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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서

by 김지수

2020년 8월 7일 금요일


코로나 위기로 뉴욕이 뉴욕이 아니다. 정말 심각하다. 뉴욕은 원래 공중 화장실이 드물다. 그래서 맨해튼 나들이가 편하지 않다. 그런데 코로나로 평소 오픈하던 화장실마저 닫아버렸다. 카페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고 심지어 공원도 닫아버리고 스트랜드 서점 화장실도 일반인에게 오픈하지 않는다. 어쩌만 말인지.


거리에는 구걸하는 홈리스가 많다. 코로나 전에도 뉴욕 거리에 홈리스가 많았다. 그런데 갈수록 더 많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젊은 홈리스들도 많다. 뉴욕 부자들은 아트를 수집하는 컬렉터, 가난한 사람들은 쓰레기통을 뒤지며 빈 병과 캔을 수집하는 컬렉터. 정말 슬픈 세상이다. 코로나 전에도 뉴욕의 빈부차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위를 봐도 끝이 없고 아래를 봐도 끝이 없는 뉴욕"이라고 아들 친구 엄마가 표현했다.


8월 7일은 우리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기념일이다. 오래오래 전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도착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 차츰 시간이 흐르자 미국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미국의 장단점이 보인다. 뉴욕에 살면서 특별한 뉴욕 문화에 대해서 놀랐지만 평소 미국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코로나 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고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 의문점이 많다.


매년 이맘때 즈음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아웃 오브 도어즈 축제를 보곤 했는데 코로나 위기로 모든 축제가 취소되어 슬프다.


아침 히로시마 폭탄이 내 가슴에 떨어졌다. 집에서 지내면 죽을 거 같아서 브런치를 먹고 외출했다. 나의 첫 목적지는 유니언 스퀘어 지하철역.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코로나 전에는 북적북적하는 장소이나 비교적 조용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스트랜드 서점에 가서 헌 책을 하나 골라 구입했다. 그리고 서점 맞은편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주문하고 복잡한 마음을 달랬다.


IMG_6182.jpg?type=w966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



커피를 마시며 안정을 하고 나서 가난한 예술가들의 보금자리 이스트 빌리지를 거닐었다. 오래전 아들과 함께 일식 분식집에 가서 우동도 먹고, 이스트 빌리지 교회에서 오래전 시 프로젝트도 보고 댄스 공연도 보고 음악회도 보았다. 또 쿠퍼 유니언 대학에서 열리는 이벤트에도 참가했고 공원에서 열리는 재즈 축제도 보러 갔다.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 바닷가에서 만난 남자는 이스트 빌리지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날 초대했는데 한 번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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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영화 촬영지 이스트 빌리지 Tompkins Square Park


<위대한 유산> 영화 촬영지 이스트 빌리지 Tompkins Square Park에 가니 재즈를 들려주니 좋았다. 벤치에 앉아서 재즈 음악을 들으며 금요일 오후를 보낸 사람들도 있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마돈나, 찰리 파커, 앨런 긴즈버그,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렌트비 저렴한 이스트 빌리지에서 살았는데 지금은 비싼 동네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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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빌리지 버거집과 피자 가게에 손님이 많았지만 코로나 전과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문 닫은 카페도 많고 그만큼 뉴욕 경기가 안 좋다는 말 같다. 과연 앞으로 뉴욕이 어떻게 변할지 몹시 궁금하다. 생계에 위협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모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웃집에 한인 부부가 살았는데 오래전 한국으로 돌아간 눈치인데 그 후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았다. 뉴욕에 사는 한인들 가운데 역이민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미국 의료비가 하늘 같다. 한국은 의료 천국, 미국은 의료 지옥이다. 나이 들면 몸이 종합 병원이다.



저녁 시간 비가 내려서 운동을 하지 않고 아들과 함께 호수에서 산책하며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삶은 현재 진행형. 한국에서도 뉴욕에서도 수많은 의문 부호가 내게 질문을 던지고 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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