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일 목요일
아름다운 사월!
뉴욕은 전쟁터!
어쩌면 좋아. 브루클린 묘지에서 초대를 받았는데 다녀올까. The Green-Wood Cemetery에서 1주일간 임시로 오픈한다고 연락이 왔다. 어려운 결정이었겠지. 아직 센트럴파크 등 뉴욕시 공원도 문을 닫지 않았지만 코로나 19 전염병으로 외출하기 겁난다. 병들면 뉴욕은 가난한 사람은 죽어야지. 병원비 하늘처럼 비싸니까. 그래서 어제도 두 자녀는 엄마의 외출을 반대했는데 너무 답답해 속이 터져 센트럴파크에 다녀왔다. 벚꽃 사진 올린 포스팅은 "브런치" 하루 방문자가 32500명을 넘어 놀랐다. 맨해튼에 산 것도 아닌데 지하철 타고 센트럴파크에 가서 벚꽃 사진 찍었으니 귀한 사진이다. 1년을 기다렸으니 방문했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라서. 아들은 꽃 사진과 생명을 바꿀 거냐고 말했다. 부자도 아닌데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지.
사월이라서 브루클린 묘지도 화사한 봄빛으로 물들었을 텐데... 딱 한 번 그 묘지에 방문했다. 묘지 앞 지하철역은 귀신 나올 거 같아. 맨해튼 월드 트레이드 센터 오큘러스 럭셔리 지하철과는 얼마나 대조적인지. 바로 뉴욕의 리얼한 모습이 아닐지. 뉴욕시도 지역별로 너무나 다르다. 묘지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 보러 가서 구경했는데 오래전이라 기억이 희미한데 가끔씩 연락이 온다. 뉴욕 작가 폴 오스터가 사는 브루클린 선셋 파크와 꽤 가까운 곳에 있다. 그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고립을 주장했지. 전화도 안 받고 고독한 공간에서 타자기로 글을 쓴다고. 타자기에는 예쁜 리본이 달렸다고 책에서 읽었는데 올해는 선셋 파크도 방문하려고 했다.
올봄은 뉴욕시 곳곳을 방문하려고 계획했는데 신이 내 마음을 알아버렸나. 내가 욕심이 너무 많았나. 난 하루 커피 한 잔 마시고 지하철 타고 여기저기 움직이니 몸이 고생한다. 그러니 욕망이 큰 것도 아니야. 평생 고독한 의무의 터널을 지나다 보니 하얀 머리카락이 뒤덮어 코로나라고 별명 지을까 생각 중이다. 고속버스를 타고 필라델피아, 프린스턴 대학, 예일대, 보스턴 등도 방문하려고 했는데 전부 물거품으로 변하고 있어서 슬프다. 내 자유를 달라고 외치고 싶다. 매일 눈만 뜨면 맨해튼에 가다 집에서 머무니 답답한 마음 그지없다. 정말 우울증에 걸리면 어떻게 해.
하늘은 종일 흐리고 집은 냉동고처럼 춥다. 코로나 19로 마음이 너무 뜨거워서 식히려고 그런가. 왜 슈퍼는 난방을 안 해줄까. 사월인데 춥다. 종일 몇 잔의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다.
너무 추워서 오랜만에 고구마를 삶았다. 아들은 고구마 구운 냄새가 촛불 향기보다 더 좋다고 하니 웃었다. 그럼 고구마 향나는 향수 만들까, 하니 아들이 너무 시골 분위기다고 하니 다시 웃었다. 고구마 맛이 좋다.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맨해튼 차이나타운은 플러싱 한인 마트보다 가격이 더 저렴한데 코로나 19가 무서워 갈 수가 있나.
늦은 오후 딸은 주꾸미와 조기 한 마리를 사 왔다. 낙지볶음 대신 주꾸미 볶음을 먹었다. 낙지가 없어서 주꾸미를 사 왔다. 꿩 대신 닭! 한국 음식이 좋다. 서부에서 혼자 지내니 식사 준비도 쉽지 않을 테고 늘 바쁘니 더 힘들 테고.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해줘야 하는데 요즘은 식품비도 너무 비싸 겁난다. 코로나처럼.
공연 예술의 도시 뉴욕이라서 매일 공연 보러 다닌 뉴요커들이 많을 텐데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오늘은 오페라, 내일은 카네기 홀, 모레는 뉴욕 필하모닉... 보는 뉴요커들. 코로나 19가 물러가면 콘서트 문화가 변할 거라고 하는데 걱정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니 문화생활이 축소된다는 의미겠지. 거꾸로 살려면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난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오니 당연 거꾸로 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거꾸로 살 것도 없는데 어떻게 살지. 쇼핑을 자주 한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식품을 구입해 매일 식사 준비를 하고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일상도 이제는 그리운 추억이 되어버려 믿어지지 않아.
뉴욕 시민들의 우울한 마음을 아는지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목요일 저녁 7시 반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볼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 오늘 밤은 얼른 식사하고 보려고 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된 것도 아니고 주꾸미 볶음과 김치찌개로 저녁 식사하고 설거지하니 이미 8시가 지났다. 그래서 아주 잠시 공연을 봤다. Wagner’s “Die Walküre”
뉴욕 시민들이 바그너 음악을 사랑한다고. 난 아직 바그너 음악을 잘 모른다. 올봄 메트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오페라를 봤는데 처음으로 바그너 음악이 가슴에 와 닿았지만 여전히 잘 모른다. 카네기 홀에서 만난 몇몇 지인들은 바그너 음악을 무척 사랑한다고.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코로나 19가 무서워 집에서 지낼 텐데 무얼 하고 있을까.
삶이 뜻대로 되지도 않지만 지구촌이 코로나 전쟁터로 변했으니 얼마나 슬퍼.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언제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질까. 그나저나 미국과 뉴욕은 비상사태다. 눈만 뜨면 늘어나는 사망자 수. 뉴욕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옥이라고 한다고...
미국 코로나 19 확진자 245,080 (+28,358)
사망 6,075 (+935)
뉴욕시 April 2, 2020 at 4:30 PM.
뉴욕시 코로나 19 확진자 49707
사망 1562명
Borough - Bronx 9343 (19%) - Brooklyn 13290 (27%) - Manhattan 7398 (15%) - Queens 16819 (34%) - Staten Island 2822 (6%) - Unknown 35
뉴욕주는 코로나 19 확진자 92,381명, 뉴욕시 코로나 확진자 51, 809, 사망 2,373명
13,282명 병원에 입원, 3,396명 중환자실 입원
(ABC 11:00 pm 뉴스라서 뉴욕시 통계와 약간 차이가 있다)
전염병은 빨리 사태를 파악하고 대처를 하면 팬데믹 현상을 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세계적인 부자 나라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는 코로나 19를 판별하는 키트를 잘못 만들었다고 하니 얼마나 당황스러운 소식인가. 참 믿을 수 없는 어이없는 뉴스다. FDA의 대처도 늦고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고 한다. 조금만 빨리 대처를 했어도 오늘 같은 위기 상태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뉴욕시 병원은 호흡기도 부족하고 병실도 부족하고 그래서 더 난리다. 그야말로 전쟁터!
재밌는 뉴스 하나 더! 뉴욕 골프코스는 오픈했는데 엄청난 비평을 받고 있단다. 뉴욕도 재밌는 도시야. 골프 안 치면 죽나 봐. 골프장에 사람들이 많았다고 비평을 받았다고 한다. 나랑 같은가. 센트럴파크 벚꽃 사진 찍으러 갔으니까. 난 변명을 한다. 벚꽃은 1년에 단 며칠 핀다. 때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 센트럴파크는 인적이 드물었다. 골프는 다르다. 설마 코로나 전염병이 1년 내내 우릴 힘들게 하지 않겠지.
아파트 거실 바닥은 얼음 같아. 유가도 내려간다고 하는데 왜 난방을 안 해줘. 집이 냉동고야. 오늘 밤 난로를 껴안고 자야 하나. 빙하시대야.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사랑하는 센트럴파크의 벚꽃을 보았다. 죽음을 무릅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