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로나_태양이 활활 불타올라

by 김지수

2020년 6월 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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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날 초대했던 이웃집 할아버지 정원


매일 천국을 만나기 위해 아침 산책을 하러 간다. 우산도 없이 외출했는데 비가 뚝뚝 떨어져 비도 맞고 산책을 했지. 그러다 다시 비가 멈추니 고마웠어. 습관이 무서워. 눈만 뜨면 이웃집 정원이 그립다. 처음에 30분 하다 나중 1시간 그러다 이제 2시간 정도 산책을 하니 산책 중독증에 걸렸다. 운동화가 이슬에 젖어 축축해질 때까지 이웃집 정원에 핀 예쁜 장미꽃과 작약꽃과 해당화 꽃 향기를 맡지. 아름다운 꽃 향기를 맡은 사람은 나 말고 없으니 이상한 일이지. 빨강 새 노래도 자주자주 들었다. 아파트 뜰에도 자주 와서 노래를 불러 기분 좋은 일이 있나 보다 생각했지. 아들에게 새들의 언어를 배우면 어떻까 하니 웃었어. 자주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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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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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수녀원 앞에서 보던 마가렛 꽃


호수에 가서 조깅하는 주민과 애완견 데리고 산책하는 동네 주민들도 보았다. 또, 전날 딸 혼자 호수에 가서 새둥지를 봤다고 하니 다음날 내가 찾으러 갔어. 새 둥지도 보고 아이폰에 담아 아들에게 보여주었다. 아들은 짓느라 얼마나 애를 썼을까 하니 나도 웃었어. 우리도 새처럼 둥지를 지을 수 있다면 좋겠어. 그럼 렌트비도 안 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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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호수 벤치 옆에서 발견한 새둥지


6월이 되니 아파트 뜰에 인동초 꽃 향기 가득하고 아이폰에 꽃 사진 담고 있는데 얼굴이 우윳빛처럼 뽀얀 백인 할머니가 날 보고 웃으며 꽃 이름을 묻는데 내가 알아야 대답하지. 몰라요라고 말하며 향기가 좋다고 하니 웃으셨다. 평소 그 할머니의 태도를 보면 인종차별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맨해튼에서 7호선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에 돌아와 다시 시내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나랑 같은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할머니는 날 보고 인상 쓰며 저 멀리 뒤로 떨어지라고 하니 속이 상했지. 난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랐는데 딸에게 그 일을 말하니 인종차별이라고 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자주자주 반복했다. 그런데 그 할머니 태도가 180도 변해 웃었지. 그런 이야기를 딸에게 하니 할머니가 치매 걸렸나 하니 다시 웃었다. 짐작에 어쩌면 아일랜드계 이민자인 거 같다. 대개 얼굴빛이 하얗고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오래전 롱아일랜드 양로원에서 만난 할머니도 아일랜드계였는데 멋쟁이셨다. 아일랜드 하니 대학원 시절 만난 경제학 교수님도 생각난다. 영화배우처럼 멋진 스타일의 의상을 입으셨다.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아일랜드 사람들이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셨다. 매주 주말이 되면 수업을 마치고 보드카를 즐긴다는 교수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허스키한 교수님 목소리가 알아듣기 어려워 혼이 났다.



IMG_2788.JPG?type=w1 내가 사랑하는 뉴욕 롱아일랜드 파이어 아일랜드 /롱아일랜드는 차 없이 살기 힘들어.



태양이 활활 불타올라 푸른 파도치는 파이어 아일랜드가 그리웠다. 맛있는 과일 잔뜩 싸들고 여름 내내 휴식하면 좋을 거 같다는 꿈같은 생각만 한다. 파도 소리 들으며 하얀 갈매기 나는 모습 보며 모래사장 걷다 사슴 몇 마리 보며 행복했는데 플러싱으로 이사 온 후 소형차를 팔아버려 머나먼 곳으로 변했다. 평소 운전을 즐기지 않아서 갈 때마다 낯선 길 달리는 것이 두려운데 도착하면 가장 좋아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롱아일랜드 파이어 아일랜드는 날 기억하고 기다릴까. 내가 뉴욕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파이어 아일랜드. 게이들의 섬이라고 알려진 것을 나중 알게 되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바닷가 정말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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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127.jpg?type=w966 매일 아침 장미향기 맡으며 새들의 합창 들으며 행복을 찾는 나.



지난 5월 초까지 두꺼운 겨울 스웨터 입었는데 중순경 잠시 천상의 날씨 같더니 어느새 여름이 되어버렸다. 오래전 휴양지 같아서 좋다고 했는데 요즘은 습도가 너무 높아 짜증 지수가 올라가려 했지. 차가운 얼음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에어컨이라도 켜면 좋을 텐데 벌써부터 가동하면 비싼 전기세가 걱정이다. 그래서 한숨만 푹푹 쉬었지. 그러다 얼음 둥둥 뜬 냉수 몇 잔을 마시고 샤워를 몇 차례나 하고 말았다. 벌써 더위랑 싸우는 계절이 왔어. 더운데 저녁 식사 후 오븐에 피자까지 만들어 구워 먹었다.


저녁 아주 잠깐 오페라를 보다 중단했다.


그나저나 벌써 이리 더우면 어떻게 무더운 여름을 지낼까.

산들바람이 그립구나.

제발 바람아 불어다오.

내가 사랑하는 푸른 바다도 그리워.

마음은 바다로 달려간다.




Friday, June 5

Thomas Adès’s The Exterminating Angel
Starring Audrey Luna, Amanda Echalaz, Sally Matthews, Sophie Bevan, Alice Coote, Christine Rice, Iestyn Davies, Joseph Kaiser, Frédéric Antoun, David Portillo, David Adam Moore, Rod Gilfry, Kevin Burdette, Christian Van Horn, and John Tomlinson, conducted by Thomas Adès. From November 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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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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