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일식 레스토랑에서 딸과 함께

by 김지수

2020년 11월 13일 금요일


13일의 금요일 왠지 무시무시하다. 괜스레 불길한 예감이 드는 날. 무슨 일이 생길까 마음이 불안한데 결론은 행복한 하루였어. 아침 일찍 맨해튼 딸과 함께 미드타운 아지트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점심시간 어디서 식사를 하나 고민하다 파크 애비뉴 일식집에 가서 근사한 식사를 했다. 뉴욕 귀족들이 사는 동네 파크 애비뉴에서 식사를 하다니 꿈만 같구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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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튼 미드타운 파크 애비뉴 일식 레스토랑



뉴욕 정착 초기 맨해튼이 아주 낯선 지역일 때 파크 애비뉴에 있는 뉴욕총영사관에 찾아가는데 실수로 다운타운에 내렸지. 알고 보니 업타운인데. 낯선 지역이 익숙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 책이 있지. 바로 그 파크 애비뉴. 740 파크 애비뉴 펜트 하우스 1평방 제곱미터 가격은 무려 1억. 놀라지 마라. 2014년 가격이다. 뉴욕 고급 아파트는 돈만 많다고 사는 것도 아니란다.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서류 전형하고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고. 참 이상한 세상이야.


파크 애비뉴에서 추억도 있지. 매년 할러데이 시즌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성 바톨로뮤 교회 (St. Bartholomew's Church)에서 합창 공연이 열리고 난 구경하러 가곤 했지. 어느 날인가 장미꽃으로 장식된 교회를 처음으로 봤는데 영화 같았어. 그런데 그날은 근처에 접근하지 마라고 직원이 단호하게 말하니 사진도 담지 못했다. 그 교회 옆에는 다른 나라 대통령이 뉴욕에 찾아오면 머문 뉴욕 최고급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있다. 영화 <여인의 향기> 촬영지이기도 한 호텔에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머물렀다고.





대학원 시절 월마트에서 구입한 <여인의 향기> DVD는 롱아일랜드 양로원(치매와 알츠하이머 전문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 노인들에게 보여주려고 가져갔는데 양로원 디렉터가 가져가 돌려주지 않았다. 그분 따님도 뮤지컬 가수로 활동한다고 맨해튼 렌트비가 무척 비싸니 좁은 방 구해서 여러 명이 함께 산다고 들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갔구나. 양로원에서 만난 로즈 할머니는 아직 생존하실까. 얼굴이 장미처럼 고운데 이름도 로즈(Rose). 그 외도 많은 노인들을 만나 미국 세상을 조금 엿보았지. 검사로 지내다 은퇴한 결혼하지 않은 할아버지는 내게 남자 친구가 있냐고 물어 없다고 하니 믿지 않았어. 독신으로 지내며 꽤 많은 여자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노라고 고백하니 웃었지. 은퇴한 변호사 할머니도 만나고 정신과 전문의 할아버지도 만나고.. 나이 들어 하늘나라가 가까우면 다 비슷비슷하더라. 전문적인 일은 다 잊고 행복하게 지낸 추억만 간직하더라. 우리도 행복하게 살자.


한국 음식 문화도 참 좋다. 뉴욕 맨해튼 고급 일식 레스토랑에서 몇 번 식사하니 한국도 정말 수준이 높다고 생각이 든다. 뉴요커가 사랑하는 노부 일식 레스토랑 맛도 한국보다 훨씬 더 좋은지 모르겠더라. 첼시 마켓 모리모토 (Morimoto) 일식 레스토랑은 놀랍게도 한국에서 먹은 스시와 맛이 같아서 웃었지. 정말 신선한 스시는 단맛이 돈다. 설탕이 없는데 자연 자체로 단맛이 난다. 한국에서 먹은 스시와 랍스터 요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뉴욕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 요즘 코로나 요정 덕분에 호강하고 있는데 내 돈이 아니라서 늘 마음이 무겁지.


줄리아드 학교가 있어서 뉴욕에 왔는데 만약 뉴욕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 난 어디서 무얼 하고 지낼까. 독일어와 불어가 능숙했더라면 유럽에서 살다 미국에 건너오고 싶었는데 하루아침에 독일어와 불어가 유창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서 포기했지. 오스트리아 빈 대학 바이올린 교수님은 우리 가족에게 빈으로 유학 오라고 했는데 뉴욕에 건너오고 말았지. 뉴욕으로 간다고 하니 무서운 도시라고 걱정을 하셨지.


뉴욕에 올 때 장님이었는데 세월이 흘러가니 장님의 눈이 조금씩 조금씩 열리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살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파크 애비뉴 일식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니 감개무량하다. 삶은 아직 가야 할 길이 구만리 같지만.


운명아 날 천국으로 안내하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캄캄한 동굴에서 살았더냐. 남들은 삶이 지루하다고 무료하다고 심심하다고 말할 때 다른 나라에 와서 공부를 하니 죽음 같았어. 단 한 명의 친구만 있더라도 조금 더 좋았을 텐데 아무도 없었지. 빛도 없는 동굴에서 오래오래 아픔을 견디고 지냈지.


미드타운 아지트에서 일하다 록펠러 센터에서 거닐다 근처 브라이언트 파크 하얀 빙상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며 잠시 동화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팬데믹으로 난리라서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하얀 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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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600.jpg?type=w966 사진 위 록펠러 센터, 중앙 브라이언트 파크, 아래 뉴욕 공립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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