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6일 화요일
천상의 날씨가 춤을 추고 내 마음도 춤을 추었지. 지난 토요일부터 4일 연속 황금 연못에 도전했다. 집에서 왕복 7마일 거리라 마음먹어야 가니까 도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황금 연못은 집에서 가깝지 않으니까 조금만 마음이 게을러지면 가기 힘들다. 기도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늘 마음을 정갈하게 하려고 노력하지. 깨끗한 마음이라 행복이 느껴져. 며칠 계속 방문하니 신체적으로 상당히 힘들어서 군인 아저씨도 생각났어. 매일 훈련받으면 얼마나 힘들까. 그럼에도 훈련을 마치는 군인들이지.
예쁜 수련꽃 찍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를 않아서 며칠 아침 시간에 방문하다 어쩌면 오후가 더 좋은지 몰라서 집에서 2시경 출발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다. 내가 사랑하는 황금 연못인데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어.
이른 아침 시간에는 낚시꾼 몇 명이 있지만 그런대로 조용했다. 그런데 오후 시간에는 연못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고 긴 망원렌즈도 없는데 가능한 연못 가까이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그런 장소는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 이를 어쩌랴. 하루 종일 연못에서 지내야만 어떤 시간 빛이 가장 좋은지 알 텐데 집에서 가까운 곳도 아니고 차도 없으니 오래 머물지 못하니 아직도 어느 시간 빛이 가장 좋은지도 모른다. 물론 빛은 그날그날 다르다.
황금 연못 주변을 이리저리 돌고 있는데 날 위로하는 빨강 새도 보았다. 연못에서 만난 건 처음이라 반가웠어. 어제 새랑 놀다 길을 잃어버린 근처에서 빨강 새 생각났는데 그 순간 노래를 불러 신기했다. 마음속에 있으면 만나게 될까.
며칠 계속 수련꽃 찍으러 갔는데 늘 날 피하는 물새 한 마리를 만났다. 물새가 날 먼저 보고 비행기 속도보다 더 빨리 날아가니 어떤 새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드디어 만났어. 예쁜 수련꽃 대신 물새 한 마리 봤어.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물새 한 마리는 날 기억하는 눈치였다. 고독한 물새 한 마리는 나처럼 고독을 씹었을까. 나랑 처지가 비슷하니 날 쳐다보았을까. 자연과 벗 삼아 보낸 세월이 얼마나 길더냐. 얼마나 오랫동안 고독을 씹었던가. 정말이지 대학원 시절 단 한 명의 한국 학생만 봐도 행복할 거 같았지. 친구랑 초록 풀밭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행복은 마음속에서 상상으로 가능한 일이었지. 정말 고독한 세월을 보냈지. 한국이라면 다정한 친구에게 전화해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떨었을 텐데 뉴욕에서는 자연과 벗 삼아 지내고 있다. 맨해튼 나의 아지트에 가면 우연히 지인들 만나 이야기도 하지만 일부러 전화해서 만난 적은 거의 없다.
또, 오랜만에 청동 오리 두 마리가 산책을 나왔더라. 하얀 백조 가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연못에 비친 파란 하늘과 초록 나무 그림자도 보고 연녹색 개구리밥도 보았어. 아마도 개구리가 많이 사나 봐. 마음이 넉넉해지는 황금 연못. 자연이 좋아. 바람 불어도 좋고 햇살 가득한 곳에서 휴식하면 좋아.
아침 일찍 산책도 하며 백합꽃, 장미꽃, 라벤더 꽃 향기도 맡았지. 꽃이 1년 내내 피면 좋을 텐데 잠깐 피고 지니까 아쉽지. 여름은 점점 깊어만 가지만 아직은 백합꽃과 장미꽃 향기 가득하니 좋아. 얼마 있으면 매미가 우는 계절이 오겠구나. 그 무렵 아무것도 모르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왔지.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고 겁 없이 왔어. 돌아보면 아득한 길이었지. 태양이 활활 불타 오를 때 낯선 땅에서 얼마나 헤매며 고생했던가. 단 한 사람도 아는 이 없는 뉴욕에서 우리 가족은 무한 도전장을 내밀었지.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세상을 펼쳐가는 것은 눈물과 고통과 열정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