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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유대인 동네 브루클린 버로우 파크/벤슨허스트/퀸즈

커피 한 잔과 떠나는 브루클린 여행

by 김지수

2020년 8월 26일 수요일



Borough Park (버로우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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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유대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 브루클린 보로 파크 중심가에 은행이 정말 많았다.


정통파 유대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 브루클린 버로우 파크에 갔다. 실은 전날 방문하려다 실수로 지하철을 잘못탄 바람에 하얀 백조 떼가 많이 사는 쉽헤드 베이와 브라이튼 비치에 갔다. 코로나로 상당히 복잡하고 위험한데 언제 다시 봉쇄할지 모르니 여기저기 답사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버로우 파크에 방문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로컬 지하철 D를 타고 50th street 역에 내려 13th Avenue를 향해 걸었다.


한국에서는 어릴 적 흥미롭게 탈무드를 읽었지만 유대인에 대해서 잘 모르고 뉴욕에 왔는데 그들의 파워가 엄청난 것을 보고 놀랐다. 두 자녀가 중고교 시절 공부했던 롱아일랜드 제리코 지역도 유대인이 많이 사는 동네다. 부촌에서 살면서 부잣집 자녀들과 함께 공부를 하니 어려움도 많았다. 유대인끼리 뭉치고 자주 여행도 다닌다. 삶의 수준이 우리 집과 너무나 다른데 사춘기 시절이라 더 민감했겠지만 학군 좋은 지역을 선정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유대인은 세계 인구 75억 가운데 소수인종에 속하는데 전 세계 억만장자의 30%를 차지한단다. 노벨경제학상의 42%가 유대인이고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페이스북 등 유대인이 만든 기업이다. 샤갈, 이작 펄만, 하이페츠, 블라디미르 호로비치, 아인슈타인, 스필버그,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록 펠러, 워런 버핏 등도 모두 유대인.


오래전 만난 유대인 의사가 전 세계에 약 1500만 명의 유대인이 사는데 뉴욕에 약 700만 명이 산다고 말했다. 유대인들이 처음 뉴욕에 이민 와서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살다 나중 브루클린으로 옮기고 다시 롱아일랜드로 옮기는 추세라고 했다.


내게 함께 록음악 공연을 보러 가자고 했는데 거절하니 상당히 놀랐던 의사는 그림에 조예도 깊고 음악과 책을 무척 사랑하고 롱아일랜드 집도 직접 설계했을 정도로 재능이 많다. 매년 겨울에는 스키 타러 멀리 다른 주에 놀러 가고 여름철에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데 프랑스 성을 빌려서 요리사를 초대해서 멋진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다는 말을 들을 때 삶이 보통 사람과 얼마나 다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멋진 스포츠카, 멋진 승용차와 SUV를 갖고 있더라. 그분 부모님은 매년 겨울 추운 뉴욕을 피해 따뜻한 지역 플로리다에서 몇 달 살다 뉴욕으로 돌아오신다고. 미국에 와서 부자들 삶이 보통 사람과 많이 다름을 느끼곤 했다.


대학원 시절 만난 유대인 교수님 수업은 정말 힘들었다. 수업 강도가 너무 세니 힘들었다. 매일매일 준비해야 하는 리딩도 많고 프로젝트와 시험 역시 힘들기만 했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의 노인학 강의가 얼마나 어렵던지 눈물이 흐를 거 같은데 뉴욕에서 태어나 자라고 일하는 뉴요커들도 어렵다고 했다. 낯선 괴물 언어로 대학원 시절 공부하니 하루하루 죽음 같은데 유대인 명절에 학교에 수업이 없으니 마냥 반가웠다.


뉴욕에 두 개의 유대인 박물관이 있다. 하나는 배터리 파크 시티에 '유대인 문화유산 박물관(Museum of Jewish Heritage)'이 있고 다른 하나는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유대인 박물관'이 있다. 바테리 파크 시티에 있는 전망 좋은 유대인 박물관은 허드슨 강과 자유의 여신상 전망이 무척 아름다워 내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혼자 상상을 했다. 참 전망 좋은 곳에 박물관을 세웠던 유대인들. 홀로 코스트에 대한 기록도 보관하고 있어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떠올리게 했다. 그토록 힘든 학살에도 오늘날 세계 경제를 쥐고 있다.



IMG_8549.jpg?type=w966 가난한 정통 유대인이 많이 사는 동네 브루클린 보로 파크 지하철역 거리 풍경


브루클린 버로우 파크(Borough Park)에 도착하니 정통 유대인 복장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검은 모자를 쓰고 구레나룻을 기르고 양쪽으로 딴 모습이 특이한데 구약 성경 레위기의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이란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정통 복장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자녀도 많이 출산하는 유대인들. 거리에서 유모차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거니는 엄마도 보았다. 어린 자녀 4명을 출산해 양육하니 얼마나 힘들까. 삶이 힘들다고 결혼도 출산도 인간 관계도 모두 포기한 세대들이 많다고. 오죽하면 '칠포 세대', '오포 세대'란 용어가 나올까. 어린 자녀 많이 출산해서 양육하는 엄마도 예술가란 생각도 든다.


버로우 파크의 중심가를 거닐다 놀란 점은 은행이 정말 많다는 거. 세상에 태어나 그토록 많은 은행이 밀집된 지역은 처음 보았다. 반대로 지난번 방문했던 전망 좋은 베이 릿지는 바가 많다. 버로우 파크는 정통파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가난한 지역으로 알려졌는데 부자 유대인들도 산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 동네는 가난에 찌든 냄새 풍겼다. 궁금한 점은 유대인이 무얼 해서 돈을 벌까. 동네 가게에서 많은 돈을 벌게 보이지는 않아서 몹시 궁금했다.


은행 말고 빵집도 꽤 많고 보석 상회도 보였다.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손님이 없는 빵집에 들어갔는데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맛없는 커피를 마셨다. 역시 손님이 많은 곳에 가야 하는구나를 느꼈다. 평소보다 약간 더 비싸게 주고 산 커피가 맛이 없는데 버리기 아까워 그냥 마셨다.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셔야 낯선 동네 답사할 에너지를 얻는다.


사실 가난한 지역에 코로나 감염증 환자가 많다고 하니 버로우 파크 답사가 무서웠다. 오래전 방문했지만 기억에 없고 뉴욕은 어떤 모습이나 궁금하니 지하철을 타고 방문했다. 이제 궁금증이 조금 풀렸다. 한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까 보로 파크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대충 눈치를 챘다.



브루클린 벤슨허스트(Bensonhurst)


다시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벤슨허스트(Bensonhurst)에 방문했다. 역시나 보로 파크처럼 오래전 방문했지만 기억에 없어서 다시 방문했다. 이탈리아 이민자와 중국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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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555.jpg?type=w966 브루클린 벤슨허스트 지하철역 주변 거리 풍경


또,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1940년생 파우치는 무척 건강하다. 하루 4-5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고 오래전 마라톤도 완주했단다. 부모는 컬럼비아 대학 출신이고 벤슨허스트에서 약국을 운영했고 파우치는 어릴 적 자전거를 타고 약 배달을 했단다. 파우치 어릴 적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학교까지 매일 통학했으니 대단하다. 장시간 지하철을 타고 매일 통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래전 플러싱 지하철 안에서 우연히 만난 그리스 출신 할아버지도 벤슨허스트에 산다고 하며 날 초대했지만 방문하지 않았다. 퀸즈 아스토리아에 대형 마켓도 있다고 하면서 놀러 오라고 했지.


오랜만에 방문한 벤슨허스트 주택가는 정통 유대인 동네 버로우 파크보다 더 깨끗하고 안정적으로 보였지만 지하철역 주변이 특별하지 않았다. 장미꽃과 배롱나무 꽃 향기 맡으며 동네에서 산책하다 과일값이 무척 저렴하니 복숭아와 딸기를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먹으니 맛이 별로였다. 얼핏 보기 싱싱해 보여서 샀는데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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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벤스허스트 지하철역에서 플러싱으로 돌아오려고 탔던 지하철


플러싱에서 브루클린까지 꽤 먼 거리라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을 거쳐 퀸즈로 돌아오다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아스토리아에 가는 지하철에 환승해 브로드웨이 지하철역에 내렸다. 아스토리아에도 브루클린에도 홈리스가 가장 먼저 날 반겼다. 거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자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아스토리아 지하철역 주변을 잠시 서성 거리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퀸즈 아스토리아(Ast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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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571.jpg?type=w966 맨해튼에서 가까워 젊은 층이 선호하는 퀸즈 아스토리아, 그리스 이민자들도 많이 산다고 알려졌다.


다인종이 거주하는 뉴욕이라서 궁금증이 많은데 태양이 작열하는 팔월 낯선 동네 브루클린을 방문하면서 나의 궁금증이 조금씩 해소되어 가고 있다. 내가 문을 열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살아도 브루클린은 여전히 낯선 동네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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