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찾아와 소중한 일상을 잃어버릴지 누가 알았단 말인가.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늦게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란 것을 알게 되고 매일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좋은 스케줄 만들기도 힘들기만 했다.
매년 이맘때 즈음에는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와 콜럼비아 음대와 뉴스쿨에서 열리는 공연을 더 많이 보려고 스케줄을 만들었다. 맨해튼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가 너무나 많아서 매일 공연과 전시회도 보고 북 카페에서 책도 읽을 수 있어서 보물섬이라 불렀다.
가끔 카네기 홀에서 특별 공연이 열리면 달려가 음악을 사랑하는 지인들을 만나 다양한 소식을 듣기도 했고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 어렵게 저렴한 티켓 구입해 맨해튼에서 종일 시간을 보냈고 저녁 무렵에 아들이 엄마를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 와서 함께 식사를 하고 공연을 보고 자정 무렵에 집에 돌아가곤 했다.
뉴욕은 현대 미술의 메카라서 세계적인 수준의 뮤지엄과 미술관도 많아서 거의 매일 전시회를 볼 수도 있었고 입장료는 비싸니 기부금 입장 시간이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시간에만 보곤 했다.
그때가 정말 좋은 줄 뒤늦게 알았다. 다시는 코로나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니 얼마나 특별했던 순간인가. 마음은 한없이 복잡하고 복잡했지만 맨해튼에 가서 문화 행사를 보곤 하면서 기록했는데 귀한 자료가 될 거 같다.
내가 사랑하는 웨이브 힐 역시 코로나 전에는 무료입장 시간에 이용했는데 지금은 예약이 불가능하다. 그런다고 입장료 주고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 매일 나들이하는데 매일 입장료 주면 한 달이 지나면 상당한 금액이 되니 난 무료/기부금 입장 시간을 이용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예를 들어 카네기 홀 저렴한 티켓이나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 등. 하지만 두 곳은 코로나로 공연이 취소가 되어 지금은 볼 수도 없다.
요즘 예약하지 않고 방문할 수 있는 뉴욕 명소를 주로 찾아다닌다. 뉴욕에는 명소가 참 많다. 다들 바쁘니 시간이 없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에만 갇혀 지낸 사람도 많지만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삶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 기다리고 참고 견뎌야 하는 나날들. 코로나로 뉴욕이 봉쇄되어 플러싱에서 지내다 봉쇄가 조금씩 풀리자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고 있다. 하루 평균 1만 5천 보-2만 보 정도 걸으며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센트럴파크 컨서버토리 가든(Conservatory Garden)/ 10월 11일 오후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