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5일 월요일
예쁜 수련꽃을 보기 위해서 지난 토요일, 일요일에 이어서 월요일 아침에도 황금 연못에 다녀왔다. 날 그곳에 데려간 것은 천상의 날씨. 실은 몸은 무너져 내렸지만 정신력으로 버티었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불가능하고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 물론 뜻대로 되지 않은 게 거의 대부분이지만 황금 연못이야 육체적인 한계에 도전하니까 정신력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지.
그런데 늘 가던 곳인데 빨강 새랑 놀다 길을 잃어버렸다. 빨강 새 부부를 보았는데 암컷은 조용히 초록 나무 가지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데 수컷 새가 가만히 있지를 않아. 지붕 위로 나무 위로 이리저리 날아다녀.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빨강 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들에게 엄마가 빨강 새랑 놀다 길을 잃어버렸다고 하니 만화에 새랑 놀다 길을 잃어버린 내용이 나왔다고 하면서 엄마가 만화책 주인공이라고 하니 웃었지.
그러니까 오래전 추억이 생각난다. 뉴욕 정착 초기 시절에도 차가 없을 때 아들 학교에 오리엔테이션을 하러 갔는데 갈 때는 집주인이 출근길 우리를 데려다 주어 쉽게 갔지만 돌아올 때는 우리 힘으로 찾아와야 하는데 차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쉽게 집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한 여름 땡볕이 내리쬐는데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당시는 휴대폰도 없고 아는 사람이라곤 집주인 밖에 없는데 집주인에게 연락할 방법도 없었지.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길을 찾아 헤맸는데 골목길이 너무너무 비슷했다. 비슷비슷한 주택 모양 그리고 울창하게 우거진 숲과 나무들. 적어도 1시간이면 집에 도착할 거라 생각은 착각이었어. 헤매고 헤매다 4시간 만에 집에 돌아와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참 많다.
3일 연속 황금 연못에 가서 마음에 드는 수련꽃 사진을 찍고 싶은데 욕심이 지나친 건가. 망원렌즈도 없고 아이폰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는 것은 도전이었지. 태양빛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도착한 시각 빛에 따라야지. 그래도 연못에 가면 나무에서 오르락내리락 재롱을 부리는 청설모도 보고 거북이도 보았지. 자연이 좋아. 마음을 평화롭고 넉넉하게 하니까.
그런데 빨강 새랑 놀다 길을 잃어버리고 시간이 지체되니 마음이 급해서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평소와 달리 달려오는 시내버스를 붙잡아 탑승했는데 버스 노선이 내 생각과 달라 조금 놀랐지만 차분히 기다린 순간 버스 기사가 종점에 도착했다고 하니 웃고 말았어. 버스에는 나 혼자 탑승하고 있었어. 어쩌나. 할 수 없어. 버스에서 내렸어.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일도 당황하지도 않아. 왜냐고. 길을 잃어버린 경험도 있고 시내버스에 잘못 탑승한 경험도 있으니까. 암튼 집에는 늦게 돌아오고 말았다. 긴긴 시간을 황금 연못 다녀오는데 썼다. 곧 장미가 작별할 거 같으니까 이리저리 헤매다 달콤한 장미꽃 향기도 잊지 않고 맡았어.
장미꽃 향기를 맡고 있는 꿀벌도 많이도 봤어. 나도 올여름 꿀벌처럼 살고 있구나. 매일 아침 꽃 향기 맡으러 이집저집 찾아다니니까. 꽃 향기 아니면 아마도 스트레스에 진즉 쓰러졌을지 몰라. 혼자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아야지. 누가 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겠어. 내가 해야지. 쓰레기통을 매일 비우듯 감정의 쓰레기통도 매일 비우며 깨끗하게 해야 행복을 느껴. 내 마음속이 상처로 가득하면 상처로 고통을 받겠지. 상처를 빨리 치유해야지. 치유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안 그러면 평생 고통받고 산다. 내가 고통받으면 누가 알아주나. 고통은 고통을 낳으니까 상처는 빨리 치유하자. 나의 치유 방법은 글쓰기, 사진 찍기, 음악 듣기, 산책하기, 그림 감상, 책 읽기 등.
늦은 오후 딸과 함께 동네 마트에 가서 수박 한 통 샀다. 딸이 수박값이 비싼 줄 모르고 고른 눈치. 영수증 받으니 수박이 이리 비싸냐고 내게 물었지. 여름에는 시원한 과일이 정말 좋은데 수박 가격이 저렴하지 않으니까 세일하면 사 먹고 택시를 부르는데 딸은 수박값 내고 혼자 무거운 수박 들고 오느라 힘들었어. 덕분에 올해 처음으로 맛있는 수박을 먹었다. 수박 한 통 가격은 12불인가. 난 평소 반액 정도 하면 사 먹는다. 형편이 안 되면 모든 욕구는 냉동고에 보관해야지. 참고 참고 참고 살아야지. 형편도 안되는데 욕구 충족시켰으면 진즉 저 세상에 갔을 거야.
정말 코로나는 언제 사라질까. 코로나만 아니라면 뉴욕시를 구석구석 찾아다니려고 마음 단단히 먹었는데 바이러스가 나의 자유를 감금시켰어.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얼마나 가슴 설레었던가. 어느새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무얼 했지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코로나 걱정하느라 매일 밤 잠도 못 이루며 시간을 보냈지. 머리가 터질 거 같은 기사만 읽고 또 읽으며 무서운 세상 공부를 하고 있다. 세상이 장미꽃 향기로 가득하면 좋을 텐데 바이러스로 가득하니 이를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