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뉴요커 이야기

by 김지수

2020년 7월 8일 수요일


뉴욕의 태양은 팔팔 끓는다. 혼이 나갈 거 같지만 그래도 즐겁게 살아야지. 오늘은 재밌는 일도 많아서 자주 웃었다.


IMG_1757.jpg?type=w966 초록이 눈부신 동네 호수 아침 정경 / 뉴욕 플러싱


호수에 산책하러 갔는데 내 팔뚝 만한 물고기 한 마리가 호수 위로 뛰어오르다 다시 잠수했다. 반대편 호수에서는 낚시를 하던데. 난 멀리서 보고 웃었다. 물고기도 낚시꾼이 어디에 있는지 아나 봐. 동네 호수에서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다. 무더운 더위를 잊게 하는 초록 나무 그늘 아래서 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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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처음 본 고양이 만화


호수 근처 도로에서 뉴요커 잡지를 봤는데 아들이 사랑하는 고양이 만화더라. 1990년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 슬쩍 페이지를 넘기며 만화를 봤지. 90년대 한국에서는 고양이를 애완용으로 기른 사람을 별로 보지 않았는데 요즘은 많이 키우더라.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박사 학위 받아 귀국한 지인도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데 어찌 지낸 지 궁금한데 소식이 뚝 끊겼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책에도 자주 등장했던 거 같아. 그 작가 책도 읽은 지 오래오래 되어 가니 기억이 흐리다.


어제 본 예쁜 백일홍 꽃도 다시 보러 갔지. 작은 꽃송이라 어쩜 그리 예쁜지. 눈을 호수처럼 크게 뜨고 바라봤어. 내 아이폰에 담긴 백일홍 꽃 사진보다 더 예쁘다. 내 마음이 예뻐서 꽃이 예쁘게 보이나. 농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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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백일홍 꽃 / 아래) 백합꽃


또, 세상에서 가장 큰 백합 꽃송이를 봤어. 키도 크고 꽃송이도 크더라. 어떻게 그리 키가 큰지 궁금한데 비밀이라고 알려주지 않더라. 내게 슬쩍 알려줘도 될 텐데...


내 아이폰에는 꽃의 요정들이 산다. 매일 꽃 사진을 찍으니 요정들이 살지. 내가 슬프고 힘들 때 꽃의 요정이 나타나 위로를 하더라. 전화로 불러내 차 한 잔 마실 친구가 가까이 없으니 예쁜 꽃과 초록 나무와 바람과 파란 하늘과 새들이 나의 친구들이야.


IMG_1753.jpg?type=w966 살구나무와 노란색 새장이 있는 집


다들 바쁘게 사는 뉴요커들. 행복하기 위해 일하는데 일을 위해 일하는 것인지 행복한 삶을 위해 일하는 것인지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도 너무너무 많은 뉴욕. "뉴욕은 위를 봐도 끝이 없고 아래를 봐도 끝이 없다"라고 표현한 아들 친구 엄마도 언제 한 번 봐야 하는데 그분이 맨해튼에서 일하니 너무 바쁘다. 그분 말처럼 잘 사는 사람도 너무너무 많고 반대의 경우도 너무너무 많다.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룬 뉴욕. 코로나 위기에 맨해튼 병원에서 일하니 스트레스 너무 많다고 하셨는데 연락한 지 꽤 된다. 그분의 열정은 태양처럼 뜨거워. 일도 하면서 동시 공부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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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산딸기/ 라벤더 꽃이 시들어 가니 도깨비 방망이 같아. 칠월이 되면 꽃이 시들어 간다.



아, 그렇지. 오늘 도깨비방망이를 많이 봤어.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다. 여기 모여라. 어디서 도깨비방망이 봤냐고? 동네에서 산책하다 봤어. 보랏빛 라벤다 꽃이 시들어 가니 영락없이 도깨비방망이로 보이더라. 도깨비방망이 두드려 코로나 사라지라고 주문을 외우고 싶다. 그리고 지구촌에 착하고 열심히 사는 분들에게 행복과 복을 많이 주라고 주문을 걸고 싶어.


도깨비방망이는 빌 게이츠와 파우치는 안 줄 거다. 돈 많은 부자들이니까. 돈 많은데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백신 만드는데 앞장서는 두 사람. 정말 지구를 구할 백신을 만들면 좋겠는 게 거꾸로 사람 죽이는 백신 만들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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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주택가 뽕나무 오디 열매를 먹는 청솔모와 눈이 마주쳤어.


잊을 뻔했네. 뽕나무 오디 열매를 먹는 청설모를 보았어. 세상에 어쩜 내 입에 오디 열매가 안 들어오고 청설모 입으로 들어가지. 가끔 뽕나무 보러 가는데 오늘 청설모가 오디 열매 먹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리 맛있는 오디 열매를 혼자 먹으니 욕심꾸러기. 내게도 나눠주면 좋을 텐데 왜 혼자 먹을까. 동물들이 나무 열매를 먹을 거라 짐작을 했지만 처음이었어. 누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이 뭐냐고 물으면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서 먹은 홍시라고 말할 거야. 감나무에서 떨어진 홍시가 얼마나 맛이 좋던지 잊을 수 없어. 그때는 간식이 정말 귀하고 귀했지. 할아버지도 오래오래 전 하늘나라로 떠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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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은 시들어 가고 노란 해바라기꽃과 코스모스 꽃이 피는 계절.



태양이 지글지글 불타오르니 노란 해바라기 꽃과 코스모스 꽃이 피더라. 노란 해바라기 꽃을 보면 대학 시절 좋아한 <해바라기> 노래가 떠올라. 정말 좋아했던 가수였는데 라이브 공연을 볼 기회는 없었다. 주옥같은 노래를 함께 들은 친구들은 모두 멀리 있으니 그립구나. 언제 우린 만나게 될까. 꿈 많던 청춘 시절 내 운명을 몰랐지. 내가 뉴욕에 간다고 하니 친구들은 충격을 받았지. 세상 모든 커플이 헤어져도 내가 작별하고 멀리 떠날 줄 몰랐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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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사온 무지개 케이크


무더위를 잊게 하는 즐거움이 또 있다. 딸이 아이스라테 커피를 먹으러 가서 무지개 케이크를 사 왔다. 빨강 노랑 초록 색 등으로 만든 케이크 맛도 색색별로 다르더라. 6월 말 프라이드 축제가 열릴 즈음 스타벅스와 베이커리에서 무지개 케이크를 파는데 올해는 코로나가 뉴욕을 잠들게 했지. 나 어릴 적 엄마가 생일날 만들어 준 무지개떡도 생각났다. 그때는 빵집도 드물었다. 생일날 집에서 무지개떡을 만드셨다. 친정 엄마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다. 삶이 뜻대로만 된다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더라. 친정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니까 죄인 같다. 운명을 피할 수 없었지. 평생 홀로 고독한 길을 걷게 될 거라고 나도 몰랐지.



또 하나 이야기가 남았네. 뉴욕과 보스턴에서 어학연수하다 코로나로 고민 고민하다 서울로 돌아가 다시 7월에 뉴욕에 올 거라 들어서 뉴욕에 있는지 안부를 물었는데 지금은 서울에 있는데 주위에서는 뉴욕에 가지 말라고 하는데 서울에서 지내다 보니 다시 뉴욕에 오고 싶다고 하더라. 뉴욕에서 힘들고 어렵게 살 때는 서울이 그립고 서울에 가니 뉴욕이 그립단다.


암튼 답답한 코로나!!! 코로나 전쟁이야. 말하자면 3차 세계 전쟁이지... 총탄이 없는 세계 전쟁이 더 무섭구나.


오두막은 사하라 사막처럼 뜨거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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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동네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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