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9일 목요일 흐림
저녁 7시 반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엑스와 뉴욕필 협연 연주를 페이스북으로 들었다. 코로나로 공연을 볼 수 없으니 귀한 연주회다. 첼리스트 요요마와 함께 연주하는 엠마누엘 엑스의 연주가 좋다는 것을 카네기 홀에서 알게 되었다. 지난 3월 카네기 홀에서 첼리스트 요요마, 바이올리니스트 카바코스와 함께 연주할 때 엠마누엘 피아노 터치도 참 좋았다. 70세란 고령인데도 피아노 터치가 특별하니 놀랍기만 하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고 연주하기 전 잠시 인터뷰를 봤는데 베토벤이 악필이었다는 점, 베토벤이 끊임없이 배움을 추구했다는 점 등에 대해서 들었다. 파우스트를 집필했던 괴테가 끊임없이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세계 음악사에서 악성으로 불리는 베토벤도 그런 줄 몰랐다. 현대사회는 계속 배우지 않으면 적응도 어렵지만 과거는 달랐을 텐데 역시나 천재들은 다르다.
저녁 7시 반 메트에서도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는데 뉴욕필 공연과 시간이 겹쳐 난 뉴욕필 공연을 먼저 보고 늦게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을 보다 너무 길어서 다음날 보려고 중단했다.
목요일 아침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아침 일찍 지하에 갔는데 나 보다 더 먼저 도착해 세탁을 한 부지런한 사람도 있었다. 아침 8시부터 공동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8시가 되기 전 세탁기를 돌렸나 봐. 난 시간 맞춰 도착했는데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서민들이 사는 역사 깊은 아파트에 30세가 넘은 세탁기 몇 개가 놓여 있으니 빈 세탁기가 안 보이면 세탁을 할 수 없으니 마음 편하지는 않은 세탁. 그래서 하고 나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지구촌 뉴스도 암울하고 하늘도 몹시도 흐린 날 아들에게 쿠키를 구워 달라고 부탁했다. 정착 초기 시절 매일 초코칩 쿠키를 구워 먹었는데 플러싱으로 이사 온 후 난 자주 굽지 않고 초코칩 쿠키를 좋아하는 아들이 가끔씩 구웠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쿠키를 먹으며 보스턴 여행 추억도 떠올랐다. 롱아일랜드 제리코 아파트에 살 때 화장실 바닥이 바삭바삭 부서져 관리실에 말하니 아파트를 며칠 비워 달라고 해서 집을 떠나야 하는 특별한 형편. 당시 런던에서 공부하던 딸에게 말하니 보스턴 호텔을 예약해 버려 아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보스턴에 여행을 갔다.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사용하던 여행용 트렁크 바퀴 소리가 소란스러워 귀가 무척 예민한 아들이 투덜투덜했는데 호텔에 도착하니 직원이 따뜻한 쿠키를 주워 맛있게 먹으니 기분이 풀어졌다. 그날 바람도 거세 더 춥고 원래 보스턴이 뉴욕보다 더 추운 지역이다. 봄날인데 추워서 혼이 났지.
목요일 오후 신용 카드 내역서를 확인하니 생각보다 더 많은 금액이 나와 자세히 살펴보았다. 평소에도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지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서부에서 온 딸과 함께 링컨 스퀘어 아틀란틱 그릴에서 식사한 금액과 코로나 사태로 시내버스 타고 브롱스에 가서 화장지 구입한 금액과 카네기 홀 공연 티켓값과 아지트에서 커피 사 먹은 값과 식품비와 교통비가 전부다. 뉴욕 지하철 요금이 저렴하지 않아서 고민도 하지만 맨해튼은 보물섬이라서 늘 30일 무제한 사용권을 구입했는데 127불이나 하니 한국돈으로 약 15만 원. 정말 하늘처럼 비싼 교통 카드가 외출 금지가 되니 잠들어 버렸는데 나의 돈만 물거품으로 변하니 속이 상한다. 한 푼 두 푼 아끼려고 얼마나 절약하고 사는데. 새해가 되면 물가가 인상되니 어려운데 코로나로 다시 물가가 인상되니 한숨이 푹푹 나온다. 서민들 어찌 살라고 하는지 몰라.
저녁은 냉동고에서 피자 꺼내 오븐에 구워 먹었다.
집에서 감금 생활을 하니 무척 답답한데 매일 밤 공연이라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링컨 센터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Tonight’s broadcast will be a 1994 all-Beethoven program conducted by Kurt Masur and featuring Emanuel Ax as soloist in Beethoven’s Piano Concerto No.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