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3일 월요일
햇살 좋은 월요일 오후에도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갔다. 정말 얼마 만에 숲 속의 궁전을 보게 되는 것인지. 센트럴파크 남쪽 입구 주변에 호텔가가 즐비한데 뉴욕 귀족들이 사는데 나도 살면 좋겠다. 무더위 혼자서 상상의 날개를 펴고 공원 입구에 들어서는데 귀한 하얀색 백로가 날 반겨준다. 그런데 사진을 담기 어렵더라. 너무 멀어서 망원 렌즈 아니면 불가능했지. 지난여름 퀸즈 베이사이드 황금 연못에서 백로 보고 그 후 처음이라서 반가웠다. 귀한 동물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망원 렌즈로 백로를 담는 카메라맨도 보고 쉽 메도우에 갔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 화가를 보았다.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노인의 열정! 뉴욕 부자라고 하는데 폭염에 센트럴파크에서 그림을 그리니 얼마나 멋진 분인가.
수년 전 뉴욕 시립 미술관에서 그녀의 전시회를 보고 명성 높은 화가란 것을 알았다. 89세라면 걷기도 힘들다고 불평을 하는 나이. 그런데 몇 시간씩 서서 작업을 한다. 특별한 분이라서 그분을 뵈면 기분이 좋다. 백로를 보고 할머니 화가도 보니 기분이 좋아서 하늘로 날아갈 듯했지.
뉴욕 명소 베데스다 테라스와 분수대를 가니 사람들이 없어서 조용했다. 호수에는 보트 대신 거북이들이 살더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어. 존 레넌 부부가 살던 다코타 아파트와 뉴욕 귀족들이 사는 산레모 아파트 비치는 호수도 보고 셰익스피어 조각상에게 다가가 언제 코로나 끝나냐고 물으니 침묵을 지키더라.
무더운 날이라 실은 걷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힘내어 맨해튼 한인 타운에 가서 구경하고 다시 브라이언트 파크에 가고 그 후 이스트 빌리지에 가려다 너무 피곤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변함없이 석양이 질 무렵 아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아침 일찍 산책도 했다. 며칠 머리가 복잡하고 아픈 일이 하나 해결되어 기분이 좋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