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30일 화요일
어느새 유월의 마지막 날. 세월은 말없이 와서 말없이 떠난다. 세월은 늘 앞서가고 난 늘 뒤에서 떠난 세월을 바라본다. 무얼 하며 지난 반년을 보냈을까. 새해 이브 멋진 꿈을 꾸고 올해는 뉴욕시 구석구석을 돌아보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코로나 위기로 나의 보금자리가 있는 플러싱에서 머물렀다.
정말이지 카네기 홀에서 요요마, 카바코스, 엠마누엘 엑스 공연을 볼 때만 해도 코로나 위기는 생각도 못했다. 플러싱에 사니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는 것이 쉽지 않아서 고민 고민하다 공연을 봤는데 돌아보면 멋진 선택이었다. 내년 1월까지 카네기 홀 공연이 없다고 하니 얼마나 슬픈가.
영문도 모른 채 코로나 위기를 맞아 덕분에 세상 공부를 하게 된 것이 반년의 소득이 되련가 모르겠다
저절로 세상에 눈을 뜬 것은 아니다. 코로나 하면 빌 게이츠와 앤서니 파우치가 나오니 관련 기사를 읽게 되고 새로운 눈으로 두 사람을 보게 되었다. 또 에이즈, 사스, 메르스 등이 뭔지 호기심이 커져만 갔다. 코로나 위기로 언론 스타가 된 파우치.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은 앤서니 파우치는 누구인지 궁금증이 커져만 갔고 읽으면 읽을수록 부정적인 기사가 많아서 놀란다. 50년 동안 미국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일한 파우치는 정말 건강을 위해 일했는지 의문점이 많다. 50년 동안 일했으니 파워가 얼마나 특별하겠는가. 태양 같은 파워라 미국 대통령도 그보다 더 많은 보건 정책을 알기는 어렵겠다. 또 79세 할아버지는 하루 4시간 잔단다. 정말 특별 특별해.
빌 게이츠 마찬가지다. 미디어들은 빌 게이츠를 좋아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글도 있다. 개인이 세계 보건 정책을 맘대로 하려고 하는 빌 게이츠 속마음이 의심스럽다. 인류 건강을 위해 보건 정책을 마음대로 하는 건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그런 건지. 아래 글을 읽어보면 의심이 풀릴 것이다.
지구촌 팬데믹인데 코로나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아서 한편으로 놀라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치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이라서 어렵고 복잡하다. 코로나 백신도 정치적이다. 정치는 누굴 위해서 할까.
학생 시절 교과서에서 '금권정치'란 표현을 보고 아주 낯설었는데 요즘 정치를 보면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부유층을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들. 블로그에서도 정치인을 지지한 것을 보면 '정의'가 아니라 '이익'이 앞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그럴 거라 생각도 못했다. 공부를 많이 하면 올바르게 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돈과 이익을 앞세운 사람들이 많다. 겉은 번지르 한데 속은 시커먼 사람들도 많다. 속마음은 학력과 외모와 사회적 지위와 비례하지 않는다. 나도 늦게 깨달았다.
평생 처음으로 지구촌 위기를 느꼈다. 난 한국 전쟁을 경험한 세대도 아니고 세계 2차 대전도 경험하지 않았지만 코로나 전쟁은 지구촌 역사를 바꿀 만큼 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 코로나 관련 글을 간단히 써서 올렸다. 놀랍게 주위 브런치와 블로그에서 코로나와 코로나 백신에 대해서 소개한 글이 드물었다.
매일 맨해튼 나들이하다 집에서 지내니 지난 5월 평균 2855 보를 걸었다. 그런데 코로나 기사를 읽으며 속이 터지고 위기가 빨리 끝날 거 같지 않으니 포기하고 6월은 매일 아침 산책을 하기 시작하니 평균 11000보가 넘게 걸었다. 평소 동네 호수에 갔는데 점점 산책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 보니 이웃집 정원에 핀 꽃들이 뭔지도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황금 연못에도 다녀왔다. 그 후 혼자서 수련꽃을 보러 갔다. 물새도 보고 하얀 백로를 보아 반가웠다. 땡볕 아래 집에서 왕복 7마일 거리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렇지. 뭐를 하든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이 없으면 영원히 불가능한 것도 있지.
6월에 나의 생일도 있다. 딸이 주문한 생일 케이크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해마다 아들과 함께 생일 즈음 주말 뉴욕 식물원 장미 정원에 방문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문이 닫혀 슬프게 방문도 하지 못했는데 혹시나 문을 열었나 궁금해 웹사이트에 접속하니 내 브런치와 블로그에 올려진 꽃 사진들이 더 많아서 혼자서 웃었다. 매일매일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사실 꽃 사진 작업은 힘들다. 좋은 카메라도 없기도 하지만 꽃 사진 촬영이 쉽지 않다.
뉴욕은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 매년 6월은 축제가 정말 많이 열린다. 그런데 전부 취소가 되어버렸다. 센트럴파크 셰익스피어 연극, 서머 스테이지, 메트 오페라, 뉴욕 필하모닉 공연, 타임 스퀘어 요가 행사,...
뉴욕 문화가 특별하고 다르니까 뉴욕에 살지 않은 사람은 뉴욕 문화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비단 한국과 문화 차이가 난 것은 아니다. 이웃 나라 캐나다 토론토도 뉴욕과 문화가 많이 다르다. 런던, 파리, 베를린...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뉴욕에 살고 싶어 한 사람이 많다. 그런데 잠들어버렸다.
잠들지 않은 도시 뉴욕이 잠들어 버렸으니 얼마나 특별한 위기인가. 그래도 뉴욕 곳곳에서 스트리밍 공연을 볼 수 있게 해 주니 감사한 마음으로 시간이 되면 공연을 봤다. 메트 오페라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무거우니 집중이 안 되면 음악만 듣기도 했다.
6월의 마지막 날도 변함없이 이른 아침 산책을 갔다. 호수 수양 버드나무 근처 벤치에 앉아 초록빛 호수를 보며 쉬고 있는데 흑조가 나타나 웃었어. 흑조가 날개를 펴면 배트맨 같다고 딸이 별명을 지었다. 흑조는 별명을 모르겠지. 그리고 올여름 처음으로 호수에서 노 젓는 남자를 보았다. 매년 같은 자리에서 노 젓는 연습을 하는 분이다. 한 번도 우린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동네 호수에서 연습하니 그림 같은 풍경이다. 또 하나 특별한 것은 기러기 새끼들이 엄마 없이 호수에서 놀더라. 엄마 졸졸 따라다닌 때가 며칠 전 같은데 어느새 자라서 신나게 놀더라.
내 마음을 화사하게 하는 꽃 향기도 맡았지. 수국이 예쁘게 핀 집 정원에 가서 보고 또 보았다. 키가 나 보다 더 큰 백합꽃도 보고 와인빛 백합꽃도 보고 능소화 꽃과 양귀비꽃도 보고 반가웠다. 또 올해 처음으로 채송화꽃을 보아서 기뻤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본 꽃이라 그냥 반갑다. 태어나 자란 곳을 어찌 잊으리. 어릴 적 추억은 소중하다. 내 마음속에 살다 가끔씩 날 불러낸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추억은 늘 그 자리에 머문 것도 재밌다. 친정아버지가 가꾸던 정원에 핀 꽃들을 보면 더 반갑고 기쁘다. 하늘에 계신 친정아버지도 그립다.
위기 한가운데 매일 산책하면서 가끔 오페라 보면서 세월을 보냈고 내일이면 7월이 시작된다. 남은 반년은 무얼 할 수 있을까. 7월이면 뉴욕시가 혹시나 정상으로 돌아오나 생각했는데 코로나 위기가 곧 끝날 거 같지 않은 분위기다. 어제 이웃집 짐 정리하는 청소 업체 보고 놀랐다. 연세 지긋한 한인 교포 부부랑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늘 밤중에 집에 돌아오는 것을 보곤 했다. 코로나 위기로 한국에 역이민 하는 분들이 많다는 기사도 읽었다. 갈수록 마음은 한없이 복잡한 시점. 태양은 변함없이 뜨고 진다. 매일 새벽하늘과 석양을 보곤 한다.
꽃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유월이 떠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