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9일 일요일
코로나로 불안한 뉴욕.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여기저기 답사하고 있다. 요즘 뉴욕 나들이가 어려운 이유는 공중 화장실 이용이 어렵고 코로나 감염도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의료비 비싼 뉴욕에서 코로나에 걸리면 죽음이다. 미국 의료비가 비싸니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많다. 맨해튼 나들이때 한 번도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나 뉴욕 미드타운 브라이언트 파크 공중 화장실은 청결도 좋고 코로나 중에서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린 사람들이 많다.
영화처럼 아름다운 브라이언트 파크 일요일 오후 풍경이 궁금해 찾아갔다. 플러싱에서 7호선을 타니 교통도 편리하고 좋다. 매년 여름 축제를 보곤 했던 공원인데 코로나로 잠들어 버려 너무나 슬픈 현실. 레스토랑에서는 뉴욕 타임스를 읽으며 혼자서 식사를 하는 뉴요커도 있더라. 풀밭에서는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평소보다는 너무나 조용한 공원.
코로나로 특별한 상황이라서 다들 조심하고 있는 눈치다. 오래전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열리는 뮤지컬 공연을 볼 때 받은 부채를 들고 갔는데 홈리스가 내게 어디서 받은 거냐고 물어 웃었다. 오페라, 셰익스피어 연극, 음악 축제, 뮤지컬, 영화 축제, 문학 이벤트 등 정말 다양한 이벤트를 열던 브라이언트 파크. 아직 탁구를 하거나 신문과 잡지를 읽는 몇몇 사람도 있지만 예전의 모습은 아니다.
공원 근처 뉴욕 공립 도서관 앞에서 그리니치 빌리지에 가는 시내버스에 탑승하려고 기다리는데 땡볕 아래서 30분 정도를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할 수 없이 포기하고 펜 스테이션 역에 가는 시내버스에 탑승해 매디슨 스퀘어 가든 부근 정류장에 내렸다. 근처 골목길도 너무나 썰렁한 분위기였다. 프로 농구, 아이스하키, 록 음악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볼 수 있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료가 정말 비싸서 자주 볼 수 없는데 저렴한 할인 티켓 구해서 딱 두 번인가 음악 콘서트를 봤다. 여기가 뉴욕이구나를 물씬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라이브 공연을 볼 수도 없다.
뉴욕은 정말 비싼 도시다. 그런데도 500불 정도 티켓도 사서 스포츠나 콘서트를 보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빈부차가 크다. 난 100불 이상하는 티켓은 아무리 보고 싶어도 눈을 감았다. 대학 시절 좋아한 에릭 클랩턴의 공연도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공연도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도 보고 싶어도 포기했던 곳. 우리 가족이 뉴욕에 온 기념일이라고 아들과 함께 라이오넬 리치 공연을 봤는데 정말 너무나 좋아서 환호성을 질렀다. 영국 가수 해리 스타일스는 알지도 못하는데 30불 정도 티켓을 구할 수 있어서 보러 갔는데 역시나 좋았다. 소녀 팬들의 함성이 잊히지 않는다. 그 명성 높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 잠들어 버려 얼마나 슬퍼.
우리 가족이 롱아일랜드에 살 때 자주 이용했던 펜스테이션 역 근처 스포츠 전문 매장도 클로징 세일을 하는 중. 여기저기 문을 닫는 곳이 많다.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그리니치 빌리지로 가려다 시내버스가 오지 않아서 엉뚱하게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갔고 난 메이시스 백화점 근처 헤럴드 스퀘어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 거리에서 구걸하는 젊은 홈리스를 만나면 참 슬프다. 뉴욕은 렌트비가 너무 비싸 홈리스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급여를 받아도 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하는데 갈수록 실업자는 늘어만 가는 추세. 그러니까 홈리스는 더 많아질 거 같다.
헤럴드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갔다. 보헤미안들의 성지였던 공원은 아직도 젊음의 열기 가득하다. 대공황 시절 렌트비를 내지 못해 거리에서 그림을 팔았던 잭슨 폴락도 살았고, 휘트니 미술관이 처음 문을 연 곳도 그리니치 빌리지고, 마크 트웨인도 살았고, 무명의 밥 딜런이 기타 하나 들고 뉴욕에 와서 노래를 불렀던 곳도 그리니치 빌리지. 아직도 재즈 클럽과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이다.
공원에서는 재즈 공연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 라이브 공연이 귀하니 더 좋다. 코로나 전 같으면 매일 쏟아지는 공연을 다 볼 수도 없어서 어떤 공연을 볼지 고민하는데 요즘은 고민이 사라졌다. 대학 시절 좋아했던 Joan Baez (존 바에즈)도 떠올랐어. 밥 딜런과 사랑을 나눌 때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코로나로 뉴욕이 잠들어 버렸는데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젊음의 열기 가득하니 잠시 코로나를 잊게 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잔디밭에 앉아서 휴식하는 모습은 거버너스 아일랜드 재즈 축제를 연상하게 했다.
오래전 거닐었던 그리니치 빌리지 골목길을 거닐었다.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하는 풍경도 보고 '섹스 앤 시티' 영화에 나온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근처도 갔는데 바와 피자 가게와 맥도널드와 커피숍을 제외하고 조용한 분위기다. 여기저기 하나씩 문을 닫는 곳이 많아져간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스트랜드 서점이 있는 곳으로 향해 걸으면서 빈병과 캔을 수집하는 컬렉터를 만났다. 뉴욕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아닐까. 아들은 홈리스를 모험가 또는 컬렉터라고 표현한다. 부자들은 수 백억 하는 그림을 수집하는 컬렉터 가난한 자는 빈 병과 캔을 수집하는 컬렉터.
나도 뉴욕에 오기 전 뉴욕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한국도 빈부차가 크다고 하지만 미국 뉴욕만큼 빈부차 큰 곳도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오래전 반즈 앤 노블 북 카페에서 뉴요커 잡지 읽으니 연 수입 20만 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이웃집은 프라이빗 비행기로 여행 떠난다고 연 20만 불 소득은 그저 평범하다고 하더라.
한국이나 뉴욕이나 사람 사는 곳 다 마찬가지다. 남과 비교하면 너무나 슬픈 자본주의 세상. 월가에서 1주일 100시간 이상 일해서 10만 불 소득이라고 하는데 세금 제하고 남은 돈으로 맨해튼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현실. 그래서 월가에 가까운 브루클린에 산다. 점점 브루클린 렌트비도 인상되어 가는 추세.
그럼 연 10만 불 소득 직장 구하기는 쉬워? 천만에. 뉴욕처럼 경쟁이 심한 곳이 세상에 있을까. 세상 어디나 경쟁이 심하지만 뉴욕은 정말 심하다. 뉴욕에 오면 알게 된다. 미국으로 몰려온 천재들이 너무나 많다. 뉴욕, 보스턴, 실리콘 밸리 등 다 마찬가지다. 좋은 직장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더 힘든 현실. 요즘은 취업 비자받기는 정말이지 어려운 현실.
스트랜드에서 보물 같은 헌책을 잠시 구경하다 유니언 스퀘어로 걸어가는데 공원에서 가스펠을 부르는 사람들을 보고, 낯선 사람이 빌 게이츠가 돈을 벌려고 코로나 백신을 만든다는 종이를 나눠주었다. 세상의 거부 빌 게이츠는 돈에 죽고 돈에 사나 봐. 나도 코로나 뉴스를 자주 읽다 보니 빌 게이츠에 대해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