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7일 수요일 흐림
이른 아침 딸과 함께 동네 베이글 전문점에 맛있는 베이글과 컵케이크와 크로와상 빵을 사러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파랑새 가족이 고목나무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반가웠다. 파랑새 노래 들으니 우리는 동화책 주인공이 된 느낌. 하루 종일 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이웃집 바비큐 하는 냄새 맡으며 조용히 집에서 글쓰기 하며 시간이 흘러갔다. 4일 연속 황금 연못에 수련꽃 찍으러 다녀왔는데 수요일 하늘은 흐려서 안 가길 잘했지. 흐린 날은 수련꽃이 예쁘게 피지 않으니까.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라면 언제든 방문할 텐데 마음 단단히 먹어야 방문이 가능하지.
장미꽃 백합꽃 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6월 센트럴파크도 그리웠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초록 풀밭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할머니 Janet Ruttenberg는 무얼 하고 계실까. 그분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지. 센트럴파크에서 가끔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곤 했는데 명성 높은 화가인 줄도 몰랐는데 어느 날 뉴욕 시립 미술관에서 그분 전시회가 열려서 깜짝 놀랐다. 수 십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을 그렸다는 그분 연세는 올해 89세. 남편이 엄청 부자인데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할머니 화가도 혹시 하늘나라로 떠나셨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그분을 뵌 적이 없지만 여름이면 그분이 생각나곤 한다. 아름다운 노후를 보낸 분들이 많은 뉴욕. 노안이라 시력도 안 좋을 텐데 작품 활동을 하니 얼마나 멋진가.
여름이면 센트럴파크에서 셰익스피어 연극도 보고 나움버그 콘서트도 보고 서머 스테이지 공연도 봤는데 코로나로 멈춰버렸으니 얼마나 슬픈가. 셰익스피어 동상 근처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 탱고 강습도 열렸지. 아름다운 탱고 음악에 맞춰 연인들이 꼭 껴안고 춤을 추는 모습은 멋진 풍경이야. 내 마음도 덩실덩실 춤을 추지. 거리 음악가들도 노래를 부르는데 대학 시절 좋아한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흥겨운지 몰라. 허름한 옷 입고 벤치에 앉아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할아버지도 많아서 놀란다. 또,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뉴요커들도 많고 여행객과 뉴요커 모두 사랑하는 센트럴 파크 너무나 그리워. 베데스다 분수에는 예쁜 수련꽃과 연꽃이 피었을까. 호수에서는 보트를 타며 낭만을 즐기는데...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매일 맨해튼에서 놀았는데 어쩌다 뉴욕이 잠들어 버린 거야. 아, 슬퍼... 백 년 동안 잠들면 어떡하지. 정말 걱정이야.
백합꽃 피는 계절이라 스테이트 아일랜드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에서 만난 할머니 화가도 그립다. 백합꽃 피는 아름다운 계절에 풀밭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 바다 전망이 무척 아름다워 가끔 산책하러 가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찾아갔지. 사랑하는 나의 아지트에 간지도 꽤 오래되었다.
언젠가 그곳에서 아주 큰 물고기를 잡는 낚시꾼을 보고 싱싱한 생선을 구입하고 싶었는데 하필 지갑에 돈이 없었다. 물론 생선이 너무너무 커서 내가 혼자 들고 갈 수도 없었지. 그런데도 욕심이 생겼지만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봤던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는 누구 입으로 들어갔을까. 회집이라면 엄청 비싸게 받았을 거야. 적어도 1주일 정도 배부르게 먹었을 텐데 왜 돈이 없었을까.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는 뉴욕 항구와 자유의 여신상과 로어 맨해튼 전망이 보이는 뉴욕 명소이다. 미국 최초 여성 사진작가 중 한 명인 앨리스 오스틴의 유품과 사진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이고 국립사적지로 등록되었다. 그녀가 사용하던 카메라, 오르간, 난로, 식탁 등 유품을 보관하고 있다.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는 플러싱에서 상당히 멀다. 지하철 타고 맨해튼에 가서 다시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를 타고 다시 시내버스를 타야 하니까. 돌아보면 나도 대단했어. 서울에서 부산 정도 거리가 되는 곳에 다녀오곤 했으니까.
사랑하는 맨해튼이 그립고
나의 그리움은 점점 깊어만 간다.
초록이 짙어가는 여름도 점점 깊어만 가는데
뉴욕은 언제나 깨어날까.
음악을 사랑하는 지인들은 모두 무얼 하고 지낼까.
언젠가 카네기 홀에서 만난 록 음악가는 터키에서 올여름 라이브 공연 연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별별 사람 다 만난 카네기 홀도 그리워. 오페라 사랑하는 수잔 할머니, 은퇴한 변호사, 도서관에서 일하는 제프, 작곡가, 파리 출신 화가 할아버지(쇼팽을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사준 커피도 마셨어), 베를린 피아니스트, 음대 교수, 콜럼비아대 교수, 뉴욕에 여행 온 여자 의사(어릴 때 발레 공부했다고 하니 놀랐지), 폴란드 저널리스트 여행객, 일본 여행객 할머니, 브라질 여행객 등 다양한 사람들 많이도 만났어.
그립다 그리워 천국의 놀이터 맨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