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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리틀 이태리... 코로나

by 김지수

2020년 8월 11일 화요일


태양의 뜨거운 세례를 받으며 맨해튼 거리를 거닐었다. 여름이 떠나기 전 마지막 열기를 뿜어내는 태양. 8월 중순인데 상당히 무덥다. 그런다고 가만히 앉아 지내긴 답답하니 8월부터 용기를 내어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며 뉴욕시 곳곳을 답사하며 기록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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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612.jpg?type=w966 맨해튼 리틀 이태리, 카페 로마는 닫혀 있더라.


오랜만에 리틀 이태리에 방문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이고 여행객이 즐겨 찾는 장소다. 돈 많은 여행객은 소호에서 쇼핑하고 리틀 이태리에서 식사를 한다고 하더라. 영화 <대부> <레옹> <갱스 오브 뉴욕> <비열한 거리> 등을 촬영한 곳이고, 매년 가을에 산 제나로 축제도 열려서 아들과 함께 축제를 보러 가서 카놀리 먹기 대회도 구경하고, 작년에는 오페라도 관람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오래전 재밌게 봤던 영화의 촬영지라고 하면 새롭다. 영화 <대부>는 얼마나 즐겁게 봤던가. 고등학교 시절 대부의 영화 음악을 즐겨 들었다. 함께 영화 음악을 들은 친구는 어디서 무얼 할까.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뉴욕 퀸즈 플러싱에서 태어나 맨해튼 리틀 이태리에서 자랐다고 한다. 수년 전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뉴욕 영화제를 보러 가서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필름 공부하는 여학생을 만났는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 대담이 브루클린 뱀(BAM: Brooklyn Academy of Music)에서 열린다고 하는데 무료가 아니라 유료인데 그녀가 정말 멋진 영화감독이라고 내게 꼭 보라고 추천해서 뱀으로 달려가 어렵게 티켓을 구매해 봤는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너무 조용한 분위기라 나의 기대를 비켜가고 무얼 말했는지 기억조차 없는데 우리 가족이 사는 플러싱에서 탄생했다고 하니 친근감이 든다. 난 영화감독은 야성적인 분위기 넘치는 줄 알았는데 신사 분위기였다.


맨해튼은 지역별로 분위기가 다르다. 리틀 이태리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좋았다. 아주아주 오래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뉴욕에 사는 내가 마치 여행객이 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식사비가 무척 비싸니 눈으로만 구경하고 식사를 한 적은 없다. 맨해튼은 물가가 너무 비싸지만 부자들이야 상관없지만 아닌 경우는 늘 지출에 꼼꼼히 신경을 쓰고 산다. 코로나로 예전과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고 런치 스페셜이 13.5불? 정도인 곳도 있어서 깜짝 놀랐다. 코로나로 손님이 없으니까 가격을 인하한 듯 짐작한다. 맨해튼 런치 스페셜이 그 정도 가격이라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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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578.jpg?type=w966 맨해튼 트라이베카 갤러리


코로나 때문에 지난 3월부터 나들이가 제한되었고 8월부터 새로운 마음을 먹고 답사하는 중. 트라이베카 갤러리에도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닫힌 곳이 더 많고 한 곳에서 전시회를 보았는데 참 좋았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갤러리에서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벽에 걸린 작품을 봤는데 느낌도 좋아 뉴욕 분위기를 짙게 느꼈다. 코로나 전이라면 더 많은 갤러리를 둘러볼 텐데 닫혀서 슬픈 일이다.



IMG_6580.jpg?type=w966 맨해튼 콜럼버스 파크



리틀 이태리에 방문하기 전 차이나타운에 다시 찾아갔다. 수 차례 환승하다 카네기 홀 지하철역에서 익스프레스 Q를 타고 카날 스트리트에 내리면 차이나타운이다. 차이나타운 중심에 있는 콜럼버스 파크에 가니 역시나 전처럼 태양처럼 뜨거운 눈빛으로 카드놀이를 하고 있더라.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에서 돈내기 체스를 두고 워싱턴 스퀘어 파크도 마찬가지. 그런데 차이나타운에서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눈빛이 가장 불타오르더라. 오늘따라 공원에 세워진 조각상에 새겨진 "하늘 아래 모두 평등하다 (All under heaven are equal)"란 글귀가 크게 들어오더라.


21세기 화두 '불평등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 한국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배울 때 열심히 일하면 돈 많이 번다고 배웠는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대 교육이었다. 자본이 더 많은 자본을 창출하는 자본주의 종말은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본의 힘을 앞서지 못한다. 주위에서도 뉴욕 맨해튼에 할아버지 빌딩이 몇 채 있으니 렌트비 안 내고 살 수 있다고. 또 빌딩이나 아파트 렌트비로 받는 수입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더라. 시간당 최저 임금 받는 경우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최저 임금 받는 직업 구하기도 쉽지도 않고 이래저래 참 힘든 세상이 되었다.


공원에서 나와 뉴욕 한인 화가 강익중의 단골 커피숍에 가서 1.25불 주고 핫 커피 한 잔 마시고 어슬렁어슬렁 거닐었다. 오래전 차이나타운에서 5불 주고 머리손질을 했다는 강익중. 지금은 6불로 인상되었더라. 맨해튼 물가가 비싼데 차이나타운은 저렴한 편. 팁을 두둑하게 줬다고 하더라. 난 차이나타운에 자주 방문하지 않고 식사도 한 적이 없어서 아직도 잘 모른다. 오래전 카네기 홀에서 만난 할머니도 뉴욕에 오면 차이나타운에 가서 오페라도 보고 식사도 하고 미용실에도 간다고 해서 놀랐다. 기억에 말레이시아에서 온 할머니는 대학원에서 사회 복지를 전공했지만 뉴욕에서 일하지는 않았고 남편분이 콜럼비아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활동을 하니 집에서 살림만 하셨다고. 나를 만날 즈음에는 미시간 주에서 손자들을 돌본다고 하셨다. 맨해튼 차이나타운은 물가가 저렴하니 사랑한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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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616.jpg?type=w966 맨해튼 놀리타 카페 분위기는 역시 멋져! Aimé Leon Dore, 214 Mulberry St, New York, NY 10012


땡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 맨해튼 차이나타운, 리틀 이태리, 소호, 놀리타, 트라이베카 지역을 거닐다 내게 다가와 구걸하는 홈리스 몇 명도 만나니 슬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아주 가까이 다가와 돈을 달라고 하면 약간 무섭다. 왜나면 비틀비틀 거리는 몸을 보면 왠지 정신도 이상할 거 같은 눈치. 그래서 무섭다. 또, 소호 프라다 맞은편 거리에는 의식을 잃은 듯 보이는 젊은이들이 누워 있으니 가슴이 아팠다. 소호도 예전처럼 여행객이 붐비지 않아 그 비싼 렌트비를 내고 버틸 상점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앞으로 뉴욕은 어떻게 변할까. 썰렁한 소호 분위기도 정말 이상하더라. 카날 스트리트에서 지하철에 탑승했는데 텅텅 비었고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7호선에 환승하니 비로소 승객들이 많아서 빈자리 찾기 힘들었는데 구석에 빈자리가 보여 가방을 치워달라고 부탁하자 안 척도 안 하는 남자.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고 하지만 사실 지하철이 만원이면 사회적 거리를 어떻게 유지한담. 플러싱을 향해 달리는 7호선만 복잡하더라.


화요일 아침 휴대폰에 사진이 업로더가 안 되어 시간만 하늘로 둥둥 날아가 짜증이 나서 몹시 힘들었다. 나의 인내심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받은 아침. 매일 사진 작업하는데 작업에 지장을 받으면 피곤하다. 하루 딱 한 두장만 찍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맨해튼에 가면 사진을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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