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0일 월요일
매미가 우는 무더운 여름날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에 갔다. 힙스터들의 성지 윌리엄스버그와 부쉬윅 거리를 걸으며 구경하는데 코로나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윌리엄스버그 서점에도 방문했는데 나 말고 손님이 없으니 비싼 렌트비 내고 어찌 운영하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19세기 오픈한 모자 전문점은 문을 닫아서 지금 뉴욕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짐작을 하게 했다. 빵집에서는 컵케이크를 1개 1.25불에 세일하니 역시 경기가 안 좋은가 보다 짐작을 했다. 브루클린은 맨해튼과 달리 교통이 불편하니 마음먹고 방문한다. 반대로 맨해튼은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대공황 시절 텅텅 빈 소호에 예술가들이 저렴한 렌트비가 매력적이라 모여서 예술가촌을 이뤘는데 차츰 생기를 띠자 자본가들이 투자를 해서 오늘날 명품 매장 가득한 거리로 변해 가난한 예술가들이 브루클린으로 옮겼고 윌리엄스버그도 그 가운데 하나다. 윌리엄스버그에 트렌디한 숍도 많고 갤러리도 많은데 갤러리에 갈 엄두조차 나지 않은 무더운 여름날 중심가 거리 주변만 거닐었다. 윌리엄스버그는 지하철 L Bedford 역에 내리면 된다.
브루클린 부쉬윅은 그라피티로 명성 높아서 여행객들에게 인기 많은 명소이지만 역시나 썰렁한 분위기. 전과 달리 낯선 거리를 걷다 길을 잃고 헤매고 말았다. 낯선 지역을 탐험하는 것은 역시나 상당한 에너지가 든다. 가난한 분위기 물씬 풍기는 부쉬윅은 한국 어느 지역과 비슷할까 혼자 속으로 생각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한국과 다른 점은 영화 속에서나 볼 거 같은 멋진 뉴요커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풍경이나 거리에서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는 점. 처음 뉴욕에 와서 부쉬윅 방문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감도 높은 법. 뉴욕의 색채는 정말 다양하다. 물론 어떤 사람은 상류층 사회만 보고 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하류층 삶만 보고 살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날 온몸에 땀을 죽죽 흐르며 브루클린 거리를 헤매고 걷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니 나의 모든 에너가 사라졌다.
매일 뉴욕시를 답사하며 기록하는데 그날그날 기록하려고 하지만 마음과 달리 쉽지도 않고 중요한 일을 우선순위로 처리하다 보면 기록이 밀린다. 화요일 아침 밀린 일기(8월 10일) 쓰려는데 사진 작업과 동시 글쓰기를 하는데 사진 작업이 에러가 나와 수 시간 동안 날 힘들게 하니 무척이나 피곤한 아침. 가끔씩 휴대폰이 말썽을 부리면 정말 힘들다. 사진 작업이 안 되면 사진 찍기도 힘들고 맨해튼 나들이가 반갑지 않은데 외출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게 만든다. 며칠 전 고민하다 1주일 무제한 교통 카드를 구입했는데... 1초도 아까운 시간. 내 일도 너무너무 복잡하니 까 중요한 일 아니면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매일 눈뜨면 하루가 지나간다. 아침 산책하고 집안일하고 식사하고 지하철 타고 뉴욕시 답사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준비하고 아들과 운동하면 해가 지고 캄캄하다. 정말 시간처럼 소중한 게 어디 있을까. 이리 바쁜데 휴대폰이 말썽을 피워 나의 에너지가 바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