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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카나지와 부쉬윅 콜렉티브

Carnasie & Bushwick Collective

by 김지수

2020년 8월 2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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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L 트레인 종점 동네가 늘 궁금했고 뉴욕시 지도를 보며 나의 호기심은 커져만 갔다. 뉴욕시 지도는 내게는 보물섬 지도. 어릴 적부터 호기심 많은 내가 다인종이 사는 뉴욕시에 사니까 낯선 동네가 궁금하다. 수년 전 뉴욕시 곳곳을 답사하다 뉴욕시에서 열리는 문화 축제와 이벤트가 많단 것을 안 뒤로 낯선 동네 답사는 그만두고 매일 축제와 이벤트를 찾아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녔다. 올해는 뉴욕시 곳곳을 답사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코로나로 중단되었는데 조금씩 오픈하자 새로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코로나가 걱정된 건 사실이다. 서서히 가을이 다가오니 더 무섭다. 어차피 삶은 뜻대로 되지도 않고 죽든지 살든지!


가끔씩 방문했던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와 부쉬윅을 지나가는 L 트레인 종점에 오래전부터 꼭 가고 싶어서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탑승했는데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너무 무서워 고민하다 낯선 지하철역에서 내리고 말았다. 뉴욕에 오기 전 한국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빈 대학 바이올린 교수님이 우리 가족이 뉴욕으로 간다고 하니 위험한 곳이라고 하며 빈으로 유학을 오라고 권하셨지만 독일어 권이라 마음처럼 쉽지 않아서 뉴욕으로 오려고 결정했다. 마음은 유럽에서도 살고 뉴욕에서도 살면 좋겠지만 현실과 이상이 다르다.


낯선 동네에 내려 거리 구경을 하다 맥도널드 숍이 보여 들어가 커피 한 잔 주문했는데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와 가격이 달랐다. 같은 맥도널드인데 지역별로 약간씩 가격이 다르다. 코니 아일랜드(1.09불) 보다 몇십 센트 더 비쌌다. 그래도 커피는 커피다. 비싼 커피 마실 형편이 아니니까 감사함으로 마시고 서성 거리다 거리 음악가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역시 나의 구세주는 음악과 커피. 나의 목적지에 갈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루면 아마도 다시는 안 가게 될 거 같아서 마음먹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늘 다닌 곳은 위험한지 아닌지 아는데 낯선 지역이 어느 정도 위험한지는 잘 모른다. 지하철 종점역에 내려 다시 브루클린 시내버스를 탔다. 햇살 좋은 날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이상한 남자를 보며 무서워했는데 공포가 사라졌다.

브루클린 Canarsie P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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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L 트레인 종점역에서 시내 버스 42번을 타면 도착한다.


구글 맵으로 검색하면 내가 사는 플러싱에서 브루클린 목적지 Canarsie Pier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리는데 도중 지하철에서 내려 더 많은 시간이 걸려 편도 약 2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참 멀기도 멀다. 마음먹지 않으면 방문하기 무척 힘든데 하늘 같은 기대를 하고 방문했는데 기대만큼 날 실망시켰다. 근사한 바닷가 전망을 볼 줄 알았다. 코니 아일랜드와 달리 바다 내음은 맡았지만 낚시꾼 말고 특별한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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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바닷가에서 꽤 많은 낚시꾼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낚시의 재미도 한 번 빠져들면 도박처럼 중독이 된다고 하더라. 처음으로 낚시를 하러 온 분은 꽤 많은 생선을 잡아 기분 좋은 눈치라 얼굴에 미소 가득했다.


생에 처음으로 방문한 낯선 지역에서 걷다 낯선 분과 잠시 이야기를 했다. 여러 명이 모여 내가 모르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떤 분이 내게 어디서 왔냐고 하니까 뉴욕에서 왔다고 하니 웃으며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었다. 한국이라고 하니 웃으며 플러싱 노던 블러바드에 한국 숍이 많다고 하시며 누이가 베이사이드 벨 블러바드에 산다고 하셨다. 가끔씩 수련꽃 보러 구경하러 가는 곳이 베이사이드다. 학군 좋고 조용하고 안정적인 동네라 알려져 한인 교포들이 많이 산다. 그분은 내게 왜 위험한 지역에 왔냐고 하셔 내가 지하철에서 공포를 느꼈다고 하니 웃으셨다.


브루클린 L 트레인 종점 Canarsie는 JFK공항에 가까운 지역, 흑인 인구가 상당히 많게 보였다. 나의 첫인상은 플러싱 보다 더 시골 같은데 인터넷에 검색하면 플러싱 보다 수입이 더 높은 지역으로 나온다. 무얼 하고 돈을 버는지 궁금하다. 만약 두 자녀를 데리고 방문했더라면 정말 미안했을 거 같다.


역시 롱아일랜드 존스 비치와 파이어 아일랜드가 좋다. 롱아일랜드 바다는 동네 주민만 사용하는 프라이빗 비치도 있다. 정착 초기 아무것도 모르고 프라이빗 비치에 가서 당황했다. 너무 조용하고 깨끗해 좋으니 편안히 앉아 전망 좋은 바다 보며 영화 같구나 생각하며 휴식하는데 다른 바다로 가라고 하니까 놀라지 않을 수 있나. 뉴욕 롱아일랜드가 정말 좋음을 다시 확인했다. 차가 없으니 기차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교통비가 저렴하지 않으니 롱아일랜드가 멀기만 하다.


부쉬윅 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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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지하철 종점역에 다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으로 향하다 아쉬운 마음 가득하니 그라피티로 명성 높은 부쉬윅 지하철역에 내렸다. 지하철역 근처 거리 벽화를 구경하면서 마음을 달랬다. 얼마 전과 달리 동네 분위기가 더 활기찼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은 정말 썰렁했는데 승객이 약간 더 많아졌다. 부쉬윅 동네는 힙스터들이 많이 살고 부쉬윅 콜렉티브가 명성 높아 여행객도 뉴요커도 자주 방문하는 인기 많은 지역이다.


디사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역에 내려 환승하고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다시 환승하고 플러싱 종점 역에 내려 다시 시내버스에 탑승했다. 뉴욕시는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이용하니까 좋지만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서울에서 대전 가는 것보다 더 멀다.


IMG_7719.jpg?type=w966 플러싱 동네 호수 그림처럼 예쁘다.


꽤 바쁜 하루였다. 아침 일찍 호수에서 산책하고 하얀 백조와 기러기떼와 오리 가족을 만나고 동네 마트에 장 보러 가서 베이글과 아보카도와 돼지고기와 넥타린을 구입했는데 돼지고기 값은 50% 인상되어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보카도와 넥타린 가운데 썩은 것도 있어서 다음엔 조심해야겠다. 저녁 석양이 지는 무렵은 변함없이 아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하루 종일 매미 울음소리도 듣고 밤에는 풀벌레 교향악도 들었다. 그리운 카네기 홀! 정말 그리워. 카네기 홀에서 만난 지인들 안부도 몹시 궁금하다. 오페라 사랑하는 수잔 할머니는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새로운 동네 답사하며 또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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