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로나_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

by 김지수


2020년 6월 11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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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플러싱 주택/백합꽃과 수국꽃과 클레마티스꽃이 한창이다.


백합꽃과 장미꽃과 수국 꽃이 예쁘게 핀 아름다운 6월의 아침도 천국의 놀이터를 찾아다녔지. 코로나로 사랑하는 놀이터 맨해튼이 잠들어 버려서 슬펐는데 새로운 천국을 이웃집 정원에서 발견하니 매일 아침 꿀벌처럼 이집저집 방황하고 다니며 행복을 찾는다. 숨겨진 행복을 찾는 기쁨을 아무도 모를 거야. 가만히 있으면 행복이 넝쿨째 굴러들어 오지 않더라. 예쁜 꽃 한 송이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걸어 다녀. 고독한 날 달래는 새들의 합창도 들으며 꽃 향기를 맡지. 예쁜 수국 꽃과 장미꽃과 클레마티스 꽃이 핀 이웃집 정원에서 내 영혼은 휴식을 했어. 지난 4월인가 이른 아침 딸과 산책을 하며 등나무 꽃 보았던 집이었다. 지금은 등나무 꽃은 지고 말았어. 브루클린 식물원 장미 정원에 가면 클레마티스 꽃이 많이 피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잠들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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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근처에 있는 작고 아담한 주택 정원에 걸린 작은 화분이 얼마나 예쁜지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작은 소품 하나가 분위기를 바꾸니 놀랍지. 철쭉꽃이 지는 계절인데 아직 피어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여름철이라서 아이보리빛 옥잠화 꽃이 방긋하고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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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에 피는 옥잠화 꽃


별 모양 꽃도 발견하고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웃었어. 나 어릴 적 맛있는 과자도 드물었지.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종합 선물 세트 선물 받으면 무척 좋아했어. 동네 구멍가게에서 별사탕 사 먹었던 추억이 떠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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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탕 모양의 예쁜 꽃 이름은 몰라요.


공원 호수 주변에서 연녹색 질경이 풀도 보았다. 한국에서 자주 봤던 풀인데 뉴욕에도 있으니 반가워. 또 어릴 적 읽은 소설책에 자주 등장한 제라늄 화분도 보았어. "그대가 있어서 행복합니다"라는 꽃말도 무척 예쁘다. 산책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잃어버린 요크셔테리어(5파운드, Tan and Gold Color)를 찾는 슬픈 주인의 메모도 보았어. 며칠 전 아침 9시에 잃어버렸다는데 어디로 갔을까. 깜박 잊을 뻔했다. 주택가 정원에서 뱀딸기도 봤어. 이름이 뱀딸기라서 무서운데 효능이 좋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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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질경이 풀과 뱀딸기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 윌슨 테니스 라켓을 든 가족을 만났다. 이른 아침 테니스를 치고 오나 봐. 코로나만 아니라면 유에스 오픈 테니스 축제도 볼 텐데... 참 슬퍼. 매년 여름 아들과 둘이서 테니스 축제 보러 가는데 올해는 구경하기 힘들겠다. 본선 경기가 열리기 전에는 무료로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 구경도 하니 신나지. 또 선수들 인터뷰도 보는데 작년 아들과 내가 약간 늦게 도착했는데 무료 이어폰을 받아야 선수들 인터뷰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이어폰이 없다는 직원. 그래서 내가 포기했을까. 아니지. 이어폰 찾으러 3만 리~어렵게 이어폰을 구했는데 하필 로저 페더라 인터뷰가 막 끝나 버려 너무나 슬펐어. 재작년에는 그의 인터뷰도 봤지.



IMG_8857.jpg?type=w966 그림처럼 예쁜 열매들


무더운 열기에 올해 처음으로 작은 선풍기를 켰다. 딸이 엄마와 동생을 위해 키다리 선풍기를 아마존에서 주문했는데 아래층 할아버지가 우리 집 선풍기 소음으로 성질을 내니 할 말을 잃었다. 바로 그 선풍기는 유에스 테니스 경기장에도 내가 사랑하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에도 많이 있던데 선풍기 날개 도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는 아래층 노부부. 그래서 어쩔 수없이 엄지손가락 선풍기를 주문했어. 실은 그리 작은지도 몰랐어. 아마존 인기 상품이고 가격이 저렴해 주문했는데 정말 엄지 손가락처럼 작아.


가끔씩 할아버지 부부네 우편물이 우리 집에 도착하니 우편배달부 노릇도 한다. 노부부 우편물이 우리 집에 도착하니 그리스 출신 이민자란 걸 알았어. 그리스 아테네에서 온 우편물에 그리스 이름이 보였다. 귀가 너무너무 특별한 분 같아서 아들에게 할아버지 젊을 적 무얼 하셨지? 하다 혹시 지휘자였나 하니 아들이 그럴 리 없다고 말하니 웃었다. 지휘자는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선풍기 소음으로 불평할 성품이면 불가능하다고. 암튼 가끔씩 궁금하다.


저녁 메트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는데 나의 에너지는 바다 밑으로 잠수했어. 맨해튼 음대에서 <베르사유의 유령> 오페라 포스터를 보고 궁금했는데 나의 에너지는 왜 잠수한 거야. 무더운 열기인가. 아니면 스트레스인가. 고등학교 시절 <베르사유의 장미> 순정 만화책 봤는데 왜 유령일까. 아주 오래오래 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프랑스에 여행 갔을 때 베르사유의 궁정도 구경했는데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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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부터 작약꽃, 수국꽃, 장미꽃



장미꽃, 수국 꽃, 옥잠화 꽃, 백합꽃, 작약꽃... 여름에 피는 꽃들의 향기 맡으며 행복했어.

그나저나 언제 나의 천국의 놀이터 맨해튼이 깨어나지.

참 알 수 없어라.

어쩌다 지구촌이 바이러스 전쟁터로 변했을까.

범인이 누구야 누구. 잡히면 가만 안 둔다.

근데 다시 생각해도 제라늄 꽃말이 예뻐.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



IMG_8850.jpg?type=w966 붉은색 제라늄 꽃




Thursday, June 11
John Corigliano’s The Ghosts of Versailles
Starring Teresa Stratas, Renée Fleming, Marilyn Horne, Graham Clark, Gino Quilico, and Håkan Hagegård, conducted by James Levine. From January 10,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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