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파크 단풍은 11월 초가 되어야 볼 수 있더라
2020년 10월 8일 목요일
뉴욕의 가을이 얼마큼 오나 궁금해 센트럴 파크에 가서 거리 음악가가 들려주는 바이올린 연주와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노란 낙엽 위를 거닐며 숲 속에 사는 귀여운 청설모도 보고 붉은 열매도 보았다. 코로나로 뉴욕의 미래가 어찌 될지 걱정도 되는데 여전히 베데스다 테라스에서는 웨딩 사진을 촬영하고 있더라. 누가 사랑을 막을까. 그곳에 가면 늘 보곤 하는 우아한 하얀 드레스 입은 신부와 멋진 정장을 입은 신랑.
베데스다 테라스에서는 동양 악기(해금?)로 에델바이스 곡을 연주하니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 떠올랐다.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했다는 것도 뉴욕에 와서 알게 되었고 난 오래전 영화로 봤고 그때 처음으로 뮤지컬이란 장르를 접했다. 뮤지컬 공연도 좋다. 티켓이 저렴하면 더 자주 봤을 텐데 너무 비싸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공연이 더 많았다. 보면 볼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뮤지컬.
연인끼리 친구끼리 보트는 타는 호수는 기러기들의 놀이터로 변해 쓸쓸하고 베데스다 분수에는 연보랏빛 수련꽃이 피어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보 브리지를 건너 오솔길을 거닐었다. 맨해튼 센트럴파크 규모가 상당히 커서 처음에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나도 오래전 셰익스피어 연극 보러 가다 헤맨 적이 있다.
매년 여름 뉴욕필 무료 공연이 열리는 The Great Lawn
인적 드문 숲 속에서 거닐다 매년 여름 뉴욕필 무료 공연이 열리는 The Great Lawn으로 나오니 운동을 하거나 휴식을 하는 뉴요커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뉴욕필 무료 공연을 보러 갈 때 아무것도 몰라 플러싱에서 통닭 한 마리 구입해 들고 갔는데 뉴요커들은 와인과 살구와 복숭아와 라즈베리 등 맛있는 과일과 샐러드를 가져와 촛불을 켜고 자리에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니 마치 영화 같아서 우린 시골쥐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뉴욕필 공연이 끝나면 불꽃놀이도 하는데 플러싱에 사니 한 번도 불꽃놀이 축제를 본 기억이 없다.
올해는 코로나로 축제가 열리지 않으니 섭섭하다. 영화 <뉴욕의 가을> 촬영지이기도 하는 센트럴파크는 뉴욕의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 올리는 뉴욕 명소가 아닐지. 매년 11월 첫 번째 일요일 열리는 뉴욕시 마라톤 축제의 종점이 센트럴파크인데 올해는 취소가 되었단다.
야생화 꽃 향기 맡으며 센트럴파크 클레오파트라 바늘을 보며 걷다 저수지로 들어가 산책을 했다. 오래오래 전 봤던 영화 <마라톤맨>에서 저스틴 호프만이 조깅하던 곳이라니 웃고 말았다. 조깅하는 코스로 명성 높고 센트럴파크 근처에 산다면 매일 조깅해도 멋진 곳일 텐데 나는 언제나 해보나.
센트럴파크에서 코로나로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마차가 다시 등장해 기뻤다. 아직 여행이 자유롭지 않아 관광객이 드물 텐데 마부와 마차가 보이더라.
사랑하는 나의 아지트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카네기 홀 근처를 지나며 오래전 공연 볼 때 만났던 폴란드 저널리스트가 떠올랐다. 80대였던가. 건강한 모습으로 홀로 뉴욕에 여행 와서 지인 집에 머문다고 하셨는데 공연을 보러 카네기 홀에 오셔 이야기를 나눴다. 카네기 홀 근처 미드타운 빌딩은 하늘 높이 올라가는데 왜 내가 살 곳은 없담. 맨해튼에 갈수록 하늘로 올라가는 빌딩이 많다.
카네기 홀에서 언제 다시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언제 코로나가 끝날까. 정말 답답하다. 센트럴파크 저수지에서 나와 뮤지엄 마일을 따라 거닐다 구겐하임 뮤지엄과 메트 뮤지엄을 지나 플라자 호텔 근처에서 지하철에 탑승했는데 가방이 놓인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니 싸늘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던 여자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잠시 후 젊은 남자가 그 자리에 앉더라.
아침에는 딸과 함께 모닝커피 마시러 가고, 성당과 호수에 가고, 글쓰기 하고, 저녁에 운동하는 일은 요즘 루틴이 되어버렸다. 밤늦게 별을 보며 기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