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여행 추억

by 김지수

아름다운 서부의 해안을 따라 낭만적인 드라이브를 하면 좋을 텐데 낯선 도로에서 운전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내게는 꿈에서나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코로나로 소중한 나의 자유를 잃어버리고 갇혀 지내니 지난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두 자녀와 힘겨운 공부를 하니 미안해서 여름 방학 때 서부 여행을 가려고 계획했다. 뉴욕 정착 초기 시절 어려운 환경이지만 두 자녀와 함께 가능하면 여행을 자주 하고 싶었다. 하지만 2008년 경제 위기 이후로 비행기를 타고 떠난 여행은 불가능해졌다. 그만큼 생활이 어렵고 힘들어졌다.


한인 여행사에 미리 패키지여행 예약을 하고 가슴 설레며 서부로 떠날 날을 기다렸다. 한 번도 보지 않은 서부는 어떨지 몹시 궁금했다. 뉴욕 JFK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부로 갔다. 생에 처음으로 4박 5일 미국 서부 여행(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바스토우, 라플린, 프레즈노, 요세미티, 산호세, 몬트레이, 솔뱅 등을 방문)을 했는데 고단했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광활한 서부 지역을 버스를 타고 움직였으니 새벽에 기상해 식사를 하고 움직여 몸과 마음이 쉽게 적응을 하지 않았다. 가끔은 새벽 2시 가끔은 새벽 4시에 일어났다.


기대와 달리 첫날부터 말썽을 부렸다. 약속 시간에 여행사 직원이 나타나지 않아서 오래 기다렸다. 나중 알고 보니 한국과 미국 전역 등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모이니 시간을 맞추기가 무척 어렵다고. 미리 알았다면 괜찮았을 텐데 아무런 말도 듣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니 시간이 아까웠다.


서부 여행을 하면서 잊히지 않은 특별한 추억이 있다. 여행사 팀 가운데 일부는 한국에서 온 분들도 있었지만 상당수 미국에서 온 분들이었다. 수 십 년 전 이민을 와서 자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뉴욕에서 온 분은 10년 이상 한인 마트에서 일하던 중년 남자도 있었는데 뉴욕 집에 가족을 두고 혼자서 서부 여행을 와서 놀라기도 했다.


여행객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하면서 든 생각은 여행객들이 미국에 사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 점이다. 또 미국에 자녀를 유학 보낸 분 역시 자부심이 많은 듯 느껴졌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난 여행객들과 큰 차이가 있어서 상당히 놀라웠다. 우리 가족이 뉴욕에 오기 전 유럽과 아시아 등 꽤 많은 곳을 여행했고 거기서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서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달랐다.


호텔에서 새벽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낯선 시골길을 달리다 한여름 대형 버스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당연 운전을 할 수 없으니 멈춰서 새로운 버스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서부가 동부와 다르니까 오래오래 무더운 여름날 버스 안에서 기다렸던 추억을 어찌 잊을까.


한인 가이드는 손님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사적인 경험을 이야기했다. 서부에서 서비스 직에 종사하며 눈물 콧물 흘려가며 애써서 번 돈을 들고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로 달려가 돈 많이 벌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1년 모은 재산이 하룻밤 사이 사라졌다는 슬픈 이야기였다. 돈 벌기는 정말 어려운데 돈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은 왜 그리 쉬운지 몰라. 가이드는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도박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더라.


한인 가이드에게 슬픈 추억을 가득 안겨준 라스베이거스에도 방문했다. 콜로라도 강이 흐른다고 했던가. 결혼식을 아주 많이 한다는 라스베이거스. 매년 약 8만 건의 결혼 증명서를 발급하는 기관이 미국에서 가장 바쁜 곳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세계적인 카지노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 카지노에 처음 들어가니 백발노인들이 앉아서 도박을 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카지노는 연령 제한이 있어서 두 자녀는 호텔에서 머물고 여행사 손님과 함께 갔는데 한국에서 온 부부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자분은 서울 모 대학에서 외국어(스페인어?) 강의를 하는 교수, 남편분은 작가. 여자 교수는 나랑 비슷한 나이인데 박사 과정 하느라 늦게 결혼을 하니 자녀가 무척 어렸다. 밤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나의 기억은 하얗게 변해버렸다. 나도 카지노에서 대박의 꿈을 꿨는데 맘대로 안되니 얼른 그만두었다. 한인 가이드가 하룻밤 새 탕진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라스베이거스이니까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라스베이거스 야경이 무척 화려하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조명 빛이 밤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든 지 감탄이 나오는데 밝은 태양이 뜨는 아침이 되면 밤과는 대조적인 도시로 변한다. 여행 가이드는 신부가 화장을 벗는 것과 비교하니 웃었다. 미국에서 인기 많은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도 뉴욕에 비해 라스베이거스는 정말 화려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화려한 속옷이 즐비했다. 낮과 밤의 세상이 다르고 화려한 밤의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휘황찬란한 조명 빛이 비치는 호텔도 아름답다. 가이드가 구두닦이에 대해 말했는데 잊히지 않는다. 정말 가난하던 시절 구두를 닦아서 돈을 벌어먹고 살았는데 어느 날 성공해서 돈방석에 앉았다고. 그런데도 그 사람은 여전히 구두닦이를 한다고. 그분에게 구두를 닦으려면 오래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웃었다.





서부의 아름다운 해안가를 버스가 달릴 때 안개비가 내렸다. 가이드는 버스에 심수봉이 부른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들려주고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나온 A Few Good Men (어 퓨 굿 맨) 영화를 보여주었다. 달리는 창가로 안개 비 보면서 심수봉 노래를 들으니 마음을 울리더라. 난 원래 심수봉이 부른 노래 스타일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날은 참 좋았다. US. Open Champinship이 열리는 Pebble Beach에도 갔다. 골프숍에서 주위분들에게 주려고 선물을 골랐다.


미국의 아름다운 국립공원 요세미티와 그랜드 캐니언에도 방문했다. 한국에서도 그랜드 캐니언의 사진은 자주 봤다. 멀리서 보는 그랜드 캐니언은 사진보다 더 감흥을 주지는 않았다. 특별한 카메라로 담은 사진이 훨씬 더 멋질지 몰라. 또 어디서 보는 가도 중요한데 우리가 있던 곳은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지역인가도 모르겠다.


서부 하면 떠오르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하필 우리가 도착한 날은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다. 여름인데 왜 추웠나 몰라. 안개 가득한 금문교를 봤더라면 환상적이었을 텐데 우리가 방문한 날은 최고로 멋진 풍경을 보여주지 않았다.


관할 총영사관 기준으로 보자면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은 LA.

LA총영사관이 67만 607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뉴욕총영사관(42만 1222명), 시카고(32만 5135명) 등.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노래가 오래전 유행했다. 나성이 어디냐고? 바로 한인들 인구가 가장 많은 LA. 엘에이의 할리우드도 방문했다.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사막 주변에 있는 캘리코 은광촌도 방문했다. 서부 개척 시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폐광촌.


서부 여행 떠날 때 미리 공부를 하고 정보를 모아서 간다면 더 좋을 텐데 그때는 공부하고 적응하기도 힘들었다. 당시는 내 휴대폰도 없고 카메라도 없으니 사진 한 장 남지 않아 마음속의 추억으로 자리 잡은 서부 여행.


삶은 왜 뜻대로 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일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동부 캠브리지 연구소에서 일하다 작년 여름 서부 캘리포니아 주 팔로 알토에 있는 대학 연구소로 옮긴 딸이 보내준 서부 캘리포니아 사진(아래) 몇 장이 전부다. 미국 동부와 서부가 가깝다면 자주 여행할 텐데 너무나 멀다. 항공료와 호텔비 비싸 머나먼 서부!


알 수 없는 운명의 힘!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갈까.

주여, 우리에게 힘을 주소서!







































keyword
이전 08화미국 동부 명문대_예일대, 프린스턴대, 유펜과 추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