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 장미. 초승달

by 김지수

2020년 11월 18일 수요일





풍요로운 가을

마음도 풍요로우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새 황금빛 나무들이 겨울 채비를 하는 계절

불과 며칠 전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무였는데

가을은 저만치 떠나가고 있다.


코로나로 맨해튼 나들이가 쉽지 않은 나날들

북 카페도 30분

뉴욕 공립 도서관도 미리 예약하고 30분 동안 머물 수 있으니

답답하지.


맨해튼에 화장실도 드물어

더더욱 불편한데

서부에서 요정이 찾아와

날 위해 비밀 아지트를 찾았다.


할아버지 한 분이 멋진 서재에서 책을 읽다

내가 기침 한 번 하니

밖으로 나가 버려

나 혼자 독차지하니

마치 개인 서재 같았어.



I4vfEO_se754cbGArmPQ8dz7AZE 나의 코로나 피난처



수년 전 생일날

뉴욕 식물원 록펠러 장미 정원에 갔는데

그날 폭우가 내려

아들과 나 둘 뿐이라서

개인 정원 같아서 웃었는데

그때 추억이 떠올라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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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하니

한국에서 가출하기 전 살았던 아파트 서재도 떠올랐어.

넓은 아파트 가장 큰 방을 서재로 사용했지.

그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렉싱턴 애비뉴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이글스 노래가 흐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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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923.jpg?type=w966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레스토랑



따뜻한 양파 수프 먹으며

친절한 직원과 얘기를 나누다

언제 뉴욕에 왔냐고 물으니

내가 태어난 해 보다 더 빨리 뉴욕에 도착했다고 하니

놀랐어.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라고 물으니

멕시코라고.


멕시코는 한 번도 여행 간 적이 없어서

낯선 지역인데

언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우디 알렌 영화 속에서나 나올 듯한 동네 로컬이 이용하는 레스토랑인데

옆에서 햄버거를 먹는 손님을 보고

프라이를 주문해

커피와 함께 먹으니

예산보다 훨씬 초과한 지출

요정의 지갑은 폭탄 테러를 맞고 말았어.


지하철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절름발이 홈리스는

슬픈 노래를 부르더라.




늦가을 날씨는 혹독한 겨울만큼이나 추워서

홈리스들은

뉴욕 지하철에서 구걸하더라.


천국과 지옥의 풍경을 보여주는 뉴욕

언제 빈부차가 사라져

모두 행복하게 살까.


코로나는 언제 끝이 날까.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많아져

다시 학교도 봉쇄하고

난리다.


빨리빨리

코로나가 사라져야 할 텐데

갈수록 상황이 나쁘다.


맨해튼에서 플러싱으로 돌아와

지하철 역 근처에서 장미 몇 송이를 구입하고

밤에는

아들과 함께 초승달을 보며 운동을 했다.


밀린 일기는 언제 쓸까

아름다운 11월과 사랑에 빠져 지내느라

너무 바빴다.


사랑하는 11월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사랑하자!

남은 날들을.

더 많이 사랑하자꾸나.


코로나 지옥에서

천국을 찾아

방황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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