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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Sep 24. 2020

피바디 (MA, 매사추세츠주) 사과 농장 & 찰스강

2020 보스턴 가을 여행 셋째 날 

2020년 9월 23일 수요일 



보스턴 여행 3일째 아침 호텔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커피와 베이글과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사과 농장에 갈지 말지 의논하다 우리 형편에 맞는 매사추세츠주 피바디에 있는  Brooksby Farm 사과 농장으로 결정하고 택시를 타고 다녀왔다. 나뭇잎도 사과도 노랗게 빨갛게 익어가는 가을 속으로 들어갔다. 



오래전부터 사과 농장에 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을 계획할 때는 늘 예산을 먼저 생각하곤 하는데 이번 여행은 색다른 것으로 채우고 싶었다. 그럼에도 사과 농장에 가야 할지 말지 고민을 했다. 문제는 경비였다. 두 자녀에게 사과 농장에 가자고 제안한 사람은 나인데 사과농장에 간 적이 없어서 경비가 어느 정도인지 자세히 모른 입장이라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며칠 호텔 숙박비 비용으로 소동이 일어나 지출에  더 예민해졌다.



보스턴 근교에 사과 농장은 많지만 우리 형편에 맞지 않는 농장은 제외했다. 차가 없으니 택시비와 교통 시간을 고려해 30분 정도 내에 있는 농장을 골랐고 우버 택시를 이용하면 왕복 70불 정도, 입장료와 교통비 합해 100 불 정도면 괜찮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보스턴 여행을 오면 늘 뮤지엄과 갤러리에 가거나 찰스 강변에서 산책하고 하버드 대학 교정을 거닐곤 했는데 평소와 다른 색다른 체험을 하자고 하니 경비가 문제였다. 



하지만 웹사이트에 입장료에 대해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딸은 평소 자주 사과 농장에 가는 보스턴에 사는 친구에게 입장료가 어느 정도인지 묻자 1인 30불이라니 너무 부담스러워 비록 내가 먼저 사과 농장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만약 입장료와 교통비 포함 수 백 불이 든다면 우리 형편에 무리가 되니 안 가고 싶다고 말했다.  




딸은 우리가 고른 사과 농장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자고 했고 전화를 하니 2인 입장료가 13불이라니 괜찮겠다는 생각에 농장에 가자고 결정을 내리고 다녀왔다. 보스턴 근교 사과농장마다 입장료가 달랐다. 우리가 고른 농장은 입장료가 꽤 저렴하고 보스턴에서 가까워 택시비가 절약되니 좋았다. 


보스턴 다운타운 호텔에서 택시로 약 30분 거리라 가깝고 입장료 저렴한 사과 농장.


환상적인 가을 날씨가 우릴 환영했고 노란 해바라기 밭도 보아 더 좋았고 생에 처음으로 매킨토시 사과나무를 보았다. 매킨토시를 줄여서 맥이라 부른 바로 그 매킨토시와 이름이 같은 사과나무. 스티브 잡스가 사과 농장에서 사과 따기를 했다고 들었지만 매킨토시 사과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투명한 파란 하늘 보며 선선한 가을바람맞으며 사과 농장에서 사과 따기도 하고 그늘 아래 휴식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들도 많았다. 



두 자녀와 함께 사과 농장에 간 것은 처음이라 우리 가족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거 같다. 코틀랜드 사과와 매킨토시 사과를 작은 가방에 담아왔다.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지만 비록 생이 뜻대로 되지도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사과 농장에 갈 때도 호텔로 돌아올 때도 우버 택시를 이용했는데 돌아올 때 만난 택시 기사는 성격이 무척 좋아 보였다. 성격 좋은 사람을 만나면 즐겁고 반대의 경우는 피곤하다. 기사는 마세도니아 출신인데 미국 보스턴과 시카고와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살다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와 살고 미국에서 처음 만난 과테말라 출신 아가씨와 결혼해 어린 아들도 있다는 사적인 이야기도 했다. 플로리다주에도 부자들도 많지만 홈리스들도 정말 많다는 소식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런데 실수로 기사가 우리가 머문 호텔이 아닌 다른 지역 호텔 앞에 내려주어 당황했는데 막 떠나려는 택시 기사에게 연락을 해 우리의 목적지에 데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사과 농장에서 딴 사과 한 개를 기사에게 주니 좋아했는데 그에게 애플 사이다 한 개를 더 주었다. 그의 실수로 우리가 머문 호텔이 아닌 곳에 내렸지만 다시 탑승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애플 사이다를 주었다.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그린 마켓에서 딱 한 번 애플 사이다를 사 먹은 적이 있는데 오늘 사과 농장에서 사 먹은 맛이 최고였다.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호텔로 돌아와 일식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주문해 식사하고 딸은 오후 3시와 4시에 미팅을 하고 5시에는 하버드 대학 연구소에 근무한 친구가 호텔로 찾아와 함께 하버드 대학 수목원에 가서 저녁 식사 무렵 호텔로 돌아왔다. 그동안 아들과 난 호텔 근처 퍼블릭 가든과 보스턴 코먼과 비콘 힐 거리를 걷는데 공원에서 거리 음악가가 들려주는 노래가 좋고 공원에서 휴식하는 젊은이들을 보니 뉴욕 센트럴파크가 떠올랐다. 석양이 질 무렵 찰스 강변에 도착해 벤치에 앉아 휴식을 했다. 찰스 강변에서 조깅을 하는 젊은이들도 많고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젊은이들도 많았는데 영화배우처럼 멋진 외모를 가진 젊은이들은 연인이 있는 눈치라고 아들이 말하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도 지금도 비슷하다. 우리 대학 시절에도 멋진 젊은이들은 모두 연인이 있다는 말을 하고 웃었던 추억도 떠올랐다. 


우리가 찰스 강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 딸도 호텔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받고 호텔에서 만나 함께 근처에서 피자와 할랄 가이즈로 간단히 저녁 식사를 했다. 호텔 위치는 좋은 편이라 근처에 식사할 곳이 많아 편리하다. 


하지만 오늘도 예상지 못한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호텔방에 둔 딸의 이어폰이 사라져 버려 샅샅이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매일 뜻하지 않은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도 생에 처음으로 두 자녀와 함께 사과 농장에 다녀왔고 황홀한 석양을 보며 마음 뿌듯한 하루를 마쳤다. 


내일은 원래 하버드 대학 수목원에 갈 예정이었는데 딸이 친구랑 함께 다녀왔는데 꽃은 이미 시들어 버리고 아직 단풍이 들지 않다고 하니 아무래도 내일 수목원이 아닌 곳에 찾아가고 싶다. 


23일 뉴욕 타임스에 의하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은 내년 8월까지 관람할 수 없을 거 같다. 


환상적인 가을날을 만끽했다. 보스턴 여행 첫날은 17465보, 둘째 날은 27635보, 셋째 날은 18936보를 걸었다. 매일 보스턴 거리를 걸으며 발로 보스턴 지도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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