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7일 화요일
코로나 요정 지갑은 날마다 텅텅 비어 가고 난 덕분에 호강하고 있다. 요정과 함께 아지트에서 일하며 시간을 보낸 후 점심시간에 메디슨 애비뉴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Sant Ambroeus에 가서 식사를 했다. 근처 다니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제외하곤 어퍼 이스트 사이드 동네에서 식사한 경우는 드문데 요즘 코로나 요정이 매일 맛있는 점심을 사준다. 맨해튼에서 먹은 카푸치노 커피 가운데 최고! 가격이 무척 비싸 마음이 아팠다. 한 잔에 7.5불인가... 정말 너무너무 비싸다. 가격이 저렴하다면 매일 마시면 좋겠는데... 귀족이라면 마음대로 고를 텐데 저렴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와 식사비 합하면 지출이 상당히 컸다. 시골쥐 지갑으로서는 불가능한 일.
이탈리아 레스토랑 이름은 어퍼 이스트 사이드 요크 애비뉴에 있는 소더비 경매장에서 봤다. 아트 경매 시 오래전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또 소더비 경매장 내에 카페에서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다. 코로나로 한동안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장에 가지 않았다. 귀족들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좋고 세상 구경하니 좋다. 소더비 경매장에서 일하는 여직원은 무척이나 친절하다. 나처럼 귀족 아닌 사람에게도 웃으며 인사를 한다. 소더비는 외투와 가방을 맡겨야 하는데 나처럼 낡은 가방 맡기는데도 모나리자 미소를 짓는다. 고객들 가운데 대부분은 귀족들이니 명품 가방을 맡길 텐데 난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사용하던 낡은 가방 맡기며 웃는다. 웃어야지 어떡하겠어. 나도 부자라면 명품 백도 살 텐데 뉴욕에서 생존하기도 힘들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플러싱 한인 택시 회사에서 일하는 택시 기사 말이 생각난다. 그날 우리 가족이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늦은 밤 집에 돌아간다고 하니 기사가 뉴욕에서 문화생활도 하시네요, 하면서 숨쉬기도 힘들다고 하셨다. 그분 전공이 오보에라고 했던가. 아마도 피아노와 바이올린이라면 레슨 하면서 돈을 벌 텐데 오보에 배우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힘든 택시 기사를 한 듯 짐작했다. 난 맨해튼 문화 탐구를 하고 있지만 매일 커피 한 잔 마시며 세계 천재들 공연도 무료로 보고 세계적인 음악가 마스터 클래스도 무료로 보고 세계적인 미술가와 영화감독 등도 봤다. 전부 무료였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뉴욕이 잠들어 버려 정말 슬프다. 요즘은 코로나 요정 덕분에 새로운 세상을 보고 있다.
오래전 아무것도 모른 난 티파니 전등이 무척 예뻐서 나중 돈 벌면 전부 티파니로 장식해야지 했는데 가격표 보니 스탠드 한 개 가격이 10만 불, 20만 불... 아, 역시 난 좁은 세상에 산 거야. 아무것도 모르니 티파니 스탠드로 집을 꾸며야지라고 생각했어. 역시 뉴욕은 세상의 한 복판. 시골쥐 눈이 조금씩 커져간다. 점심 식사 후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하고 다시 아지트로 돌아가 일하고 늦은 오후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 지하철역은 시골 장터를 연상하게 한다.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저녁 식사 후 초승달 보며 아들과 산책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행복하다.
근사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근사한 아지트에서 시간 보내고 황홀한 석양을 보았으니 행복한 하루를 보냈어. 코로나 전쟁 중이라 마음이 몹시도 무겁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