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조엘과 롱아일랜드 몬탁
2020년 6월 23일 화요일
새벽 4시 반 잠에서 깨어나 5시경 호수에 일출을 보러 가는데 숲 속에서 여명의 빛이 내게 새벽 인사를 했어.
가로등 불빛 켜진 호수에 도착하니 어제와 비슷한 여명의 빛이 보였지. 호수에서 기러기 가족을 봤는데 어린 새끼들이 얼마나 많던지 놀랐어. 요즘 세상이라면 한 명 출산해도 힘들다고 자녀 없이 지내는 부부도 많은데. 기러기는 렌트비, 교육비, 식비와 의복비 걱정을 안 하니 새끼들을 많이 나을까. 몇 마리인지 셀 수도 없이 많아서 웃었어. 다시 해님을 찾아 길을 떠났어. 꼭 멋진 일출 풍경을 담고 싶어서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는데 날 계속 실망시키는 해님.
해님과 숨바꼭질했나. 이웃집 동네 정원에서 산책하는데 창가에 붉은 태양이 놀러 와 뒤돌아 보니 해님이 보였다. 사진을 찍었는데 형편없어서 올리지 않았어. 그래서 잠시 혼자 상상을 했지. 롱아일랜드 몬탁 바닷가라고. 그곳에서 일출을 보면 멋지겠지. 플러싱 동네에서 바다를 상상하며 꿈을 꾸었지.
우리 가족이 정착 초기 살았던 롱아일랜드 동쪽 끝에 몬탁이 있는데 해돋이로 명성 높아서 새해 첫날 방문객이 무척 많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추수 감사절에 우리 가족이 기차를 타고 그곳에 가는데 고생을 많이도 했지. 차를 타고 갔으면 편리했을 텐데 낯선 장소 운전을 꺼리는 편이라서 기차를 이용했다. 하지만 우리가 살던 제리코에는 기차역이 없고 제리코에서 가까운 기차역은 힉스 빌에 있다.
Hicksville (힉스 빌)하면 대학 시절 자주 듣던 사랑하는 곡 <피아노맨>을 부른 빌리 조엘이 살던 동네다. 뉴욕 브롱스에서 태어나 롱아일랜드 힉스 빌로 이사를 갔다고. 대학 시절 좋아하던 가수가 뉴욕 출신이란 것을 알고 조금 놀란다. 그때는 뉴욕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으니까. 오로지 유럽에 미쳐있었지. 작곡가 명예의 전당(1992년), 로클롤 명예의 전당(1999), 롱아일랜드 뮤직홀 명예의 전당(2006)에 오른 빌리 조엘에게도 암흑의 시기가 있었단다. 어렵게 만든 앨범이 인기가 없자 자살 시도를 했다고. 늦은 밤 술집에서 피아노 치며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유지했단다. 누구에게나 암흑의 시절이 있나 보다. 빛의 세상으로 나가기가 참 힘들지만.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빠졌는데 다시 힉스빌 기차역. 교통의 요소이나 힉스빌 역에서 몬탁에 가는 기차는 자주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힉스빌에서 맨해튼 방향으로 가는 기차에 타고 자메이카 역에 내려서 다시 거꾸로 롱아일랜드 몬탁에 가는 기차를 탄다. 그러니까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힘들게 몬탁에 도착했는데 추수 감사절이라 모두 어디론가 떠나고 하얀 갈매기가 우릴 반기더라.
기차역에는 커피 한 잔 사 먹을 곳도 없어서 깜짝 놀랐다. 미국이 한국과 다르다. 텅텅 빈 몬탁에서 식사할 장소를 찾는 것도 거대한 모험 같았어. 사방팔방으로 부동산 중개사무소만 보여서 놀랐지. 어렵게 찾은 레스토랑에서 햄버거와 다른 요리를 주문했는데 햄버거는 그런대로 먹을 만 한데 딸과 내가 주문한 요리는 정말이지 차라리 그림이라면 좋겠는데 가격은 비싼데 실망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다시 우리 가족이 골탕을 먹은 것은 토마토케첩. 뚜껑을 열면 소스가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를 않아서 얼마나 애를 먹었던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내가 사랑하는 바다 구경하러 몬탁에 가느라 고생만 죽도록 하고 하얀 갈매기와 푸른 바다는 보고 돌아왔지. 딱 한 번 갔다. 가끔 방문해도 좋을 텐데 현실이 녹녹지 않아서. 슬픈 건 당시는 휴대폰도 없어서 사진도 없어.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슬프니까 가끔 꿈을 꾼다. 가끔은 꿈이 날 행복하게 하지. 붉은 태양보다 엉뚱하게 몬탁까지 여행을 갔네.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붉은색 양귀비꽃이 날 환영하니 기쁜 마음이었지. 옆에는 시든 수레국화꽃이 슬픈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어. 수레국화꽃이 뉴욕에 많지 않아서 귀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늦잠꾸러기 노란 선인장 꽃도 보았어.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색 지붕이 있는 주택 근처에 주차된 차에 주황색 백합꽃이 놀러 왔더라. 빛이 근사하니 멋진 그림이 되어 날 기쁘게 했어. 이웃집 뜰에 핀 남보라빛 산수국 꽃도 무척 예뻐 그림 같았지.
어제 보다 무더위는 약간 수그러들었다. 저녁 메뉴는 오랜만에 고등어조림. 김치와 호박과 고등어를 넣어 조림을 만들었다. 요즘 평소 고등어구이를 먹는데 너무 더워 어븐을 켤 용기가 안 나서. 뉴욕에 오기 전 대학가에서 고등어 김치 조림 먹던 추억도 생각났어. 나 어린 시절 고등어는 식탁에 자주 올랐는데 수 십 년 세월이 흐르니 고등어 반찬도 아주 저렴하지 않았지. 대학 어학원에서 영어 수업 잠시 받던 무렵 외국인 강사가 무척 많아서 놀랐지. 우리 대학 시절에는 외국인이 참 드물고 대학가 근처에 카페도 드물었는데 수 십 년 세월이 흐르니까 맛집도 많이 생기고 카페도 많아서 놀랐다. 외국인들이 당시 한국이 좋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잘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온다. 당시 대학 부설 언어교육원 강사에게는 아파트도 제공하니 렌트비도 들지 않고 한국은 식사비가 정말 저렴하다. 팁과 세금도 없으니까 더 저렴하고 좋다. 지금 뉴욕과 비교하면 한국은 천국이야. 그때는 몰랐어. 한국을 떠나 뉴욕에 오니 한국의 좋은 점이 보인다. 가까이서 안 보이는데 멀리서 보이는 것도 있다. 그래서 귀한 자식에게는 여행을 시켜란 말이 있다. 여행 가서 고생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 훗날 혼자서 어려움을 헤쳐가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