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9일 금요일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춤을 추던 날 이른 아침 호수에 가서 산책하고 장미꽃과 백합꽃 향기를 맡았다. 하얀 구름이 너무너무 예뻐서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데 너무나 멀리 있어서 포기했어. 파란 하늘 속으로 들어가면 만질 수 있을 텐데... 새들도 지저귀고 청설모 두 마리는 전깃줄에서 아장아장 걷는데 나 혼자 땀이 났지. 아슬아슬한 전깃줄이 무섭지도 않은가 봐. 파란 하늘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를 보니 부러웠지. 새들은 자유로운데 우리는 뭐야. 코로나만 아니라면 이 좋은 여름날 사방팔방 돌아다닐 텐데. 정말 올해는 브루클린 곳곳을 돌아다니려 계획했는데 물거품으로 변해 버렸어. 하얀 백조 떼들이 사는 브루클린 동네도 가고 싶은데 언제 가 보나.
환상적인 날씨가 날 유혹하니 황금 연못에 다녀오려고 밖에 나왔는데 딸이 함께 가자고 연락이 와서 기다렸다. 땡볕 아래 걷다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멀리서 연못을 바라보니 하얀색 동물이 보여 난 하얀 백조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백조보다 더 날씬하게 생겨 백조가 아닌 것을 알았다. 백조가 내가 하는 말을 들었으면 화를 냈을까. 고고한 백로 한 마리를 보았어. 그동안 학과 백로도 구분하지 못했는데 여름 철새는 백로, 겨울 철새는 학이라고 하네. 그럼 여름이니 백로지. 연못에서 백로를 만난 것은 그날이 처음이야. 하얀 백조와 물새와 청동 오리와 거북이들은 보았지만 백로는 귀한 동물이라 반갑다. 바쁜 딸이 찾아가니 융숭한 접대를 했나 봐. 너무 반가워 악수라도 하고 싶은데 금세 휙 하고 날아가더라.
연못 건너 바다도 구경하러 갔는데 파란 하늘이 얼마나 예쁘던지. 파란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데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 그림보다 더 예쁘더라. 연못 근처 초록 언덕에서는 일광욕을 하거나 가족끼리 과일을 가져와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 황금 연못 근처 야생화 꽃 향기 맡으며 고추잠자리 보며 수련꽃도 아이폰에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오후 딸과 함께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과일, 두부, 생선, 육고기, 상치 등을 구입해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었다. 무거운 짐 들고 걸으니 땀이 졸졸 흐르더라. 시원한 냉수와 잔잔한 바람과 푸른 파도가 그리운 계절. 파도 소리 들으며 바닷가에서 거닐고 싶다. 사랑하는 롱아일랜드 파이어 아일랜드 너무나 그리워. 사슴도 보고 파도 소리 들으며 모래사장 거닐면 좋은데 꿈같은 일로 변했어. 왜? 차가 없어. 택시비는 너무 비싸. 아...
그리운 맨해튼은 잘 지내고 있을까. 뉴욕도 6월 8일부터 1단계 경제 정상화를 시작했고 건설업과 소매업 등의 일자리에 복귀했다. 총 4단계로 나뉘어 경제 재개를 할 계획인데 최종 단계까지 1개월 반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동네 미용실도 22일 오픈한다고 적혀 있더라.
매일 눈 뜨면 받는 선물 같은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 있을까. 나의 모토는 단순해.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즐겁게 행복하게 살자." 인생이 뜻대로 안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야지. 매일 고통만 받고 살 수는 없지. 괴로움과 근심과 걱정은 장미꽃 향기 맡으며 잊어버리고 자연 속에서 산책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난 자연이 좋아. 숲과 나무와 바다과 꽃과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새 등. 뉴욕에서 고독하게 살지만 내 친구들이 얼마나 많아. 태양, 달님, 새, 바람, 파란 하늘, 바다, 호수, 숲, 나무. 장미꽃, 백합꽃.., 친구가 셀 수도 없이 많아.
내가 최선을 다해도 안 되면 할 수 없지. 어떻게 하겠어. 하늘의 뜻에 순종하고 살아야 하구나를 늦게 깨달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도 상당히 많고 노력해서 이뤄지는 것도 조금 있더라. 오래오래 살면서 터득했지. 젊을 적은 꿈만 꾸고 사니까 세상이 뭔지도 모르고 남자도 모르고 사람 마음도 모르고 인생도 몰랐어. 그래도 평생 헛된 망상 하지 않고 아무런 의미도 없이 소음과 분노로 가득 찬 세월을 보내지는 않았으니까 무의미의 축제를 한 것은 아니겠지. 껍데기 같은 인생을 누가 살고 싶겠어. 그렇지 않아. 우리가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할 수 없어. 하늘의 뜻이 있더라. 그걸 운명이라 부르더라. 매 순간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려고 노력하고 방황했지. 천천히 가도 괜찮아. 내가 원하는 길로 천천히 가자. 쉼 없이 가다 보면 어딘가에 길이 있겠지. 길이 없으면 만들어야지. 희망으로 꿈으로 멋진 삶을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