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4일 일요일
딸과 함께 철썩철썩 파도 소리 들려오고 하얀 갈매기와 요트가 춤추는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에 갔다. 푸른 대서양 바다를 보면 가슴이 확 트여 좋다. 마음에 버릴 게 참 많을까. 바다에 가면 저 깊숙이 쌓여 있는 아픔을 모두 토해내고 싶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살다 보면 차마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얼마나 많은가. 바다는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줘 좋다.
여름과 달리 가을 바닷가는 한산하고 조용했다. 파도소리 들려오는 바닷가에서 산책하며 내가 사랑하는 뉴욕 롱아일랜드 파이어 아일랜드(Fire Island)와 몬탁(Montauk)과 존스 비치(Jones Beach)가 떠올랐다. 차만 있다면 달려갈 텐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너무나 부담스러워 오래된 소형차를 팔아버린 뒤 롱아일랜드는 멀기만 하다.
아주 오래전 대학원에서 공부할 적 댕스 기빙 데이 휴가에 기차를 타고 몬탁에 갔는데 부동산 중개소 사무소만 엄청 많고 식사할 곳도 드물고 사람들은 휴가를 맞아 어디론가 떠나 하얀 갈매기가 지키고 있더라. 어렵게 찾은 작은 식당에서 무얼 주문할지 몰라 고민하다 아들은 버거를 고르고 딸과 난 다른 메뉴를 골랐는데(이름도 잊어버림) 기대와 달리 형편없었고 토마토케첩 뚜껑을 열었지만 소스 꺼내기가 너무나 힘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가족이 롱아일랜드 제리코(Jericho)에 살던 무렵이고 제리코에서 가까운 힉스빌 기차역에서는 몬탁에 가는 기차가 드물어 어쩔 수 없이 맨해튼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자메이카 역에 내려 그곳에서 몬탁에 가는 기차에 탑승했다. 그러니까 기차를 타고 오래오래 달렸다. 그리 고생하고 도착한 몬탁은 조용하고 기차역에 커피 한 잔 마실 곳이 없어서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름을 느꼈다.
롱아일랜드 힉스빌(Hicksville)은 교통의 요지고 제리코에서 아주 가깝다. 대학 시절 자주 듣던 노래 <피아노맨>을 부른 빌리 조엘이 힉스빌에서 살았단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대학 시절 좋아하던 가수가 살았다고 하면 놀랍기만 하다. 빌리 조엘도 엄청 많은 고생을 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코니 아일랜드에서 카푸치노 커피 한 잔 사 마시고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거리 음악가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었는데 무슨 곡인지 잘 모르나 적어도 100년 전 곡 같은데 딸은 코니 아일랜드 분위기와 딱 맞는다 하니 웃었다.
새해 첫날이었던가 북극곰 수영 행사를 보러 딸과 함께 코니 아일랜드에 갔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각 행사가 끝나 버려 구경도 못했다. 겨울 바다가 너무 추워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지하철을 타고 소호에 가서 핫 초콜릿 한 잔 사 마시며 몸을 녹였던 추억도 생각났다.
대서양 바다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을 보고 딸은 캠브리지 연구소에서 만난 선배에게 사진을 보내 선배님 강아지와 비슷하다고 말했는데 슬프게도 이미 저 세상으로 갔다는 슬픈 소식을 받았다. 미리 알았다면 말하지 않았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가 플러싱 집에서는 상당히 멀다. 7호선을 타고 맨해튼 5번가(브라이언트 파크) 지하철 역에 내려 익스프레스 지하철로 환승하려 했지만 익스프레스 지하철은 운행하지 않아 로컬을 이용하니 더 오래오래 걸렸다. 편도 2시간 이상 걸려 도착했으니 몸이 녹초가 되어갔다.
5번가 지하철역에서는 아름다운 색소폰 연주를 들으니 좋았고 프랑스 오픈 테니스 광고가 보였다. 깜박 잊고 있었는데 지난여름 뉴욕에서 열린 유에스 오픈 때 조코 비치가 실수로 던진 공이 심판에 맞아 탈락을 하고 말았는데 프랑스 오픈에 참가했더라. 스페인 선수 라파엘 나달은 코로나가 무서운지 유에스 오픈에 참가하지 않고 프랑스 오픈에만 참가한다고 했는데 조코비치와 나달이 우승 후보가 되나 아니면 새로운 신인 테니스 선수가 우승을 할까.
그림 같은 브루클린 쉽헤드 베이
코니 아일랜드에서 브라이튼 비치로 향해 걷다 지하철을 타고 하얀 백조 떼가 많이 사는 브루클린 쉽헤드 베이(Sheepshead Bay)에 갔다. 딸은 첫 방문 나는 가끔 방문한 곳이다. 낚시로 명성 높은 곳인데 낚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휴식을 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플러싱에서 브루클린까지 꽤 멀어서 오래오래 지하철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은 딸이 주문한 생선회를 먹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형편이라서 평소 생선회는 그림인데 오랜만에 싱싱한 회를 먹었다. 한국은 음식 문화가 좋다. 뉴욕은 식사비가 너무 비싸 그림이 된다. 특히 서민에게는. 그러니까 참고 견디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