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로나_ 아직 악몽은 끝나지 않았어

by 김지수

2020년 6월 12일 금요일


IMG_9017.jpg?type=w966 장미 넝쿨 우거진 플러싱 주택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 금방 금방 잊어버린다. 왜 그럴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건가. 정말이지 나이 들어 치매라도 걸린다면 하늘이 무너질 일이지. 건강하게 즐겁게 사는 것이 축복이다.


달콤한 휴식이 필요했다. 저녁 오페라도 관람 안 하니 몸이 가벼웠다. 일상의 무게가 없이 귀족처럼 산다면 매일 저녁 2-3시간 걸리는 오페라 보는 것이 부담이 안 될 텐데 저녁 식사 후 설거지 마치자마자 오페라 보는 것은 오페라를 사랑하는 팬인데도 불구하고 피곤했다. 아무리 좋아도 내 몸이 편해야지 다른 사람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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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만나러 아침 산책을 갔다. 이웃집 정원에 핀 꽃들을 보면 행복하다. 잔잔한 바람맞으며 장미꽃, 수국 꽃. 백합꽃 향기 맡으며 걸었지. 지난번 찾은 용궁에 다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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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의 작은 용궁에 거북이와 토끼 대신 금붕어 몇 마리가 산다.


밤에 본 용궁과 아침에 본 용궁이 다르더라. 서부 라스베이거스의 낮과 밤처럼 달랐어. 조명이 무척 화려하고 예쁜 라스베이거스의 밤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거처럼 휘황찬란한데 아침이면 회색빛 도시가 된다. 용궁도 비슷했어. 아침에 본 용궁에는 낚시꾼 두 명이 있어서 웃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학도 보니 기분이 좋았어. 고고한 학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다.



IMG_9072.jpg?type=w966 백장미 꽃 향기가 정말 좋더라.



아침 산책이 참 좋다. 매일 아침 반복해도 좋은 걸 어떡해. 노란 반달이 날 따라다녀 외롭지 않았다. 빨강 새도 자주자주 노래를 불렀다. 습관이 중요하다. 눈 뜨면 산책을 하러 간다. 수 십 년 전 직장 생활할 때는 새벽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고 한 밤중 집에 돌아오면 피곤에 짓눌려 쓰러질 거 같아도 일상의 무게를 잊지 않고 해냈다. 세월이 흘러 두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니 비로소 내 시간이 찾아오니 가능한 일이다.


코로나 후 화장지 가격이 너무 인상되었어.

아침 산책하고 세탁 세제와 빵을 사러 동네 마트에 갔다. 마트에 가면 맛있는 과일이 많은데 난 왜 작아지는 걸까. 맛있는 체리는 파운드당 8불(+세금) 정도니 너무 비싸다. 포도, 복숭아, 살구, 수박 등 먹고 싶은 과일도 많은데 눈으로만 먹었다. 마트 출입문 밖에는 화장지가 쌓여 있어 지난번 화장지 사러 브롱스까지 간 기억이 났다. 21세기에 사는데 화장지를 구입하기 어려웠다. 오래전 동네 마트에서 13.99(+세금) 불 했는데 지금 가격은 25.99불(+세금). 요즘은 화장지를 구입할 수는 있는데 가격이 많이도 인상되었다. 지난 3월에는 동네 마트에도 화장지가 없고 한인 마트에도 없고 Target과 BJ'S에도 없어 답답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 세계 최고 부자 나라 미국에서 화장지가 없다는 것이 믿어져. 다시 생각해도 우습다. 화장지 사러 브롱스까지 시내버스 타고 찾아갔어. 암튼 코로나로 물가가 인상되어 고민 고민이 깊어만 간다. 그래도 닭고기 가격이 가장 저렴하니 좋았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평소 저렴했던 닭고기 가격도 엄청 인상되어 슬프다. 닭고기 너마저 그림이 되어야 하나.


우리 집 식탁은 한식이다. 그러니까 한인 마트를 이용한다. 동네 마트는 가까워서 편리하지만 한국 음식을 팔지 않으니까 늦은 오후에도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당면, 생선, 두부, 포도, 소고기와 빵가루를 구입해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왔다. 전날 치킨 가스 만들 때 마지막 남은 빵가루를 다 사용했다. 뉴욕 최고 셰프 장 조지는 자주자주 연락을 한다. 그렇지. 맨해튼은 외식 문화가 발달했다. 매일 최고 셰프가 만들어 준 음식을 먹으면 좋겠지. 누가 모르나. 형편이 안되어 그냥 살지. 삶이 뜻대로 되나.


그냥 세월만 흘러가는데 코로나는 어디서 막이 내릴까. 미국 전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는 코로나 19를 '최악의 악몽'이라고 표현하며 확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도 코로나의 위기에 대해 잘 모른 사람들이 많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일어난 일이고 정치적이고 전문적인 의학 분야라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 관련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수많은 의문 부호가 생긴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지구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내가 요즘 스트레스가 쌓인 이유 가운데 하나다.


뉴욕이 멈춰버린 것도 처음이다. 소중한 일상을 잃어버렸지. 지하철만 타면 보물섬으로 달려가는데 아직도 잠들어 있다. 참 답답해. 정말 그렇지. 내 평생 언제 팬데믹으로 이리 고생한 적이 있었나.


금요일 약 1만 1000보를 걸었다.



IMG_9070.jpg?type=w966 여름 국화꽃도 예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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