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약학 / Bio통신원
BRIC (2014-05-07)
"얼어붙은 미라의 몸, 또는 빛바랜 편지봉투 속에서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가 부활할 수 있다."
1980년, 글로벌 천연두박멸 프로그램(Global Smallpox Eradication Program)을
이끌어 온 세 명의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천연두의 박멸을 알리는 뉴스를 읽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Smallpox
)
2011년, 미국 뉴욕 주 퀸스 카운티의 공사장에서 터파기를 하던 인부들의 굴착기 끝 부분에서 금속성 굉음이 들리더니, 이윽고 돌무더기 속에서 사람의 시체 한 구(柩)가 떼구르르 굴러나왔다. 암매장된 살인 피해자의 시신이라고 생각한 인부들은 즉시 검시관 사무소(medical examiner's office)에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법인류학자 스콧 워너시가 이끄는 검시팀이 차를 몰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 시체는 19세기 중반 인근의 교회 묘지에 매장됐던 미라였다. 미라의 주인공은 잠옷과 양말을 걸친 흑인 여성이었는데, 화려하게 장식된 철제 관 속에 매우 잘 보존되어 있었다. 검시관들은 깜짝 놀랐다. 1800년대 중반 미국의 역사적 상황을 감안해 볼 때, 흑인 여성이 그렇게 화려한 장례식을 치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검시관들은 시체를 뒤덮은 병변과 얼굴의 흉터를 주목했다. 뉴욕 검시관 사무소의 수석 법의학자인 브래들리 애덤스는 오래 전 봤던 천연두 환자의 사진을 떠올렸다. 검시관들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 시체가 고가(高價)의 관 속에 밀봉되어 있었던 이유는 '망자(亡者)가 부자여서가 아니라,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일제히 뒷걸음질을 쳤다"라고 워너시는 회상했다. 미라가 발굴된 곳은 졸지에 '범행현장'에서 '생물학적 위험지역'으로 재지정되었고, 뉴욕 공중보건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했다.
현장에 급파된 CDC의 담당자들은 "전염의 가능성이 낮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CDC는 - 연구 목적으로 - 역학자인 안드레아 맥컬럼을 다시 파견하여, 시체를 부검하고 조직 샘플을 채취해 갔다. 당시 '인간의 시체 속에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얼마나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맥컬럼이 이끄는 연구진은 "미라의 몸에서 바이러스의 DNA(또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 입자)를 복구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최후의 천연두 바이러스 표본은 철통 같은 경호 속에, 미국과 러시아의 실험실 냉장고에 깊숙이 보관되어 있다. 이번 달 세계보건기구(WHO)의 의사결정기관인 세계보건의회(WHA: World Health Assembly)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의를 갖고, "천연두 바이러스 표본을 언제 폐기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문제는 1980년대 이후 계속 논의되어 왔지만, 번번이 결정이 보류되어 왔다. 공식적으로 보관돼 있는 천연두 바이러스를 파괴했다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예컨대 누군가가 천연두 바이러스를 몰래 감춰 놓았다가 퍼뜨리거나, 미라 속에 잠복해 있던 천연두 바이러스가 - 좀비처럼 - 재등장할 경우, 자칫 인류 전체가 대재앙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라 속에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가 범유행병(pandemic)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맥컬럼은 말했다. 사실 맥컬럼을 비롯한 일부 천연두 전문가들은 "차라리 고대의 수두바이러스(poxviruses)가 - 살았든 죽었든 - 어딘가에 잠복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을 정도다. 그들은 수십 년 이상 경과한 샘플만 보면 달려들어, 천연두 바이러스에 관한 실마리를 찾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혹시나 '천연두 바이러스가 상이한 조건 하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다. 설사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상관 없다. 바이러스의 DNA를 복구할 수만 있다면, 천연두의 진화과정을 연구함으로써 나중에 천연두가 재등장하더라도 효과적인 방어책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역사에서 발견된 흔적
천연두는 역사상 최악의 질병 중 하나로 악명이 높다. 그것은 인간 사이에서 빠르게 전파되어, 감염된 사람 중 약 1/3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천연두는 전세계에서 발생했지만, 특히 특히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프리카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16~18세기에 유럽의 정착민들에게서 옮겨진 천연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아프리카인들 중 일부를 몰살시켰다. 연간 1,000만~1,500만 명의 세계인들이 아직도 천연두로 시름하고 있던 1966년, WHO는 대대적인 백신접종 및 격리 캠페인을 시작했고, 그 결과 1977년 말에 이르러 지구상에서 천연두를 뿌리뽑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오늘날 천연두 바이러스의 잔해는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다. 오래 전에 매장된 인간(예: 3,200년 된 람세스 5세의 미라)의 시신에서는, 천연두의 징후를 보여주는 피부 병변, 바이러스 입자 및 DNA가 발견되고 있다(참고 1). 하지만 "죽은 사람의 몸에서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복원해 냈다"고 발표한 연구자는 아직 없다.
퀸스에서 발견된 미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망스럽게도, 그녀의 시신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DNA는 너무 붕괴되어, 바이러스의 흔적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설사 감염의 위험성은 매우 낮더라도, 이론적으로 볼 때 오래 된 미라들이 천연두 바이러스를 품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러한 미라를 발굴하는 연구자들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특히 추운 지역의 경우, 바이러스의 보존 상태가 양호할 수 있다. 추운 지역의 지하 무덤에 보관된 미라가 천연두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을 개연성은 매우 높다"라고 미 국립 알러지·감염질환연구소(US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의 페터 예를링 박사(바이러스학)는 말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산하 보건안전센터의 D. A. 헨더슨 교수에 의하면, 천연두 바이러스는 인간의 조직 안에서 매우 안정적이라고 한다. (헨더슨 교수는 1960~70년대에 WHO의 천연두 박멸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왜냐하면, 천연두의 특징적인 피부병변이 생겨날 때, 혈액이 응고되면서 섬유 단백질이 바이러스 주변에 그물을 형성하여, 바이러스가 딱지(scabs) 안에 포획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딱지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그 속에 갇혀 있던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떠다니지도 않고 (사람이 만지더라도) 피부에 달라붙지 않는다. 이러한 안정성으로 말미암아, 의사들은 인두접종(variolation)라는 초기 백신을 개발했었다. 인두접종이란 천연두 환자에게서 떼어낸 딱지 조각을 건강한 사람의 피부에 (상처를 내고) 삽입하여, 경미한 천연두를 앓게 함으로써 면역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딱지 속의 바이러스가 경미한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19세기에 이르러 많은 의사들은 천연두 바이러스(variola virus)를 사용하는 인두접종에서 좀 더 안전한 우두 바이러스(vaccinia virus)를 사용하는 우두접종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인두접종은 20세기에도 - 특히 가난한 지역에서 - 여전히 사용되었다. 인두접종과 우두접종은 모두 딱지를 이용해 이루어졌다. 의사들은 가방 속에 딱지를 휴대하고 다녔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편지봉투 속에 딱지를 넣어 우송하기도 했다. 2010년 버지니아 역사사회박물관(VHS: Virginia Historical Society Museum, 리치몬드 소재)에서는 소장품을 정리하던 중 이상한 편지봉투가 하나 발견됐는데, 그것은 1876년 리치몬드로 이사온 윌리엄 매시라는 사람이 샬롯츠빌에 사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였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딱지가 아버지에게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어요. 지난번처럼 딱지를 잃어버리시면 안 돼요. 이건 어제 아기의 팔에서 떼어낸 신선한 딱지예요. 이 정도면 열두 명은 너끈히 접종시킬 수 있을 거예요." 놀랍게도 그 편지에는 천연두 딱지가 동봉되어 있었던 것이다.
편지봉투에서 발견된 천연두 딱지는 그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잘 말해 준다. "이 편지봉투 사건은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한 가족이 천연두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1870년대에 샬롯츠빌은 후미진 곳이어서, 천연두 백신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도시(리치몬드)에 사는 아들이 백신을 구해 시골(샬롯츠빌)에 사는 아버지에게 우편으로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VHS의 폴 레빈굿 관장은 말했다. VHS는 진품명품 전시회에서 문제의 편지와 딱지를 공개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레벤굿 관장은 CDC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가 신문에서 전시회에 관한 기사를 읽은 후 CDC에 신고를 했던 것이다. 잠시 후, 맥컬럼이 연구팀을 이끌고 VHS에 들이닥쳤다, 오래된 천연두 바이러스의 DNA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1800년대의 유물에서 바이러스의 DNA를 검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바이러스의 진화사를 연구함으로써 그 조상이 동물에게서 유래했는지, 또는 수두바이러스가 진화 과정에서 트릭을 사용하여 독성을 증가시켰는지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원숭이 천연두(monkeypox)에 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맥컬럼은 말했다. [참고로, CDC에서 수두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지휘하는 잉거 데이먼 박사(분자바이러스학)에 의하면, 살아 있는 천연두 바이러스가 발견된 샘플의 최고(最古)기록은 1939년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문제의 딱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DNA는 붕괴된 데다가, 천연두 바이러스의 것이 아니라 그와 근연관계에 있는 수두바이러스의 것이다"라는 판정이 나왔다. "CDC의 연구진은 몹시 실망한 것 같았다"라고 레벤굿 관장은 말했다. 그러나 CDC의 연구팀은 아직 단념하지 않았다. 그들은 전문 연구기관에 186,000bp에 달하는 전유전체 염기서열분석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CDC의 연구진은 안전을 위해, 샘플에 방사선 처리를 한 다음 박물관에 반환했다. 현재 문제의 딱지는 - 방사선 처리 덕분에 - 가루가 되어, 플라스틱 시험관 속에 보관되어 있다.
CDC의 연구진은 아직도 '오래된 유물에서 완벽한 DNA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고서(古書)의 책갈피에 끼어 있거나 낡은 집의 다락방에서 나뒹구는 딱지를 생각해 보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고 데이먼 박사는 말했다. 실제로 2003년 뉴멕시코의 한 도서관에서는, 한 사서가 2003년에 출간된 책을 펼쳤다가 봉투 속에 담긴 천연두 딱지를 발견하고 기겁한 적이 있다.
다양한 장소에 은닉되어 있는 딱지들은 천연두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1950년대에 시작된 연구에서, 네덜란드의 연구자들은 천연두 환자들에게서 갓 떼어낸 딱지를 수집하여 봉투 속에 보관했다. 그로부터 13년 후, 그들은 딱지에서 천연두 바이러스를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지만, 딱지가 고갈되고 난 후에는 연구를 계속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연구는 "천연두 바이러스는 온대기후에서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참고 2).
감염성 바이러스가 발견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원천은 얼어붙은 시체다. 예컨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얼어붙은 호수 속에서 생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철새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참고 3). 2014년 2월, 시베리아의 영구동토대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3만 년 전의 거대 바이러스를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 바이러스는 아메바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 알려졌다(참고 4). "기후변화로 인해 영구동토대가 녹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영구동토대에서 병원성 바이러스가 부활하여 방출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의견이다.
(2) 시베리아의 미라
채굴, 공사, 발굴과 같은 인간의 활동 역시 은닉된 바이러스를 지상으로 나오게 하는 주요 원천이다. 2004년, 시베리아 동부의 야쿠티아에서 미라를 찾던 인류학자들은, 화려하게 장식된 목관(木棺) 속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미라 5구를 발견했다. 이 미라들은 꽁꽁 얼어붙어 있어 보관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미라의 주인공들은 1700년대 초기에 갑자기 사망한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보관된 미라는 젊은 여성의 것이었는데, 그녀의 신체조직에서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DNA가 검출되었다. 그 DNA는 너무 붕괴되어 전유전체를 복구하는 데 실패했지만, 20세기에 유럽과 아시아에 널리 펴졌던 천연두 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과학자들은 그 DNA를 이용하여 천연두 바이러스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그 진화사(史)를 보다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연구는 궁극적으로, 천연두가 전세계로 퍼져나간 과정을 밝히는 데 큰 보탬이 된다(참고 5).
러시아 벡터 연구소(VECTOR lab: State Research Center of Virology and Biotechnology VECTOR)의 과학자들은 여러 해 전부터 이상과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거듭해 왔다. 1991년 벡터 연구소의 한 연구팀은 야쿠티아의 또 다른 마을에서, 홍수로 인해 지상에 노출된 시체를 발견했다. 뜻밖의 횡재(?)를 한 그들은, 즉시 시체들로부터 바이러스의 DNA를 분리해 내기 위해 분석에 착수했다. 그러나 그들은 - 살았든 죽었든 - 형체를 갖춘 바이러스를 발견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건 큰 실망이었다. 그 시체들은 보관상태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바이러스가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그 분야의 일인자들이다. 그들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바이러스는 없는 거라고 봐도 좋다"라고 헨더슨 교수는 말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그러한 횡재를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못했다. 그리고 WHO와 같은 후원기관들은 그런 연구(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연구)에 별로 관심이 없다. 사실 국제 보건기구들의 입장에서 볼 때,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일은 '자연계에 살아 있는 천연두 바이러스를 찾는 일'이 아니라, '은밀한 곳에서 천연두 바이러스를 합성해 내는 짓을 막는 것'이다. 왜냐하면 1990년대 이후 천연두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만천하에 공개되어 있기 때문이다(참고 6). 이에 대해 WHO의 후쿠다 케이지 사무차장(보건안전 담당)은 "이번 달 열리는 WHA 회의에서, WHO 회원국들은 바이러스 합성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연구팀을 구성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천연두 바이러스와 관련된 또 하나의 문제는, 바이러스가 비밀 보관소에서 방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천연두 바이러스가 보관돼 있는 공식 장소는 미국의 CDC와 러시아의 VECTOR 연구소 두 군데뿐이다. 그런데, 천연두 바이러스가 이 두 장소에만 존재할 거라고 믿는 과학자들은 거의 없다. 예컨대, 천연두 바이러스는 얼음 속에서 잘 버틸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를 벗어난 누군가의 냉장고 속에서 편안히 잠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기존의 수두바이러스를 유전적으로 조작할 경우, 숙주를 바꾸는 것은 물론 약물저항성이나 전염성을 강화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세 가지 가능성(미라나 유물 속의 바이러스, 바이러스 합성, 바이러스 비밀 보관 또는 조작)을 감안하여, 일부 과학자들은 "미국과 러시아에 보관된 천연두 바이러스 샘플을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천연두 바이러스가 멸종한 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을 보유하지 않아(이중에는 백신의 안전성을 의심한 나머지,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천연두 바이러스가 재등장할 경우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치료법을 검증하기 위해 천연두 바이러스 샘플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일리가 있다. 나는 천연두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가 당분간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예를링 박사는 말했다. 예를링 박사는 천연두를 사후에 치료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데이먼 박사도 예를링 박사의 주장에 동의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다 새롭고 안전한 백신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의 효능을 검증하려면 오리지널 바이러스 샘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바이러스 샘플은 좀 더 오랫동안 보관되어야 한다. 우리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천연두 바이러스 샘플은 언젠가 폐기될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미라나 편지봉투 등에서 발견된 역사적 편린(片鱗)을 모아, 천연두 바이러스의 진화사를 파악해야 한다. 그것은 작은 퍼즐조각을 모아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라고 레벤굿 관장은 말했다.
1980년 천연두가 박멸된 후, WHO는 "연구기관들이 보관하고 있는 기존의 바이러스를 파괴하여 불의의 사고에 의한 바이러스 방출을 예방하자"고 신속히 결의하고, 1993년을 데드라인으로 못박았다. 1984년까지 74개 연구기관의 바이러스가 파괴되거나, WHO가 인정하는 2개의 장소(미국 CDC, 러시아 VECTOR 연구소)로 이관되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하며 천연두 바이러스를 파괴할 것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WHO는 선진국의 압력에 밀려 번번히 데드라인을 연기해 왔다. 선진국들(미국 포함)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WHO를 압박해 왔다. 멸종의 기로에 놓인 천연두 바이러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세계 보건전문가들의 눈과 귀는 온통 제네바에 쏠려 있다.
※ 참고문헌:
1. McCollum, A. M. et al., “Poxvirus Viability and Signatures in Historical Relics”, Emerg. Infect. Dis. 20, 177–184 (2014).
2. Wolff, H. L. & Croon, J. J., “The survival of smallpox virus (variola minor) in natural circumstances”, Bull. World Health Org. 38, 492–493 (1968).
3. Zhang, G. et al., “Evidence of Influenza A Virus RNA in Siberian Lake Ice”, J. Virol. 80, 12229–12235 (2006).
4. Legendre, M. et al., “Thirty-thousand-year-old distant relative of giant icosahedral DNA viruses with a pandoravirus morphology”, Proc. Natl Acad. Sci. USA 111, 4274–4279 (2014).
5. Biagini, P. et al., “Variola Virus in a 300-Year-Old Siberian Mummy”, N. Engl. J. Med. 367, 2057–2059 (2012).
6. Massung, R. F. et al., “Analysis of the Complete Genome of Smallpox Variola Major Virus Strain Bangladesh-1975”, Virology 201, 215–240 (1994).
※ 첨부그림 설명:
1. 2004년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300년 전 여성의 미라. 꽁꽁 얼어붙어 보관 상태가 양호한 미라에서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DNA가 검출되었다.
2. 법인류학자인 스콧 워너시 박사가 160년 된 시체를 검사하고 있다. 이 미라는 2011년 뉴욕 주 퀸스 카운티의 공사장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3. 람세스 5세의 피부는 천연두의 특징적 병변으로 뒤덮여 있어, 그가 천연두 때문에 사망했음을 시사한다.
4. 1876년, 미국 버지니아 역사사회박물관에서 발견된 편지봉투에서 나온 편지와 딱지(scab). 이 딱지에서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DNA가 검출되었지만,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 출처: Nature 509, 22–24 (01 May 2014) http://www.nature.com/news/infectious-diseases-smallpox-watch-1.15115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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