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브루클린 다리에서

by 김지수

2020년 10월 6일 화요일


국화꽃 향기 가득한 시월 브루클린 다리에 석양을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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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541.jpg?type=w966 해 질 녘 브루클린 다리에서 걸으며 석양을 바라보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이어주는 브루클린 다리 석양과 야경이 무척 아름다운데 황홀한 석양이 지는 시각은 찰나라서 플러싱에 사니 큰 맘먹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 미리 도착해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 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방문을 미루다 마음먹고 딸과 늦은 오후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덤보에 갔다.


IMG_1543.jpg?type=w966 멀리서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야생화 꽃 향기 맡으며 바다 내음 맡으며 철썩철썩 파도 소리 들으며 브루클린 브리지 공원(Brooklyn Bridge Park)에서 거닐었다. 시월이라 이미 저 버린 해당화 꽃 열매만 보았다. 덤보 공원에서 해당화 꽃이 필 때 산책하기 좋다고 딸에게 말하니 보스턴 찰스타운 대해 말했다. 우리 가족이 보스턴 여행 가서 방문했던 곳 가운데 기억나는 아름다운 찰스 타운. 해당화 꽃이 피어 더 아름다운 곳이었지. 딸이 연구소에서 일하던 시절 힘들면 산책하러 다닌 곳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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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다와 강을 사랑하니까 바닷가 산책이 좋다. 실내에서 암벽 등반하는 사람들도 보고 멋진 빌딩도 보면서 추억에 젖었다.


뉴욕시로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덤보에서 열린 댄스 축제 보러 갔던 날의 추억은 잊을 수 없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릴 때 처음으로 덤보에 찾아가니 고생을 했다. 그때는 맨해튼 나들이를 자주 하지 않을 때라서 늘 편리함에 젖어서 오래오래 걸어서 밖으로 나오는 덤보 지하철역이 좋지 않았다. 지하철역 밖으로 나와 어둠 속에서 어느 빌딩이 댄스 축제가 열리는 거야 하면서 헤매던 기억.


늘 혼자서 축제를 보러 가니 물어볼 사람도 없고 어렵게 찾은 빌딩에 들어가 객석 자리에 앉아 아름다운 불빛 아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무용수들이 춤을 추니 얼마나 좋았던가. 그 후로 가끔 특별한 축제를 보러 가곤 했지만 여전히 덤보 요크 스트리트 지하철역(York Street Subway Station)은 불편했는데 자주자주 맨해튼 나들이를 하니 적응이 되어 이젠 괜찮다.


사실 플러싱에서 덤보까지 가깝지는 않다. 편도 최소 1시간 반 내지 2시간 정도 걸리고 3회 이상 환승한다. 마음이 멀면 정말 멀다. 자주 방문하면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지더라.


불편하고 힘든 일도 적응이 되는 중년. 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하고 기다릴 줄 아는 중년. 매일매일 기도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고 산다.


IMG_1549.jpg?type=w966 브루클린 다리에서 걸으면 맨해튼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다른 지하철역은 브루클린 하이 스트리트( High Street - Brooklyn Bridge). 뉴욕 작가들이 사는 브루클린 하이츠에 있는 지하철역. 브루클린 하이츠와 덤보가 가깝고 요크 스트리트 지하철역을 이용하지 않을 때 하이 스트리트 지하철역에서 내려 걷는다. 덤보 아이스크림 팩토리까지 꽤 걷는다.


IMG_1545.jpg?type=w966 브루클린 다리에서 기념사진 촬영하는 분이 많다.


IMG_1556.jpg?type=w96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브루클린 다리에서 걷다



길을 알면 더 가까우나 잘 모를 경우 더 멀게 느껴지고 피곤하다. 뭐든 그렇지만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우리 인생도 미래를 모르니 더 답답하고 불안한지 모른다. 신 앞에 고개 숙이며 하늘이 준 운명을 받아들이며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최선일까. 돈은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시간의 주인이 되어 1초도 낭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간이 내 삶을 만들어가니까. 평생 그렇게 살았다. 천천히 천천히 내게 주어진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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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보는 산책하기 좋은 장소다. 오래전 덤보가 개발되기 전에는 한적했는데 지금은 뉴욕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인기 많은 레스토랑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전망 좋은 곳에서 식사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사랑받는 장소다. 맨해튼 전망도 아름답고 덤보에서 브루클린 다리 입구로 들어가 멋진 전망을 보며 걸을 수 있으니 좋고 맛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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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보 쉑쉑 버거


딸이 혹시나 하고 Empire Stores 빌딩에 있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역시나 없었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덤보 쉑쉑 버거에서 햄버거와 프라이를 주문해 먹고 해 질 녘 브루클린 다리 위를 거닐었다. 찬란한 석양이 질 무렵 딸과 함께 산책하며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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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왜 자주자주 브루클린 다리에 가지 않을까. 자꾸 핑계를 댄다. 난 플러싱에 사니 멀다고. 아름다운 순간을 붙잡고 싶다. 오래오래 아름다움 속에서 머물고 싶다.


아침에는 딸과 함께 모닝커피 마시러 동네 카페에 가고,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호수에 가서 새들의 노래 들으며 기러기떼와 청설모와 거북이 떼 보며 노랗게 붉게 물들어 가는 숲 속에서 가을빛을 느끼며 산책하다 집에 돌아와 글쓰기 하고 집안일을 했다. 저녁 브루클린 다리에서 산책하고 돌아와 아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24시간이 1초처럼 빨리 흘러간다.


전망 좋아 산책하기 좋은 뉴욕 명소
브루클린 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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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523.jpg?type=w966 이 다리는 '브루클린 다리'가 아니고 '맨해튼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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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521.jpg?type=w966 빌딩이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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