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로나_늦잠꾸러기 수련꽃

by 김지수

2020년 6월 1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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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꾸러기 수련꽃이 날 실망시켜 슬펐어. 새벽에 깨어나 황금 연못에 달려가서 예쁜 수련꽃을 담으려 했는데 내가 도착한 시각 잠들고 있었다. 몇 시에 도착했냐고. 이름 아침 6시가 지나서. 그러니까 집에서 얼마나 빨리 출발했겠어. 수련꽃은 언제 가장 예쁘게 핀지 모르고 있었다. 사진은 빛이 정말 중요한데 장미와 수국 꽃은 집 근처에서 자주 보니 햇살이 좋은 시각을 알지만 수련꽃은 흔하지 않으니까 어느 시간에 가장 좋은 빛인지 모르고 있었다. 이틀 연속 연못에 가는 것은 예쁜 수련꽃을 담기 위해서. 그런데 잠들어 있으니 답답했어. 너무나 당황스러운데 바로 집으로 돌아오기는 아쉬움 가득.


IMG_9196.jpg?type=w966 그루터기에게 몇 살인지 물었어.


뒤를 돌아보니 그루터기가 보여 나무의 나이테를 들여다보며 나이가 얼만지 궁금해 물었어.


-그루터기야 너 몇 살이니?

-비밀이야. 나이가 아주 많아. 넌 몇 살이니?

- 난 스물두 살이야.


내 나이를 말하자 그루터기가 웃었다. 오래전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소더비 가는 길 만난 하모니카를 불던 할아버지랑 이야기하다 내 나이가 스물둘이라고 하니 웃으며 믿지 않으셨다. 내 마음은 스물둘이야. 왜 믿지 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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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왕복 7마일 거리에 있는 황금 연못. 차가 있으면 아주 편리할 텐데 차도 없으니 터벅터벅 걷거나 달려가는데 마음먹어야 가게 된다. 수년 전 자주자주 아들과 방문했는데 나의 게으름인지 아니면 너무 바빠서인지 한동안 가지 않다 연못에 핀 수련꽃 보러 갔지. 한동안 장미꽃 영혼을 만나 즐거웠는데 서서히 시들어 가고 있어.


IMG_9227.jpg?type=w966 황금 연못에서 잡은 물고기



집으로 바로 돌아오기도 어려운데 고개를 돌리니 낚시꾼 한 명이 연못에서 큰 물고기를 잡아 웃고 있었다. 그분도 사진 한 장 담고 나도 사진 한 장 담았지. 그런데 물고기를 다시 연못에 놓아주더라. 아마도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낚시를 하나 보다 짐작을 했지. 황금 연못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는데 그리 큰 물고기가 산 줄은 몰랐다. 오래전 하얀 백조 가족을 만났는데 요즘은 안 보이고 거북이 친구들이 많이 산다. 또 연못에서 우는 소리가 들여오는데 무슨 동물인지 궁금하다. 왕개구리 울음소리일까. 모습이 안 보이니 알 수가 없어.



IMG_9206.jpg?type=w966 황금 연못 수련꽃



수련꽃은 잠들어 있으니 고속도로 건너 호수를 보러 갔지. 혹시나 하얀 백조가 사는가 보려고. 역시나 백조가 없고 멀리 요트 정박장이 보이는데 그곳까지 달려갈 에너지는 없어서 다시 황금 연못으로 돌아와 잠든 수련꽃이 깨어나길 기다렸다. 황금 연못 근처에 사는 분들은 얼마나 좋을까. 연못 근처 초록 들판에는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뉴욕은 강아지 천국 같아.


연못 옆 벤치에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도 있으니 그림 같은 풍경이야. 나도 나무 그늘에 앉아서 휴식을 했지. 혹시나 늦잠을 잘까 알람도 맞추고 잠들어 새벽 일찍 집에서 출발해 일찍 집에 돌아오려고 했는데 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 다른 일도 해야 하는데 연못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야생화 향기 가득한 연못이라 기분도 좋기도 하지만 집에서 가깝지 않아서 마음이 아주 편하지는 않은 곳.


가슴 태우고 기다렸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드디어 수련꽃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꽃잎이 열리기 시작하는데 내가 원하는 빛은 아니어서 실망했지만 오래오래 머물 수 없어서 사진 몇 장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 연속 연못에 가니까 피곤이 밀려와 눈이 스르르 감길 거 같지만 식사 준비와 빨래를 했지. 하지만 책 읽을 시간도 없고 오페라 볼 에너지도 없었어.


아, 그렇구나. 신의 열매도 먹었어. 맛있는 앵두를 먹었지. 붉은색 앵두가 맛이 좋더라. 요즘은 체리를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 어릴 적 앵두를 많이 먹었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 마트에 가서 세일 중인 돼지고기 약간과 복숭아와 아보카도를 샀다. 오후에도 호수에 산책하러 갔지. 동네 사람들은 공원에서 테니스도 하고 있으니 평화로운 풍경이었어. 마스크도 착용 안 하고 운동하니 코로나가 사라진 거 같았지. 정말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백신은 만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고 해. 천문학적인 돈이 아깝기도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 위한 복지 정책을 펴면 좋을 텐데 돈은 엉뚱한 곳에 쓰이기도 하지. 정말 사스처럼 코로나도 사라지면 좋겠어. 매일 기도를 한다.


종일 24159보를 걸었다. 이틀 연속 혼자서 황금 연못에 다녀왔다.


IMG_9190.jpg?type=w966 수레국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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