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로나_소소한 행복

by 김지수

2020년 6월 10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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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수그러들어 행복했던 수요일 아침 일찍 성스러운 세탁을 하러 갔지. 아무도 없어서 조용한 지하에 혼자서 세탁물을 넣고 집에 돌아왔다. 날씨가 좋으면 손빨래를 하는데도 밀린 빨래들이 날 불러 세워 숙제를 했지. 마음 무거운 세탁을 하고 나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서 하얀 구름 타고 하늘로 여행 가고 싶어.


세탁은 행복을 준다. 한국처럼 집에서 편안히 세탁을 했더라면 어쩌면 세탁하면서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을지 몰라. 아, 뉴욕... 극과 극을 보여주지. 1940년대 완공된 낡고 낡은 아파트 지하 공동 세탁기 나이가 35세. 힘들게 세탁하고 나면 저절로 감사함이 든다. 나의 행복은 아주 작은 데서 오지. 감사하는 마음도 행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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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작약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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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수국꽃



아침 일찍 천상의 정원을 보러 갔지. 이웃집 정원에 숨겨진 보물을 캐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반틈 감긴 장미꽃과 개화한 장미꽃도 보고 보랏빛 라벤더 꽃 향기를 맡았어. 그뿐 만이 아니야. 이웃집 정원에는 무궁무진한 보물이 숨겨있어. 발견한 사람이 임자야. 데이지 꽃, 양귀비 꽃, 수국 꽃들의 향기도 맡았어. 내가 보러 가지 않았으면 꽃들이 외로웠을 텐데 내가 가서 속삭여주었지. 나 말고 꽃 향기 맡은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 이상해. 꽃향기가 정말 좋은데도 그냥 무심히 지나간다. 난 골목길을 돌면서 마음의 보물을 찾으러 매일 신천지를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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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꽃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은 라벤더 꽃이 정말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

보랏빛 라벤더 꽃 보며 오래전 맨해튼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만나 부부도 생각났다. 롱아일랜드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는 여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에꼴 데 보자르' 미술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다고 해서 놀랐는데 남편분은 파리에서 대사로 지내다 은퇴하셨다고. 그 부부 테이블 위에는 밀란 쿤데라 소설이 놓여 있었다. 프랑스를 무척 사랑하는 부부는 히브리어, 불어, 영어 등 여러 개 언어를 구사하고 매년 프랑스 프로방스와 니스와 모나코 등을 여행한다고 하니 얼마나 좋을까. 고흐, 모네, 샤갈, 마티스, 피카소, 르느와르 등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프랑스 프로방스에 여행 가고 싶은데 아직은 꿈으로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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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꽃


사랑스러운 나의 아지트 북 카페는 어찌 지내고 있을까. 코로나가 끝나면 북 카페가 사라질까 걱정이다. 지금도 비싼 임대료 내는데 수입이 예전과 같지 않을 텐데 어떻게 서점이 운영되는지 몰라. 맨해튼은 문화 예술의 천국.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보물 같은 도시지. 왜냐고?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를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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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나의 보물섬이 잠들어 버렸는데 대신 아침 산책을 하다 천국의 놀이터를 발견했어. 비록 내가 가진 재주가 없지만 즐겁게 사는 방법은 터득했어. 평생 어렵고 힘든 일이 많고 언제나 나 혼자 처리해야 하니 스트레스에 파묻혀 죽을 거 같으니 저절로 터득했는지도 모르지. 생존하기 위해 숨 쉬는 법을 터득한 거야. 나의 숨쉬기는 글쓰기와 사진 찍기와 책과 음악과 그림과 자연이야.


맨해튼에서 공연과 전시회를 볼 수 없으니까 나의 작은 갤러리를 만들기로 했어. 매일 이웃집 정원에 가서 꽃 사진 찍고 사진 작업하면서 기록을 하지. 나의 작은 갤러리가 아닌가. 작은 갤러리 운영도 쉽지가 않아. 엄청난 시간 소모를 하니 책 읽을 시간도 없어서 고민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나 봐.



앵두나무

저녁 무렵 딸과 함께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가다 이웃집 정원에서 앵두나무 발견하니 좋았지만 내 입에 들어오지 않더라. 공원 호수에는 동네 사람들 전부 나와 휴식을 하게 보일 정도 사람들이 많았다. 고목나무에 그물침대 걸어두고 휴식을 하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은 초록 숲 속에서 신나게 뛰어놀더라. 호수에서 수영하는 거북이 떼도 보았어. 동네를 산책하다 올해 처음으로 코스모스 꽃을 봤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꽃 보고 우리들이 떠올랐어. 바람이 불면 우리도 이리저리 흔들리잖아. 흔들리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저녁에 어릴 적 읽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 오페라를 봤다. 내가 잘 모른 지휘자인데 오케스트라 공연이 참 좋아 행복했던 밤.


수요일 1만 4 천보를 걸었다.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간다. 어느새 6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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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본 코스모스꽃




Wednesday, June 10


Humperdinck’s Hansel and Gretel
Starring Christine Schäfer, Alice Coote, Rosalind Plowright, Philip Langridge, and Alan Held, conducted by Vladimir Jurowski. From January 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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