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4일 토요일
토요일 오후 따사로운 가을 햇살 받으며 딸과 함께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갔다. 딸은 중요한 일을 보러 가고 그동안 난 센트럴 파크 컨서바토리 가든에서 산책했다. 일찍 끝날 거라 예상했는데 우리의 바람을 비켜가고 딸이 늦어진다고 연락을 하니 난 계속 국화꽃 향기 맡으며 산책을 했지만 나의 휴대폰 배터리는 죽어가고 있었다. 딸과 연락을 해야 하는데... 오래된 휴대폰 배터리 수명은 짧다. 새로 구입하자니 비싸고...
원래 오랜 시간 산책할 마음이 아니었는데. 천상 같은 국화꽃 가든에서 지난번에도 만난 남자분도 다시 보았다. 그분도 나처럼 꽃을 사랑하나 보다 짐작했다.
뉴욕에서 명성 높은 컨서바토리 가든의 국화꽃을 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에도 방문했는데 타이밍을 놓쳐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타이밍이 참 중요하다. 우리네 삶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운 좋은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도 그저 쉽게 얻어지는 것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최선 최선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때가 되면 이뤄지기도 한다. 꽃도 마찬가지다. 꽃이 피는 시기는 아주 짧다. 맨해튼에 살지 않고 컨서바토리 가든은 센트럴 파크 북쪽에 위치하니 자주 방문하지 않아서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매년 방문했을 텐데... 하지만 시월 세 번이나 방문해 나비와 꿀벌과 술래잡기 놀이하며 국화꽃 향기 맡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딸은 일찍 일이 끝날 거라 예상하고 메트 뮤지엄에도 예약했는데 오후 5시 문을 닫는데 자꾸만 미뤄져 전시회를 포기했다. 늦게 늦게 일이 끝난 뒤 딸을 만나 함께 뮤지엄 마일을 거닐며 이야기를 했다. 센트럴 파크 옆 5번가 뮤지엄 마일은 시월이라서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언젠가 뮤지엄 마일 시립 미술관에서 뉴저지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후로 만나지 못했다. 링컨 스퀘어 부근에 산다고 매년 열리는 링컨센터 축제를 보러 가냐고 내게 물으셨다. 오페라와 축제를 사랑하니 자주 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끔씩 낯선 사람과 만나 이야기 나눈 것은 행운이었나. 뉴요커들이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내게는 가끔씩 기회가 찾아왔다.
딸과 뮤지엄 마일을 걸으며 구겐 하임 미술관도 지나고 메트 뮤지엄도 지나고 프릭 컬렉션도 지나고 플라자 호텔도 지나고 록펠러 센터도 지나 브라이언트 파크에 도착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자는 바람에 조 커피 마시러 갔는데 딸이 저녁 식사도 하자고 말하니 저녁 식사는 비싸 다음에 하자고 하는데 달러 사인 두 개니 비싸지 않을 거라 하는 바람에 브라이언트 파크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갔는데 메뉴를 보니 가장 저렴한 앙트레 요리가 거의 30불에 가까웠다. 문득 오래전 봤던 프렌즈 드라마가 떠올랐다. 맨해튼에 사는 젊은이들 삶을 담은 드라마인데 인기가 많았고 딸과 나도 재밌게 봤던 드라마. 드라마에서도 함께 맨해튼 레스토랑에 갔는데 메뉴판 가격을 보고 놀란 장면이 나온다. 뉴욕이 비싼 도시다.
그럼 애피타이저와 앙트레와 후식을 먹으면 1인 100불은 금세 초과할 거 같고. 휴대폰 배터리는 사라져 가는 순간. 저녁 식사는 비싸서 부담되는데 딸 덕분에 파스타 요리시켜 먹었다. 촛불을 켜고 와인을 마시며 저녁 식사를 하는 연인들이 많아서 영화 같은 순간인데 내 휴대폰 배터리는 거의 제로에 가까워져 겨우 사진 한 두장 담았다. 다음부터는 달러 사인에 속지 말아야지. 뉴욕 맨해튼 식사비는 서민에게는 너무 비싸다.
* 복잡한 일들이 많아서 마음 무거워 늦게 기록을 한다.
기록은 11월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