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로나_반가운 소식, 오페라와 장미

by 김지수

2020년 5월 20일 수요일


뉴욕과 보스턴에서 어학연수하고 지난 월요일 서울로 돌아간 피아니스트가 무사히 집에 도착했는지 궁금했는데 소식이 왔다.


"잘 도착해서 시에서 코로나 검사하고 결과 나올 때까지 하루 격리시설에서 지내고 음성 판정받고 집에서 격리 중이에요. 시차가 안 맞아 새벽 세시인데 깼어요. 역시 우리나라 정말 대단해요 공항에서부터 집까지 다 데려다주셨어요.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거에 대해 감사해요~!"


무사히 도착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거에 대해 감사해요."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이 있는 학문의 도시 보스턴과 문화 예술의 도시 뉴욕이 참 매력적이기도 하는데 여행객으로 잠시 머물다 떠나면 큰 어려움 없이 즐겁게 지내다 갈 텐데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그림처럼 그냥 예쁘지 않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니 단 하나도 그냥 저절로 되는 것도 없고 쉽지도 않아. 재주와 능력 많고 경제적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특별한 어려움 없이 지내기도 하지만 극소수에 해당한다. 또, 부모와 형제와 친척 등 연고가 있으면 외국 생활이 좀 더 나을 텐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삶 시작이 어디 그리 쉽단 말인가. 한국 고아도 살기 힘든데 외국 고아는 말할 것도 없이 고통이지. 외국인 남편과 결혼해 시댁도 있는 경우는 그래도 조금 더 낫다. 물론 나름대로 어려움도 있지. 하지만 무에서 홀로 시작하는 것과 차원과는 다르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백문이 불여일견" 속담처럼 외국 생활도 마찬가지다. 백번 들어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가슴으로 이해가 어렵다.


나의 대학 시절 친정아버지가 외국 여행 가셨는데 그때 외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해도 참 어렵게 지내더라고 하시며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이 가장 살기 좋더라고 하셨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나도 외국 여행을 하기 시작했지만 아버지처럼 교포의 생활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친정아버지가 외국 여행 가실 때 윌슨 테니스 라켓을 사 오라고 철없이 부탁을 했다. 먼 훗날 내가 해외여행하니 선물 하나 구입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정말로 내가 원하는 테니스 라켓을 구입해 오셨다. 한국에서 전방에 가서 잠시 지낼 적 윌슨 테니스 라켓을 가져가 잠시 레슨도 받다 자연 유산 후 중지했다. 먼 훗날 뉴욕에 와서 유에스 오픈 테니스 축제를 보게 될 거라 그때는 미처 몰랐지. 뉴욕에 부모님을 초대했더라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 텐데 아직도 가슴 아픈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린 두 자녀랑 함께 공부하면서 뉴욕에서 지낸 것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었지.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춤추며 한국을 떠나고자 결정을 하고 어린 두 자녀 교육을 위해 뉴욕에 왔지만 새로운 세상은 저절로 그냥 열리지 않았다. 지금이야 블로그 등에서 다양한 정보가 올려져 있지만 내가 뉴욕에 올 때는 필요한 정보를 구할 수 없었다.


수요일 하루는 꽤 바빴다. 장보기와 세탁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마쳐서. 낡고 오래된 아우슈비츠 수용소 떠올리게 하는 지하에서 세탁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었다. 처음으로 지하에 세탁을 하러 가서 만난 친절한 쥬디도 보았다. 그녀를 통해 세탁기가 30년 이상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하필 첫날 세탁기 전원이 멈춰 충격을 받았는데 그녀가 친절하게 세탁기가 한꺼번에 돌아가면 전원이 멈춰버린다고 설명을 했다. 멋쟁이 쥬디는 예쁜 강아지 데리고 자주 산책을 하니 가끔 만나곤 한다.


오후 아들과 함께 장을 보러 갔는데 비싼 물가에 놀라고 말았어. 꼭 필요한 식품만 구입해도 하늘 같은 가격이라 눈물이 쏟아질 거 같아. 어찌 살아야 하는지 답답하지. 소파 몇 뿌리도 왜 그리 비싼지 몰라. 달걀도 비싸고.. 마늘즙, 깍두기, 사과 한 봉지, 아보카도, 양파, 두부, 상치, 김, 소고기 약간, 엘에이 갈비 약간을 구입해 택시를 불렀는데 기사님에게 어떻게 사냐고 물으니 "그냥 이렇게 적응하고 살아야지요."라고 하니 상당히 긍정적인 분이다. 코로나 19로 실직한 사람들은 늘고 비싼 렌트비 감당하기 어려우니 부모와 자식도 함께 사는 경우도 많아져 가는 추세. 2008년 경제위기 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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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동네에도 예쁜 장미꽃이 피기 시작했다. 고혹적인 장미향기가 슬픈 날 위로를 했다. 장미의 계절 6월도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예년보다 더 일찍 장미꽃이 피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꽃도 잠시 피고 지니 찰나를 잡아야 한다. 우리가 늘 기억해야 하는 말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현재를 즐겨야지.


저녁 메트 오페라를 잠시 보았다. 코로나 19 사태로 매일 저녁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으니 조금 위로를 받지만 오페라는 내게도 여전히 신세계다. 계속 배우지 않으면 즐기기도 어려워. 지금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즐겨야지. 이 순간이 지나면 볼 수도 없으니까.



Wednesday, May 20
Verdi’s Un Ballo in Maschera
Starring Sondra Radvanovsky, Kathleen Kim, Stephanie Blythe, Marcelo Álvarez, and Dmitri Hvorostovsky, conducted by Fabio Luisi. From December 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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