 천 마일을 날아와 낯선 땅에 둥지를 열었다. 새로운 세상은 그냥 열리지 않더라. 고통 속에서 눈물 속에서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눈을 뜨면 뜰수록 세상이 무서워져 어떡해. 아,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