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아침... 노란 해바라기 꽃과 추억들

by 김지수


색채의 마술사 샤갈 초상화(2012년 롱아일랜드 Nassau County Museum of Art)


2020년 6월 24일 수요일


수요일 비가 올 줄 알았다. 일기 예보에 의하면 수요일과 목요일 비가 온다고 했으니까. 며칠 예쁜 일출 사진 담아볼 욕심에 새벽에 깨어나 피곤하니 비가 내리면 늦잠을 자려고 했다. 새벽 5시에 눈을 떴는데 다시 잠들어 버리고 6시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하늘은 흐리고 비는 내리지 않아 밖으로 나갔다.


싱그러운 아침이 좋아. 신선한 공기 마시며 초록 나무 보며 새들의 합창 들으며 꽃향기 맡으며 산책하면 머리도 맑아지고 마음도 깨끗해진다. 복잡한 마음은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안 그러면 병이 생겨. 산책하면 마음도 치유가 된다. 산책이 참 좋아. 이른 아침은 공기도 신선하고 조용하니 더 좋다. 검은색 오디 열매가 내 입속에 들어오지 않지만 신이 만든 뽕나무도 자주 가서 쳐다본다. 플러싱에서 초등학교 시절 본 뽕나무 열매 오디를 본 것은 기분 좋은 일이야. 오디 맛이 아주 좋아.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더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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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이 되자 서서히 장미꽃이 시들어 가나 군데군데 장미꽃이 핀 정원도 있고 요즘 백합꽃이 한창이다. 이웃집 정원은 나의 놀이터. 이집저집 돌아다니며 꽃 향기 맡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놀러 온 호수에서 기러기 가족도 만났다. 소나무와 수양 버드나무와 하늘과 구름이 반사된 호수도 그림처럼 예쁘다. 거북이 한 마리는 호수에서 나와 숲 속에 있더라. 호수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혹시 친구랑 싸웠나. 초록 나무에 올라가는 청설모랑도 눈이 마주쳤어. 청설모 꼬리도 정말 길더라.



IMG_0253.jpg?type=w966 청설모


뉴욕에 새들이 많아서 종일 노랫소리 듣고 살지만 한밤중은 싫어. 수면 방해를 하니까. 며칠 전 새들이 자정이 넘도록 잠을 자지 않고 노래를 불러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아들은 새들이 결혼식 한다고 말하고 난 새들이 전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아들은 청춘이라 결혼식이 먼저 떠올랐을까. 아마도 난 지구촌이 코로나와 전쟁 중이라 전쟁이 떠올랐을 거라 혼자 생각한다.



식물원 연상하게 하는 플러싱 주택 정원(돌나물 꽃이 아주 많은 집) 느낌이 특별하고 좋아.



코로나 전에는 거의 매일 맨해튼에 가니까 동네 호수에 다녀오는 게 전부, 가끔은 아들과 함께 황금 연못에 갔다. 코로나로 내 발이 묶이니 이웃집 정원이 나의 놀이터로 변하니 매일 무슨 꽃이 피었나 살펴보고 있다. 처음 산책을 시작할 때는 30분 그러다 점점 산책 시간이 길어지고 요즘은 1시간 반 내지 2시간 동안 하기도 한다. 이웃집 수저 젓가락이 몇 개 있는지는 모르지만 무슨 꽃이 피고 진가는 알고 있다. 장미꽃잎이 떨어지는 소리도 듣는다. 매일 쏟아부은 시간 덕분이야. 며칠 전 뉴욕 식물원 웹사이트에 접속해 혹시나 문이 열면 장미 정원에 가보려고 했는데 아직도 잠들고 있는데 웹사이트에 올려진 꽃 사진보다 내 브런치와 블로그에 올려진 사진들이 더 많아서 웃었다.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다 보니 생긴 결과다. 뉴욕 식물원 웹사이트보다 내 브런치와 블로그 사진이 더 많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뉴욕 식물원은 세계적인 식물원에 속해. 그러니까 웃음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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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제전이 시작되었나. 태양의 열기가 아파트에 가득할 뿐 아니라 상당히 무더운 날이라 산책하는데도 땀이 흘렀다. 천도복숭아를 사러 동네 마트에 갔는데 닭고기가 세일 중이라 함께 구입해 장바구니에 넣고 터벅터벅 걷는데 온몸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침 8시 전인데. 캘리포니아 천도복숭아가 우리 가족 구세주야. 폭염에 시원한 과일이 최고. 살구는 가격이 비싸 눈으로만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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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입구에 진열된 노란 해바라기 꽃을 보자 우리 가족이 롱아일랜드에 살 때 낫소카운티 뮤지엄 오브 아트(Nassau County Museum of Art)에서 본 샤갈 특별전이 떠올랐다. 뮤지엄 뜰에 노란 해바라기 꽃이 한창일 때 전시회를 보러 갔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무렵에는 전시회 다닐 여유가 없었는데 음악과 그림을 무척 사랑하는 지인이 하얀 눈이 펑펑 내린 겨울날 날 데리고 운전하고 갔는데 하필 문이 닫혀 가는 날이 장날이었고 그렇게 뮤지엄과 인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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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샤갈 특별전이 열린다고 하니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갔는데 너무 좋아서 두 번이나 전시회를 보았다. 두 번째 방문은 아들과 함께. 아들도 샤갈을 무척 사랑한다.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은 서울 시립 미술관(2004)에서도 보았다. 뉴욕 맨해튼 유대인 박물관에서도 샤갈 특별전이 열렸지만 그동안 본 전시회 가운데 롱아일랜드 뮤지엄에서 본 게 가장 좋았다. 기회는 항상 오지 않은데 더 자주 가서 볼 걸 그랬지. 뮤지엄 입장료와 시간 계산하다 다 놓친다. 그러다 나중 후회하지.


뉴욕에 떠나 오기 전 우리가 살던 아파트 가장 큰 방을 서재로 사용했고 그때 이태리제 테이블 위에 샤갈 초상화를 두고 투명한 유리로 덮었다. 나도 색채의 마술사 그림을 사랑했으니까. 알 수 없는 운명의 회오리바람에 지금은 그 초상화는 어디로 간지도 모른다. 나와 인연이 깊었던 책들을 비롯 많은 것들이 내게서 멀어져 갔다. 뉴욕에 오려고 짐 정리를 할 때 큰 단체에 기부를 했다. 첼로 악보와 피아노 악보와 수많은 책들은 누구와 인연이 되었을까. 바이올린 악보는 뉴욕에 일부 가져왔다.


마트에서 나와 집으로 향해 걷다 노란 선인장 꽃도 보았다. 늦잠꾸러기 천년초 노란선인장꽃. 잠들어 있는 꽃이 더 많았다. 강한 햇살이 비쳐야 잠에서 깨어나는 노란 선인장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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