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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백조 떼 사는 브루클린 쉽헤드 베이와 해변

by 김지수

2020년 8월 25일 화요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막막한 현실. 여름도 서서히 막이 내려가는 즈음. 또 한바탕 폭풍이 불다 그쳤다. 하마터면 폭풍에 쓰러질 뻔했다. 왜 잠시도 쉬지 않고 폭풍이 부는 걸까. 아무 일 없이 편안하게 살면 얼마나 좋아.



브루클린 쉽헤드 베이(Sheepshead 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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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 높은 곳이라 멀리서 유람선 타고 찾아오는 여행객도 많은 곳. 그래서 멋진 식당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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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431.jpg?type=w966 브루클린 쉽헤드 베이 지하철역에 내려서 이 도로를 따라 걸으면 하얀 백조 떼 사는 곳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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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오후 하얀 백조 떼가 사는 브루클린 쉽헤드 베이 (Sheepshead Bay)에 갔다. 낚시하는 곳으로 명성 높은데 태양이 작열하는 무더위라 낚시꾼을 보지 못하고 어린 두 자녀 데리고 산책하는 젊은 엄마를 만났다. 그 동네에 사는데 가끔 산책하러 온다는 젊은 엄마의 표정은 무척 행복해 보였고 9살과 6살 두 자녀도 하얀 백조 떼를 보고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낯선 여행객에게 정말 친절해 나도 기분이 좋았다.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오래전 만난 친구 같았다. 뉴욕에 와서 살면서 백조를 자주 보지만 브루클린 쉽헤드 베이에서 본 백조가 가장 우아하고 예쁘다. 쉽헤드 베이는 내가 좋아하는 브라이튼 비치와 가깝다. 수년 전 코니 아일랜드와 브라이튼 비치를 거쳐 쉽헤드 베이까지 걸었다. 그때에 비하면 나의 정열은 빛이 바래지고 있다.



브루클린 브라이튼 비치(Brighton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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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하철을 타고 이웃 동네 브라이튼 비치에 갔다. 원래 바다 구경을 할 계획은 아니었는데 실수로 지하철을 잘못 탔다. 그래서 계획을 변경해 바다를 구경하러 갔다. 브라이튼 비치 지하철역에 내려 델리 가게에서 브라이튼 비치 커피 한잔 마시려는데 러시아로 뭐라 뭐라 적혀 알 수가 있나. 델리 가게 커피는 셀프서비스. 직원에게 무슨 말인지 묻자 한쪽은 강하고 다른 한쪽은 약하다고. 난 강한 커피 싫어하니 약한 커피를 골랐다.


커피 한잔 마시며 바다에 도착해 해변에서 수영하고 일광욕하는 사람들을 보고 수박과 망고 등 과일을 하는 상인을 보고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피서 갔던 추억이 떠올랐다. 수박 한 통이 무척 비싸 엄마와 아빠는 가끔 다투셨다. 그래도 아빠는 바다에 왔으니 수박과 닭튀김을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고 엄마는 너무 비싸다고 불평을 하셨다. 아직도 추억은 그대로인데 아빠는 하늘나라로 먼 여행 떠나셨다. 해변 하면 떠오르는 노래 모나코.





뉴욕은 자연이 정말 좋다. 지하철을 타면 바다로 이어진다. 수 십 년 전 뉴질랜드에 여행 갔을 때 아름다운 자연에 반해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뉴질랜드의 호수 빛이 생각난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황홀한 호수 빛이었다. 호텔에서 호수 빛을 보며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방문해야지 하는데 삶이 뜻대로 되나. 그때는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뉴욕에 와서 살게 될 거라 미처 몰랐다. 삶이 한 치 앞도 모르지. 운명을 피할 수 없어서 뉴욕에 왔는데 정착 초기 살던 롱아일랜드가 아름다워 뉴질랜드를 잊게 했다.



기분 좋은 순간 폭풍 소식을 받았다. 바다 구경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원래 방문하려던 곳에 가려던 생각 했는데 마음 편하게 바닷가에서 산책할 수도 없어 포기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 지하철역에 내려 환승했는데 마음이 복잡했는지 7호선을 타는 지하철 입구가 안 보여 잠시 헤맸다.



뉴욕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


IMG_8428.jpg?type=w966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점심시간 재즈 선율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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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에 가기 전 브라이언트 파크에 갔다. 점심시간 재즈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코로나로 거의 모든 축제가 취소되어서 귀한 재즈 선율이다. 여름철 뉴욕시 공원은 축제의 한마당이다. 도심 속 공원이라 정말 예쁘다. 매일매일 봐도 예쁜 공원. 마음 같아서 센트럴파크에도 가고 싶으나 브루클린에 가려니 시간적인 제한이 따른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브루클린에 가는 지하철역이 있어서 편리하다.


여름철 뉴욕시 공원은 축제의 한마당인데 뉴욕이 멈췄다. 코로나는 언제 끝날까. 앞으로 또 다른 전염병이 올지도 모른다고 하니 더욱 걱정된다. 지구촌은 공포의 실험실.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고 있다. 수 백 년 된 로드 앤 테일러 백화점도 무너지고 링컨 대통령도 즐겨 입었다는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는 1818년 뉴욕에서 출발해 20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무너졌다.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만난 할아버지 의상이 예뻐서 무슨 브랜드이나 궁금했는데 오래전 롱아일랜드 Tanger Outlets에 가니 있더라. 할아버지가 영화배우처럼 멋진 외모인데 예쁜 옷을 입으니 더 멋졌다. 가끔 맨해튼 음대에서 열리는 마스터 클래스에서도 만났다.


다 무너지면 누가 살아남을까. 구글, 아마존과 페북 등 IT 대기업과 홀 푸드 매장만 살아남나. 구글, 애플, MS 등 거의 모든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단다. 그래서 앞으로 대형 병원도 사라질지 모른다고 하네. 세상은 격변하고 있다. 하루하루 어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하다.


저녁 폭풍이 멈췄다. 아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한인 마트에 가서 김치와 수박과 청포도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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