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일 토요일
어느새 팔월. 아니 벌써 팔월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더 즐겁게 보냈을 텐데 매일 읽는 뉴스가 지옥 같았다. 마음이 답답하니 플러싱에서 이른 아침 산책을 시작했지만 나의 아지트 맨해튼이 그립기만 했다. 용기를 내어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팔월이 열리는 첫날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코로나로 위험하긴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7호선을 탔다.
브라이언트 파크
브라이언트 파크 지하철역에 내려 초록 나무 우거진 공원에 가니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가 초록 풀밭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운데 중년 남자가 그녀를 훔쳐보는 광경을 나도 모르게 보고 말았다. 눈빛이 마주쳤을 때 어색함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
타임 스퀘어
공원을 나와 타임 스퀘어에 가니 썰렁한 분위기라서 놀라고 슬펐지. 우연히 네이키드 카우보이를 만나 조금 기뻤다. 뉴욕의 명성 높은 카우보이를 항상 만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반갑고 기뻤다.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
모처럼 맨해튼에 갔으니 힘을 내어 그린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도 갔다. 재즈 음악가들의 라이브 공연도 들어서 좋고 공원에서 휴식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놀랐다. 브라이언트 파크와 타임 스퀘어와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잠시 꽃 향기 맡으셔 휴식하다 다시 길을 재촉했다.
소호 갤러리
맨해튼은 지역별로 다른 색채를 보여주니 좋고 다음 목적지는 소호. 명품 매장 즐비란 곳이라 여행객들이 사랑한 곳인데 난 가끔 갤러리 구경하고 하우징 웍스 북 스토어 카페에 가곤 하는데 코로나로 문이 닫혀 슬픈 날. 백만 년 만에 소호 갤러리도 구경하고 거리에서 액자를 파는 상인들도 보고 발걸음을 돌려 유니언 스퀘어로 갔다. 그린 마켓이 열리는 공원에서 마스크 쓰고 체스를 두는 사람도 보고, 노란 해바라기 꽃도 보고, 전자 바이올린을 켜니 나의 기분은 업업 되어 신났다. 음악이 좋다. 거리 음악가 수준도 높다.
종일 17475보를 걸었다. 폭염에 많이도 걷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준비하고 아들과 운동도 다녀오니 하루가 지나갔다. 저녁 하늘에 비친 달이 몹시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는데 같은 시각 아들 친구도 달님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내줘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