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2일 목요일
모처럼 첼시에 갔다. 허드슨 야드 지하철역에 내려 페이스 갤러리에 갔는데 방문객이 많아서 코로나 전으로 돌아온 듯 분위기가 좋았다. 젊은이들도 중년들도 벽에 걸린 줄리안 슈나벨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은 방문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그림을 바라보는지 궁금하나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한 것은 드물다. 첼시 페이스 갤러리는 가고시안 갤러리와 더불어 세계 미술계를 움직이는 갤러리에 속하고 그림 애호가들이 즐겨 방문한다.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정장을 입은 직원이 내게 안내 데스크로 가라고 말했고 안내 데스크에서 일하는 직원은 미리 예약했는지 물었다. 코로나로 미리 예약하라고 하니 불편한데 첼시 갤러리 예약할 에너지는 없어서 직원에게 그냥 방문했는데 전시회를 볼 수 있는지 묻자 괜찮다고 말하며 내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물었다.
가끔 크리스티 경매장이나 메트 뮤지엄이나 휘트니 뮤지엄 등에서 그의 작품을 봤는데 오늘 본 줄리안 슈나벨 작품은 새롭기만 했다. 무슨 내용을 그렸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오지 않을 때 골프채 우드 3번처럼 보이는 그림이 보여 오래전 추억이 떠올랐다. 뉴욕에 오기 전 두 자녀에게 잠시 골프 레슨을 했는데 아들이 스윙 연습을 하다 실수로 엄마 골프채 우드 3번이 부서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우드 3번 값이 아주 싸지도 않은데 화가 나도 참아야 하는 순간. 내가 레슨 하자고 했는데 실수로 부러진 것을 어떡하겠어. 골프와 테니스를 수준급으로 레슨 해서 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바이올린 레슨만으로 늘 바빠서 잠시 레슨을 받다 중단했다. 나의 골프채는 뉴욕에 오기 전 여동생에게 주었다.
참 오랫동안 골프 연습장에 가서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에 운동을 해서 아직 건강이 유지되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골프 연습장에 달려갔다. 골프 연습장이 집 바로 옆에 있으니 시간도 단축되니 좋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운영하니 편리했다. 뉴욕에 온 후로는 한국과 정반대의 상황이라 골프커녕 두 자녀 대학 졸업할 때까지 스타벅스 커피 한 잔 사 먹지 않았다. 극과 극의 환경에서 두 자녀를 키우니 늘 미안했다. 최근 매일 아침 모닝커피 마신 것은 딸 덕분이다. 커피와 음악이 좋은데 좀 비싸단 생각이 든다.
페이스 갤러리에서 일본 작가 요시모토 나라 작품도 봤는데 종이 박스에 그린 거라서 과거 가난한 시절이 있었나 혼자 상상력만 키웠다. 페이스 갤러리 전시회는 이해가 어렵지만 갤러리 바닥과 벽과 조명은 정말 아름다워 내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한다. 첼시 갤러리들이 대체로 그렇다. 새로운 전시회를 오픈할 때마다 벽 페인트칠도 새로 하니 좋고 갤러리 천정도 멋지고 바닥 재질도 좋아.
첼시 폴라 쿠퍼 갤러리 Cecily Brown
폴라 쿠퍼 갤러리에도 방문했는데 몇 번을 봐도 이해가 어려운데 방문객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폴라 쿠퍼 갤러리 역시 명성 높으나 대체로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고 여전히 쉽게 이해 오지 않는다.
코로나로 상당히 어려운 시점이라서 닫은 갤러리도 있을 텐데 새로 오픈한 갤러리도 있어서 놀랐다. 처음인 거 같아서 직원에게 말하니 롱아일랜드에 있었는데 맨해튼에 올가을 처음으로 오픈했다고. 그 갤러리 역시 천정이 아름다워 몇 번이나 쳐다보았다.
뉴욕 맨해튼 허드슨 야드
오랜만에 방문한 허드슨 야드. 7호선 종점역이라서 편리하다. 허드슨 야드 종점역 오픈하기 전에는 첼시 갤러리에 가려면 7호선을 이용하지 않아 상당히 걸어야 하니 불편했다.
종점역 지하철 아트를 보면 어린 왕자가 떠오른다. 맨해튼 모건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에서 수년 전 '어린 왕자' 전시회를 봤는데 요즘은 코로나로 예약제로 변해 무료입장 시간 예약이 어렵다. 허드슨 야드는 딸이 보스턴에서 지낼 때 뉴욕에 오면 허드슨 야드에서 블루 바틀 커피를 사 마시곤 했는데 한동안 문이 닫혔던데 오늘은 오픈했더라.
날씨가 좋았다면 센트럴파크 컨서바토리 가든에 달려갔을 텐데 하늘이 흐려서 포기하고 갤러리에 전시회 보러 갔다. 컨서바토리 가든에 핀 국화꽃도 곧 시들 텐데 걱정이야. 시월말 매일매일 일기 예보를 확인하는데 가을 햇살을 기다리는데 흐림이라고 나오니 올해 예쁜 단풍 보기 힘들까 걱정이다. 센트럴파크 단풍은 시월 말부터 11월 초가 되어야 예쁘다.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순간. 그런데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단풍이 예쁘지 않아.
내가 기다리는 센트럴 파크 단풍 올해는 더 예뻐야 하는데
안개 낀 목요일 아침에는 딸과 함께 모닝커피 마시러 가서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 나누다 성당에도 갔다. 브런치는 김치찌개 저녁은 어제 브롱스에서 구입한 피자를 먹었다. 뉴욕 보태니컬 가든에서 약 20분 정도 걸으면 아서 애비뉴(Arthur Avenue)에 도착하는데 피자가게, 레스토랑, 샌드위치, 빵집, 카페, 슈퍼마켓 등 이태리의 특산물을 파는 상점들이 있다. 교회 앞에는 홈리스가 담배를 피우며 깡통을 들고 있으니 마치 영화 같았다.
브롱스 리틀 이태리는 뉴요커가 사랑하는 곳이란다. 이탈리아 음식 좋아하는 사람은 일부러 찾아간다고. 레이디 가가가 뮤직 비디오를 촬영했다고 하더라. 오래전 명성 높은 피자 구입하러 가서 라아지 사이즈 피자 한 판 구입해 집에 들고 오는데 그때는 지리도 잘 몰라 더 피곤하고 힘들었다. 버스를 환승해야 하는데 어느 곳에서 내려야 하는지도 잘 모르니 마음이 불안 불안했다. 그때 먹은 피자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해서 어제 두 자녀랑 함께 찾아갔다. 근처에 그라피티가 있어서 사진을 찍고 싶은데 아들이 다음에 엄마 혼자 오면 찍으라고 하니 웃었다.
마음은 복잡하나 어제는 뉴욕 보태니컬 가든에 가고
오늘은 첼시 갤러리에 가고
내일은 어디에 갈까.
비록 삶이 슬프더라도
매일 즐겁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