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여행 추억

by 김지수

대학원 시절 힘들게 공부하다 맞은 미국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휴가. 매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간이라서 가족끼리 한 데 모이고 여행도 떠난다. 낯선 괴물 같은 외국어로 공부하니 하루하루 죽음 같았다. 그 무렵 노인학 수업이 가장 힘들고 숨이 헉헉 막혔다. 수업 준비도 너무 힘들고 프로젝트도 얼마나 힘들게 하던지. 콜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 받은 유대인 여자 교수님 강의 강도가 아주 높았다. 어렵게 숙제를 제출하고 두 자녀와 함께 플로리다 올랜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이나 했을까.


뉴욕 JFK 공항에서 아침 이른 시간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방송으로 1등석 승객을 불렀고 그가 가장 먼저 탑승했다. 아, 충격이란! 평범한 청바지 입은 백인 남자였는데 1등석 티켓은 너무 비싼데 그분이 달려가더라. 돈 많은 부자가 의상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은 미국 문화에 놀랐다.


우리 가족은 서부 단체 여행을 하고 너무 고생한 추억이 있기에 플로리다는 단체팀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길지 않은 여행 일정이라 올랜도 디즈니랜드만 다녀오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플로리다는 자동차를 렌트해야 한다고 하니 낯선 곳 운전하기 싫어하는 난 렌트가 필요 없는 돌핀 호텔에 예약을 했다.


아, 충격! 호텔 시설이 형편없어서 제주도 신라 호텔이 생각났다. 제주도 풍경도 아름답고 호텔 시설도 훌륭한 것은 해외여행하고 느꼈다. 조용한 바닷가 섬 제주도 정말 그리워. 유채꽃 피는 봄은 얼마나 환상적인가. 두 자녀도 신라호텔에서 머물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있다. 그때 두 자녀는 세상모르고 그냥 행복했던 시절이었지.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어떤 불행이 닥칠지 모르던 시절.


달콤한 휴식 하러 갔는데 허리케인 같은 충격을 받았다. 룸도 작고 시설도 형편없는 돌핀 호텔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호텔 룸에 들어온 신문을 보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2008년 금융위기였다. 한 번도 상상하지 않은 위기였다.


디즈니랜드를 구경하고 놀이기구를 타야 하는데 무서운 거 무척 싫어하니 피하는 엄마를 보니 답답한 딸. 그럼 왜 왔니? 란 표정을 짓지만 선천적으로 무서운 걸 싫어한다.


또 하나 플로리다에 가서 느낀 점은 음식 문화다. 뉴욕은 다인종이 거주하니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뉴욕과 달리 다양한 음식이 없어서 불편했다. 그런다고 매일 햄버거만 먹기는 싫은데. 뉴욕처럼 다양한 피자도 팔지도 않아서 고민하다 약간 비싸지만 호텔 룸 서비스로 피자를 주문했는데 하필 아들이 무척 싫어한 Goat cheese (염소젖 치즈) 향이 강했다. 배는 고픈데 먹을 만한 음식이 드문 플로리다.


다음날인가 호텔 일식 레스토랑에 갔는데 가격은 왜 그리 비싼지. 차가 없으니 움직일 수도 없고 근처에 식당이 드물어 어쩔 수 없이 호텔을 이용했다. 미소 된장국을 주문했는데 두부가 현미경으로 본 세포처럼 작은 사이즈라 놀랐고 몇 개 둥둥 떠 있었다. 비싼 물가가 공포였다. 두부만 보면 플로리다 돌핀 호텔이 떠올라.


그 명성 높은 디즈니랜드. 좋아한 사람도 많고 오래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 놀이기구를 탄다고 하는데 난 흥미도 없지만 디즈니랜드를 구경하면서 꿈이란 주제가 떠올랐다. 꿈은 누구나 꿀 수도 없지만 가혹한 현실에서 꿈을 잊고 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난 꿈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꿈이 없이 어찌 살 수 있단 말인가.


디즈니랜드가 무척 아름답지만 마지막 관문은 항상 선물을 사는 상점으로 연결되어 자본주의 색채를 강하게 느꼈다. 견물생심이던가. 보면 사고 싶은 어린이들 마음을 유혹하는 상점들.


호텔 시설도 별로고 음식도 다양하지 않고 비싸기만 하고 2008년 경제 위기까지 발생했던 플로리다 여행. 그때가 우리 가족이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했다. 점점 어려워진 형편 속에서 두 자녀 교육하려고 애를 썼다. 마음의 여유도 없이 간 여행. 예쁜 사진 한 장 없는 플로리다 여행.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오는 것이 참 힘들기만 하다. 얼마나 오래오래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 모른다.


대학원 시절 잊을 수 없는 수업이 있다. 교수님이 준 케이스 스터디 가운데 하나가 플로리다 나사에서 일하다 죽은 남자에 대한 내용이었다. 신혼부부가 급여 많은 나사로 옮기니까 행복에 젖었는데 비극으로 막이 내리는 내용이다. 부부는 돈 많이 벌면 그림 같은 멋진 집도 사고 여행도 자주 가고 멋진 삶을 살아야지 했는데 거꾸로 비극의 그림자가 덮쳤다. 나사에서 일하는 남자는 매일 새벽에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하니 부인이 적응을 못 하고 매일 바가지를 긁으며 잔소리를 하고 식은 밥을 주니 남편은 직장과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결국 죽고 말았다는 비극적인 내용이었다.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플로리다 여행 떠나기 전 다양한 정보도 구하면 좋을 텐데 그때는 여유가 없었다. 정신적인 여유도 경제적인 여유도. 항상 최소의 돈으로 최대의 효과를 원했으니까. 경비를 줄이려니 차를 대여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훗날 뉴욕에서 만난 영어 강사는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가 무척 아름답다고 그곳에 가 봤니?라고 묻던데 내게는 아직 그림 같은 도시다.


또 뉴욕은 추운 지역이라 돈 많은 분들은 겨울이 되면 플로리다에 가서 잠시 살다 따뜻한 봄이 되면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양로원에서 일할 때 들었다.


플로리다 Key West는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테네시 윌리엄스 등이 살았던 곳이다. 헤밍웨이가 10년 이상 살던 집은 뮤지엄으로 변하고 인기 많은 여행지라고 하는데 바다를 사랑하는 내게는 너무나 멋진 여행지인데 언제 가 보나.



Ernest Hemingway Home and Museum/ 사진 구글 KEY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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