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9일 일요일
아, 그리운 일상이여!
소중한 나의 자유를 잃어버려 너무 슬프다. 문득 이선희가 부른 노래가 생각난다.
일요일 아침 안개에 싸인 뉴욕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창가로 이웃집 풍경을 보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우울한 날 위로했을까.
매일 맨해튼에 가다 집에서 지내니 우울의 나라에 퐁당 빠질 거 같다. 정말 그러면 안되니까 힘내야 하는데...
하늘도 지구촌의 마음을 아는 걸까. 어제는 하늘에서 슬픔이 쏟아졌다. 눈만 뜨면 코로나 19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는데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인데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니 더 무섭다.
뉴욕시와 뉴욕주 코로나 19 확진자와 사망자도 늘고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과 코네티컷과 뉴저지를 통제한다고 하니 뉴욕주지사는 그건 "불법이야, 연방 전쟁 선언이야"라고 말했다.
점점 사태가 악화되어 가고 뉴욕시 사망자도 700여 명에 이르니까 노인들 사망자도 많다고 하니까 카네기 홀에서 가끔씩 만난 지인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가 그리웠다. 오페라 사랑하는 수잔 할머니와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서 자주 만나는 쉐릴 할머니가 무척 그리워. 두 분 모두 70대라서 걱정이 된다. 작년 가을부터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볼 때 만나지 못한 중국인 시니어 벤자민은 어디서 무얼 할까. 상하이에서 영문과 교수를 하다 뉴욕에 온 지 30년 정도 되었고 특수학교에서 일하다 은퇴하셔 공연 감상하러 자주 카네기 홀에 오셨다.
March 29, 2020 at 9:30 AM
뉴욕시 코로나 19 : 확진자 32308명, 사망자 678명
Borough - Bronx 6145 (19%) - Brooklyn 8451 (26%) - Manhattan 5438 (17%) - Queens 10373 (32%) - Staten Island 1866 (6%) - Unknown 35
March 29, 2020 at 4:15 PM
뉴욕시 코로나 19 확진자: 33474명, 사망자 776명
Borough - Bronx 6250 (19%) - Brooklyn 8887 (27%) - Manhattan 5582 (17%) - Queens 10737 (32%) - Staten Island 1984 (6%) - Unknown 34 Deaths 776
지난 금요일(3월 27일) 뉴욕주 확진자는 5만 명이 넘고 사망자는 728명
일요일(3월 29일) 뉴욕주 확진자는 거의 6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728명(토요일 기준)_ ABC News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4월 15일까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New York PAUSE
미국 전염병 전문가는 미국인 수백만 명이 코로나 19에 감염되고 10만-20만 명의 사망자가 생길 거라고 경고했다.(일요일 ABC News)
정말 수 십만 명이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탈리아도 눈만 뜨면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니 죽음의 나라 같다. 아름다운 관광지와 패션으로 명성 높은 이탈리아가 어쩌다 이렇게 변했는지...
부자나라로 알려진 이웃나라 일본도 코로나 19로 사재기가 극성이다고 하니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내가 화장지 사러 브롱스에 다녀온 것은 비극이고.
마치 남이 바람피우면 불륜이고
내가 바람피우면 로맨스처럼
아무래도 일본은 동경 올림픽 유치하려고 코로나 19 환자를 속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지구촌이 사재기를 하는지. 풍요로운 21세기에 벌어지는 풍경이 멀리서 보면 희극 아닌가. 지금 지구촌 풍경은 정말 공상 영화 같다.
어제는 파란 우체통에 레터 보내는데 낯선 할아버지가 다가와 길을 물으니 두려움이 앞섰다. 6피트 이상 떨어지라고 말하는데 하필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는데 아주 가까이 오셨다. 살다 살다 살다 처음 보는 바이러스. 6피트 이상 떨어지라고 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 3월 말인데 아파트 뜰에는 보랏빛 아이리스 꽃이 피어 반가웠다. 분명 올해는 예년보다 더 일찍 꽃이 피고 있다.
마음이 답답하니 어제 오후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했다. 아무도 없으니 조용하고 좋은데 지하실 벽에 적힌 Shelter가 더 크게 눈에 띄었다. 언제 봐도 무시무시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떠오르게 하는 지하에서 무사히 세탁을 마쳐 감사했다. 지구촌 바이러스를 삼켜버릴 초능력 세탁기를 만들면 좋겠구나.
외출도 안 하고 매일 집에서 지내며 하루가 식사 준비하고 먹으며 시간이 흘러가니 참 슬프네. 언제 일상으로 돌아갈까. 코로나 19로 기본 식품비는 하늘처럼 오르고 달걀값도 너무 올라서 고민되는 요즘. 식사 준비도 완전 백 프로 스트레스를 주네.
코로나 19가 물러가면 어떤 세상이 올까. 점점 세상이 무서워진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집에서도 잘 지낸 사람도 있는데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워 무얼 해도 집중이 안 된다. 좋아하는 책이라도 읽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