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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명소, 브루클린 브리지와 배터리 파크와 오큘러스

by 김지수

2020년 8월 12일 수요일

텅 빈 뉴욕 유령 도시 같아. 가는 곳마다 인적이 드물다.



오후 3시부터 천둥이 치면서 비가 내리고 창가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온 25도, 습도 90%.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습도가 높아서 할 수 없이 에어컨을 켰다.


수요일 일기 예보에 의하면 정오부터 비가 내릴 예정. 비 오는 날 무얼 할지 고민하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비 오는 날 맨해튼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바라봐도 좋고 뮤지엄에 방문해도 좋을 텐데 메트와 모마 뮤지엄도 아직도 오픈하지 않고 실내 영업이 금지된 시점이라 화장실 출입도 어렵고 비 오는 날 운치를 즐길 수 없는 상황. 잠들지 않은 뉴욕이 잠들어 버렸다. 그래서 많은 제한이 따라서 비가 내리지 않을 때 맨해튼에 다녀오려고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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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655.jpg?type=w966 뉴욕 명소 브루클린 브리지, 전망이 무척 아름다워 인기 많은 곳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브루클린 브리지였다. 뉴요커와 여행객 모두 사랑하는 곳이라서 늘 걷기도 불편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산책하는 사람과 자전거 타고 달리는 사람을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인적이 드물어 정말 특별한 시점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뉴욕 명소라서 인기가 많고 방문객들이 너무너무 많아서 노점상도 많은데 그림자 조차 안 보였다. 흐린 하늘과 브루클린 다라 아래로 흐르는 East River와 브루클린과 맨해튼 풍경을 바라보며 산책했다. 오래전 두 자녀랑도 방문하고 가끔 혼자서 산책하러 갔던 곳이다. 브루클린 브리지 근처 빌딩이 하늘에 닿을 듯 높아서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저 높은 빌딩의 주인을 누굴까 혼자 생각하면서.


브루클린 브리지에 갈 때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익스프레스 4호선을 타고 뉴욕 시티 홀-브루클린 브리지 역에서 내렸다. 5호선과 6호선도 이용할 수 있다. 석양이 질 무렵 전망이 황홀하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로 숨 죽이고 사니 오랜만에 방문했다. 뉴욕 시티 홀 지하철역 입구에 내리니 매미 소리가 정답게 들려오고 노란 해바라기 꽃과 붉은색 장미꽃이 날 반겨주었다. 뉴욕에 살면서 이토록 텅 빈 브루클린 브리지는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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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690.jpg?type=w966 뉴욕 맨해튼 배터리 파크


뉴욕 시티 홀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볼링 그린 역에서 내려 사랑하는 배터리 파크를 보러 갔다.

뉴욕시 공원이 아름답다. 센트럴 파카와 브라이언트 파크는 빌딩과 숲의 조화가 아름답고 배터리 파크는 허드슨 강 전망이 아름다워 휴식하기 좋은 장소다. 자유의 여신상도 보이고 요트가 춤추는 곳이라서 영화 같다.


석양이 질 무렵 배터리 파크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낚시꾼으로 보이더라. 아름다운 석양을 보면서 낚시를 하니까. 평소 자유의 여신상과 앨리스 아일랜드에 가려는 여행객으로 붐비는 곳인데 역시나 너무나 조용한 공원.


IMG_6680.jpg?type=w966 뉴욕 맨해튼 배터리 파크 이민 조각상


아빠와 아들이 야구 연습하는 장면도 보고 공원에 핀 나팔꽃도 보며 거닐다

이민 조각상을 보았다. 뉴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왔으니 이민이 뭔지도 몰랐는데 뉴욕에서 살면서 가난한 이민자들을 보니 '이민'이란 두 글자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국에서 살 때는 주위에서 이민 간 사람이 없어서 잘 몰랐다. 절망과 슬픔 가운데 간절히 기도하면서 사는 이민자들이 너무나 많은 뉴욕. 이민자들이 아니라면 오늘날 뉴욕도 미국도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역사는 얼마나 짧은가. 그 짧은 역사에 비춰 보자면 이룬 게 참 많다. 뉴욕시 맨해튼 빌딩도 놀라울 뿐 아니라 브루클린 브리지도 놀랍다. 1869년 착공해 1883년에 완공했다. 세계 최초 현수교이다.



IMG_6706.jpg?type=w966 월가 황소 조각상


배터리 파크에서 나와 월가 황소 조각상을 보러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나 혼자 실컷 구경했다. 실은 뉴욕에 사니까 월가에 가면 자주 보는데 늘 여행객들도 붐비는 곳이라서 멀리서 보는데 오늘은 나 혼자서 동서남북 방향으로 황소를 바라보았다. 황소의 뿔을 만지면 행운이 들어오고 고환을 만지면 돈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하루 종일 실컷 만지고 올 텐데 만지지 않고 눈으로만 구경하고 돌아와 조금 아쉽다. 암튼 아무도 없으니 썰렁한 분위기라서 다시 놀랐다. 뉴욕 정말 이렇게 무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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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World Trade Center, 1WTC/ 오른쪽 오큘러스


월가를 어슬렁어슬렁 거닐며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갔다. 2016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지하철역 오큘러스를 개통했다. 날개 모양의 건축물이 환상적이나 건축비가 천문학적이라고 하더라. 비싼 땅 뉴욕 맨해튼도 지역별로 지하철역 시설이 다르고 브루클린은 귀신이 나올 거처럼 더럽고 무서운 곳도 많은데 오큘러스 역은 정반대다. 명품 매장도 많고 비싼 땅이라서 특별 전시회도 열고 쉬지 않고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오늘은 소름 돋을 정도로 사람들 그림자를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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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738.jpg?type=w966 Brookfield Place, 특별 공연도 열고 쇼핑하기 좋고 맛집도 많아 인기 많은 명소.


그럼에도 꾹 참고 내가 사랑하는 브룩필드 플레이스에 갔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특별 이벤트다. 매년 여름 리버 투 리버 축제도 열리고 점심시간에 특별 공연도 열리고 할러데이 시즌도 역시나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축제도 열고, 유에스 오픈 특별 행사를 할 때 라파엘 나달도 봤던 곳. 브룩필드 플레이스도 맛집과 쇼핑과 산책을 동시 하기 좋은 명소다. 허드슨 강 전망도 무척 아름다워 자주자주 방문하고 싶은데 맨해튼이 아니라 플러싱에 사니 특별 행사가 열릴 때 방문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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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752.jpg?type=w966 Brookfield Place



지난 3월 초 두 자녀와 함께 탱고 이벤트를 보러 브룩필드 플레이스에 갔는데 하버드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공부하는 딸 친구에게 연락이 왔는데 학교 기숙사를 떠나 집에 돌아간다는 소식과 더불어 코로나가 아주 특별한 상황이라고 전해주었다. 그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하기 전이었다. 그 후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가...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생필품 화장지도 동 나서 구입이 어려워 시내버스를 타고 브롱스에도 다녀오고 마트에서 쌀 등 식품 구입도 어려워 막막했다.


아직도 코로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의 여파로 하버드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이 학생들에게 가장 빨리 기숙사 퇴거 명령을 한 것으로 안다. 처음 코로나가 얼마나 위기이고 심각한 상황인지 일반인들은 몰랐다. 코로나 관련 자료를 읽으면 읽을수록 무서운 세상이구나를 실감했다. 코로나로 미국 교민들과 유학생들 상당수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뉴스를 읽었다. 미국은 의료비가 지옥이니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


정말 궁금하다. 미국과 뉴욕이 이렇게 무너질까. 요즘 텅텅 빈 뉴욕시를 보면 코로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된다. 지하철은 텅텅 비고 가게는 클로징 세일을 하고... 지금이 대공황 시절과 비슷한지 아니면 더 심각한지 모르겠다. 매일 밤 잠 못 이룬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수요일 브루클린 브리지, 배터리 파크, 월가 황소 동상,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브룩필드 플레이스를 방문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IMG_6759.jpg?type=w966 월가에서 지하철에 탑승하니 나를 포함 3명이 전부다. 코로나 전 뉴욕 지하철은 아주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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