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로나 19_
확진자 75965명, 사망 1550

by 김지수

2020년 3월 31일 화요일 오후


하늘은 흐리고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은 화요일.

어느새 3월의 마지막 날.

속절없이 시간은 달리는데 마음은 끝없이 복잡하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매일 맨해튼에 갈 텐데 나의 즐거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어.

커피 한 잔 마시고 맨해튼을 뛰어다녔는데. 발로 맨해튼 보물 지도를 만들다 멈춰버렸어.

나뿐만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의 소중한 일상이 영문도 모른 채 멈춰버렸다.


3월 초 카네기 홀에서 요요마와 카바코스와 엠마누엘 공연 보면서 이러쿵저러쿵했는데 지금은 공연을 보고 싶어도 볼 수도 없다. 메트 오페라도 5월 초 막이 내릴 때까지 보려고 했는데 멈춰버렸어.


지구촌은 실험실로 변해 버렸다. 눈뜨고 일어나면 암울한 소식을 듣는다. 하룻밤 새 사망자 숫자도 얼마나 많은지. 어쩌다 이렇게 실험실로 변했을까. 인간은 죽기 위해서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행복하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하는데... 알 수 없는 세상... 힘없고 죄 없는 사람들이 말없이 하늘로 떠나니 얼마나 슬픈가.


중국과 한국보다 더 늦게 시작한 미국 코로나 19 전염병. 뉴욕시도 공포의 분위기에 휩싸인다.

오늘 아침 9시 반 뉴욕시 발표에 의하면 확진자 40900명 , 사망자 932명(뉴욕시 인구는 약 862만)

뉴욕주는 확진자 75795명, 사망자 1550명(뉴욕 인구는 약 2천만)


뉴욕주지사는 아직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최악의 상황은 무엇이고 우린 무얼 해야 할까.

코로나 19의 2차 파동도 3차 파동도 염려하는 글을 온라인에서 읽으니 점점 암담해져 가는데

인터넷 기사 가운데 코로나 19의 상황은 2차 세계 대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고

이건 전염병이니 전쟁과 다르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코로나 19 대재앙 후 수 백만? 의 실업자가 생길 수 있고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안 좋다는 의견이다.


부자들은 괜찮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걱정이 된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기업들이 많을 테고

돈 많은 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거대한 고래가 한 입에 작은 생선을 먹는 그림이 연상된다.

그럼 갈수록 부자들이 더 좋은 세상으로 변하는데 참 암담한 현실이다.

1929년 대공황 시기에도 매일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하는데

록펠러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축적했다고.


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져 가고 보통 사람들의 삶도 변한다고. 럭셔리는 사라지고 기본적인 생활로 돌아간다고. 티본스테이크 대신 통조림 음식을 먹고 외식도 자주 하지 않고 요가도 하지 않게 되고 비싼 물품 구입은 미루게 되고 지갑을 꼭꼭 잠근다는 내용의 글이 있다. 앞으로는 비싼 커피도 해외여행도 유학도 모두 모두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겠다. 한마디로 세상이 거꾸로 간다는 예측이다. 얼마나 암담한 상황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몰라. 물론 돈 많은 자는 예외가 되겠지.


어제는 우편물이 쏟아졌다.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우편배달부가 도착한 소리가 들려 얼른 계단을 내려가니 이웃집 우편물이 우리 집에 도착했다. 그럼 그렇지. 우리 집에 그 많은 우편물이 올리가 있나. 문을 열고 배달부에게 이웃집이라고 말하며 우편물을 건네주었다. 이웃집 창가에 걸린 블라인드는 오래전부터 항상 닫혀 있고 불이 켜지지 않는다. 한국인 노부부가 사는데 어쩌면 한국에 갔을지도 모르겠다. 플러싱에 살면서 이웃집에 불이 안 켜진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일 출근하고 밤늦게 돌아오는 것을 보곤 했다. 한국에 자주 왕래할 정도의 형편이라면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 모두 자주 한국에 방문할 텐데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니까 자주 방문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지. 외국에 살면 고향이 그립다.




IMG_6724.jpg?type=w966 아파트 뜰에 핀 노란 민들레꽃 보며 친구가 그리웠다.


IMG_6725.jpg?type=w966 예쁜 종 모양으로 생긴 꽃, Bell Flower



봄빛으로 물든 센트럴파크도 그리운데 마음만 보내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지내다 아파트 뜰에 핀 노란 민들레꽃과 종 모양의 보랏빛 꽃을 보았다. 예쁜 꽃을 보며 내 우울도 달랬지. 또, 노란 민들레 꽃 보며 중학교 시절 친구를 떠올렸다. 정원이 무척 넓고 예쁜 꽤 부잣집 친구네 집에 가끔 놀러 갔는데 친구 언니가 구입한 이해인 수녀님의 <민들레 영토> 시집이 보여서 읽게 되었다.


이해인/ 민들레의 영토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그때 난 한국에서 민들레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시집에서 민들레꽃을 먼저 알게 되었다. 뉴욕에 오니 봄이 되면 지천에 민들레꽃이 핀다. 그 친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중학교 시절 세 명이서 친했다. 다른 친구 한 명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라서 관사에 살고 계셔 가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친구 엄마는 새어머니였다. 얼굴도 아주 예쁜 친구 가정 형편이 무척 어렵다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서 내 마음이 무척 아팠다. 그림에 재능이 아주 많았는데 미대에 진학했으면 좋았을 텐데 대학 보낼 형편이 안된다고 하니 결국 포기했다. 훗날 서울 어느 은행에서 근무한다는 소식을 고등학교 때 친구로부터 듣게 되니 놀라웠다. 하지만 그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 서로 연락이 안 되었다. 지금도 서울에 살고 있을까. 언제 한국에 방문하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운 한국! 그리운 친구들!


말없이 하늘로 떠난 휘트니 휴스턴도 그립다.


아...

나의 실수로 딸의 작업을 날려버려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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