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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와 센트럴파크

by 김지수

2020년 8월 27일 목요일


백 파이프 소리 들리는 렉싱턴 애비뉴 지하철역에서 환승해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블루밍 데일즈 백화점 옆 지하철역에 내렸다. 한동안 코로나로 거리 음악가가 안 보여 음악이 들리지 않았는데 다시 거리 음악가를 만나니 반갑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백만 년 만에 뉴욕 부촌 어퍼 이스트에 도착하니 어리둥절했다. 코로나 전에 방문하고 처음이었다.


8월부터 브루클린 낯선 동네를 답사하는데 플러싱에서 장시간 지하철을 타야 하니 몸이 상당히 피곤했다. 원래 브루클린 코블 힐 지역에 가려다 몸이 몸이 아니라서 계획을 변경해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환승했다. 낯선 동네 답사는 훨씬 더 피곤하다. 매일 하루 1만 내지 1만 5 천보를 걷고, 왕복 4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고, 집안일하고, 글쓰기 하고, 저녁 운동하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런데 몸이 힘들더라. 언제 뉴욕이 다시 봉쇄될지 모르니까 낯선 동네 답사하는데 코로나가 무섭기도 하다. 항상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한다. 내일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귀족들이 살고 과거에도 미국 대통령을 비롯 카네기와 프릭 등 억만장자들이 살았다. '007 영화'는 공룡 시대라 착각할 정도의 미스터리 남자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주택도 있다. 정말 감옥에서 하늘나라로 떠났는지 수많은 의문점이 남는 제프리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어쩌면 정말로 첩보원 같기도 하고 그의 인맥도 놀랍다. 영국의 앤드류 왕자, 트럼프 대통령, 클린턴 대통령과 빌 게이츠 등과도 친분이 있는데 모두 엡스타인을 모른다고 부인하는 것을 보면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어렵고 힘들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일 텐데 참 드물다. 안 좋을 때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IMG_8590.jpg?type=w966 맨해튼 부촌 어퍼 이스트 사이드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한국에는 '파크 애비뉴의 종족들'로 잘 알려진 파크 애비뉴도 있다. 귀족들 자제들이 다닌 명문 사립학교가 있고 엄청난 교육비가 들지만 귀족의 돈은 보통 사람과 다를 것이다. 그 책을 읽으면 미국 역시 교육열 대단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귀족들 삶이 어떻게 보통 사람과 같을까. 파크 애비뉴 종족들 책에 언급된 엠마누엘 템플에서도 좋은 공연이 많이 열리고 매년 여름에 열리는 나움버그 콘서트를 보러 간 적도 있다. 카네기 홀에서 만난 러시아 모스크바 출신 할머니는 내게 그 템플에서도 좋은 공연이 꽤 많이 열린다고 추천하셨다.



IMG_8583.jpg?type=w966 어퍼 이스트 사이드 쇼윈도



명품 매장 가득한 메디슨 애비뉴도 있으니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재주에 감탄하며 바라보는 쇼윈도는 언제나 공짜니 눈이 즐겁다. 뮤지엄 마일에는 메트 뮤지엄, 구겐하임 뮤지엄, 누 갤러리 등 뮤지엄이 즐비된 곳이라서 명성 높고, 매년 6월 둘째 주 화요일 뮤지엄 마일 축제도 열린다. 오래오래 전 서부에서 뉴욕으로 옮겨온 남자를 우연히 구겐하임 뮤지엄 앞에서 만났는데 '뉴욕 뮤지엄 마일 축제' 하나 보고 "내 생에 최고의 날"이라 하니 웃을 수밖에. 뉴욕은 보물섬인데 모른 분들이 많다.


그만큼 미국은 지역차가 크다. 서부에 실리콘 밸리가 있으니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젊은이들도 많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라 매력 넘치는데 뉴욕 문화와 많이 다르다. 뉴욕은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라서 분명 매력 넘치는 도시였는데 코로나로 잠들어 버려 슬프다.


IMG_8622.jpg?type=w966 메데슨 애비뉴 가고시안 갤러리



코로나로 한동안 뉴욕시 뮤지엄이 문이 닫혀서 전시회를 볼 수 없었는데 8월 29일부터 오픈한 뮤지엄도 있고 메트도 속한다. 정오부터 오후 7시 사이 오픈이란다. 아마도 소수만 입장하니 코로나 전과는 상황이 다를 거 같다. 메트와 누 갤러리 등 뮤지엄에 방문할 때 늘 렉싱턴 애비뉴에 있는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책도 잠시 읽었는데 여전히 북 카페는 닫혔다. 나의 아지트가 잠들어 버려 얼마나 속이 상한지 몰라. 커피 한잔과 떠나는 책나라도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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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는 현대 미술의 중심지라서 뮤지엄도 많고 갤러리도 많다. 첼시와 덤보와 트라이베카 등에도 있지만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도 갤러리가 많다. 몇몇 갤러리를 방문해 전시회도 보았다. 정말로 밤의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선정적인 작품도 있더라.


매년 열리는 '뉴욕 레스토랑 위크'에 찾아가는 프렌치 레스토랑도 있는데 올해는 축제가 열리지 않았다. 레스토랑 근처에 가고시안 갤러리도 있어서 자주 방문했는데 첼시 일부 갤러리는 오픈했지만 가고시안 갤러리는 오픈화지 않아서 메디슨 애비뉴 갤러리에 방문하지 않았다.


점심시간 무렵이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영화 같았다. 매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뉴요커들도 많다고 한다. 너무 바쁘니까 집에서 식사 준비할 시간도 없고 그래서 형편에 따라서 마켓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사 먹는 사람도 꽤 많은 뉴욕 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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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땡볕 아래 거리를 걷다 거리에서 핫 커피 한 잔 사 마시고 사랑하는 센트럴파크에 갔다. 숲 속의 궁전 센트럴파크는 언제나 멋져. 혹시나 하고 쉽 메도우에 갔는데 90세 되어가는 할머니 화가를 만났다. 하얀색 옷을 입고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자에 앉아서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정말 살아있는 도인이다. 항상 서서 작업하는 것을 보았는데 처음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뉴욕 빌딩과 숲의 조화가 아름다운 쉽 메도우에서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는 얼마나 행복할까. 여든이 되면 건강이 안 좋아 불평하는 사람도 너무나 많은데 90이 되어가는데 그림을 그리니 보통 분이 아니다. 엄청난 재력가 집안 뉴욕 부자 할머니 화가처럼 멋진 노후를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IMG_8632.jpg?type=w966 뉴욕 센트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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