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1일 토요일
토요일 아침 요정이 날 데리고 간 프렌치 카페는 플라자 호텔 근처에 있다. 매년 7월 14일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축제가 열리는 바로 그 골목에 있어서 지난 추억도 떠올랐다. 공연 예술을 좋아하는 내게는 잊을 수 없는 거리 축제. 멋진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사람들 보며 무료로 나눠주는 커피도 먹고 아들 위해 프렌치 빵도 구입했고 프랑스 화가 고갱 영화 티켓도 주었다. 그날 아들은 친구를 만나러 가서 혹시 함께 영화 볼 수 있는지 물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서 혼자서 플라자 호텔 옆에 있는 The Paris Theatre에서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고갱 영화를 보니 행복했다.
그 극장은 뉴욕 정착 초기 뉴욕 타임스에서 광고를 보며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롱아일랜드 딕스 힐에 사니 맨해튼과 상당히 떨어져 그때는 맨해튼 나들이가 거의 불가능해서 잘 몰랐다. 물론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중이라 문화생활할 여력조차 없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플라자 호텔 옆에 그 극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몇 번 두 자녀랑 영화를 보러 간 적도 있다.
프랑스 축제 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 남자를 보며 대학 시절 좋아하던 가수도 떠올랐다.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 남자 가수는 내게도 함께 춤을 추자고 하는데 뉴욕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어색하기만 하고 사실 춤을 춰 본 적도 없다.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백화점 문화 센터에서는 잠시 한국 고전춤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지만. 더 오래 배우고 싶었는데 복잡한 일이 생겨 그만두게 되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 판소리와 춤. 삶이 뜻대로 되지 않고 복잡하고 뉴욕에 와서 공부하니 모든 게 다 중단되었다.
누가 내게 맨해튼 문화에 대해 말해줬다면 더 빨리 관심을 갖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다. 정말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뉴욕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딸이 그 프렌치 카페를 찾은 것은 노트북 때문이다. 다름 아닌 맥 노트북이 말썽을 피워 플라자 호텔 앞에 있는 애플 샵에 가서 수선을 맡겼다. 딸은 매일 일하니 노트북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데 수선을 맡기면 15불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웬걸 1000불이라나. 작년 겨울엔가 새로 구입한 노트북이 말썽이니 마음이 상했는데 다행히 구입 시 보험에 가입해서 무료로 수리할 수 있었다. 당장 수리된 것도 아니고 1주일 후에 찾으러 오라고.
딸 덕분에 알게 된 프렌치 카페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Il Mulino New York – Uptown 맞은편에 있어서 지난 추억이 떠올랐다. 물가 비싼 뉴욕은 외식하기가 겁난다. 팁과 세금을 별도로 추가하니. 한국도 세금은 가격에 포함되었다고 말하지만 뉴욕은 따로 계산하니 왠지 부담스럽다. 수년 전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되니 내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 무렵까지 맨해튼에서 외식한 적이 없었다. 아무리 삶이 복잡하고 힘들더라도 가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뉴욕 레스토랑 위크 축제가 열리면 아들과 함께 방문하곤 했다. 딸도 뉴욕에 오면 함께 식사를 하러 간 적도 있다. 꽤 마음에 든 이탈리아 레스토랑. 이탈리어 악센트 강한데 듣기 좋았고 무척이나 친절해 좋았고 음식 맛도 좋았다. 그러나 레스토랑 위크 식사 가격 아니라면 부담스러워 눈을 감게 된다.
딸이 데려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향기로운 커피 마신 후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면서 우리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정말 위치가 명당이다. 센트럴 파크가 가까우니 좋다. 플러싱에 사니 매일 맨해튼에 가니 상당히 피곤한데 맨해튼에 살면 몸의 피로감 다를 거 같다. 나는 매일 왕복 최소 서너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 시간에 취미 생활하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아지트에서 시간을 보내고 어퍼 이스트 사이드 메디슨 애비뉴에서 식사하는데 난 역시 시골쥐였다. 무설탕 요구르트에 과일이 들어간 메뉴를 골랐는데 처음이라서 먹기 힘들었다. 꿀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으면 좋았을 텐데 무가당 요구르트가 몸에 좋을 텐데 익숙하지 않았다. 요즘 시골쥐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있다. 얼마나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을지.
점심 식사 후 다시 아지트에 가서 일하고 저녁 무렵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하면서 플라자 호텔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 홀리데이 장식이 보여 달려가 사진을 찍었다. 올해는 코로나로 모든 축제가 멈춰버려 뉴욕이 잠들어 버려 슬펐는데 빨강 초록 파랑 불빛에 잠시 황홀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니 서부에서 딸이 뉴욕에 와서 함께 살고 있는데 내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평소 비싼 카페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매일 행복을 찾아서 맨해튼 곳곳을 방황하지만 사실 가장 저렴한 커피 한 잔이 내가 쓰는 지출의 전부에 가까웠다. 특별히 카네기 홀과 메트 오페라 공연을 제외하곤. 요즘 딸 덕분에 호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